盧때 15% 文때 26%↑..대한민국 집값은 진보정권이 키웠다

윤성민 2020. 7. 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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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다주택 혹은 고가의 주택을 소유한 일부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오후 강남구 대모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치동 일대에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연합뉴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고 있으면 노무현 정부 때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성원 한국부동산연구원 연구실장은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급등하는 집값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꿨던 많은 이들을 좌절시키고 있다. 이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고강도 규제책에도 부동산 가격 폭등을 잠재울 수 없었던 노무현 정부와 닮은꼴이라는 평가다.


①유사한 시장 상황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은 외환위기를 막 벗어나 여전히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컸던 시점이었다. 2003년 박승 당시 한은 총재는 국회에 출석해 “유동성을 줄여서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은 부동산 투기 억제의 효과는 별로 없고 경기를 죽이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5.0%이던 기준금리를 2001년 7월부터 0.25%포인트씩 내리기 시작했다. 2004년 11월 3.25%까지 내렸고, 이를 2005년 9월까지 유지했다.

2006년 8월 3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동산정책회의에 참석, 보고를 받고 있다. [중앙포토]

시장엔 돈이 넘쳐났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을 뜻하는 M2 증가율은 2003년초 13%까지 치솟기도 했다. 연간 상승률은 2003년 2.8%, 2004년 6.7%, 2005년 12.5%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발간한 보고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현재에 주는 시사점’에서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급증과 경제 성장에 따른 주택 수요 증가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외환위기 당시 급감했던 택지공급과 주택건설 등의 영향으로 노무현 정부의 주택 공급은 위축된 상태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도 유동성은 넘치는데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한 상태”라고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시중 통화량(M2)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23.0% 증가한 수치다. 현 정부가 확장 재정 정책을 펴 왔고,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낮추고 돈을 더 풀어서다.

반면 주택 공급은 줄었다. 국토교통부 건축물 착공현황 통계에 따르면, 거주용 건축물 착공 동수는 2015년 11만동을 좀 넘었다가 이후 쭉 줄어들어 지난해 약 6만5000동으로 줄었다. 착공에서 입주까지 시차가 2~3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부터 주택 공급은 줄고 있다. 서울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주택시장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해 긴급 보고를 받은 뒤



②수요 억제 정책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책은 조세 강화 등 수요를 줄이기 위한 대책과 주택 인허가 규제 완화 등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나뉜다. 두 정부는 모두 임기 초반 수요 억제 정책을 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첫해 10·29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다주택 양도세를 높였다. 또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40%로 낮췄다. 강북 뉴타운 추가 건설과 같은 공급 대책도 있었지만, 시장은 수요 대책을 더 강하게 받아들였다. 잠시 집값이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8·31대책이 다시 나왔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세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는데, 역시 수요를 잡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런데도 2006년 하반기 다시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그때에서야 11·15대책을 통해 공공택지 내 주택 조기공급, 민간택지 내 주택공급물량 확대 등의 대책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정책보고서엔 “공급 부족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미흡했다”고 적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풀린 대출 규제를 원상태로 돌려놓으며 부동산 대책에 시동을 걸었다. 2017년 6·19대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10%포인트씩 낮춰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해 주택 수요를 줄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3번의 대형 부동산 대책에서도 대출 요건을 높이고, 세금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강도는 더 세졌다. 여당에선 종합부동산세를 최대 4%까지 인상하는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2.7%나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불러 “추가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③盧 넘어선 文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잠깐 부동산 시장을 주춤하게 했지만, 다시 시장 가격은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규제 외 지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번지는 풍선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수요 억제책의 ‘약발’이 안 먹힌 것이다.

권대중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실패 사례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두 정부 모두 부동산 문제를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시장의 원리로 보는 게 아니라 이데올로기(이념) 문제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도 “현재 부동산 정책은 정치를 위한 정책”이라며 “서울 안에 주택이 부족한 상황을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서라도 해결해야 하는데 공급을 늘리면 그 혜택이 부자들에게 돌아갈 거라는 편견 때문에 공급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연구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보다 부동산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졌다. 특히 30대는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집값 상승 폭은 노무현 정부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KB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출범 후 3년 1개월간 서울 아파트 매매지수 상승률은 15.4%였다. 문재인 정부는 같은 기간 25.6% 상승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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