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의도한강공원에 웬 '백골부대 전적비'?

옥기원 2020. 7. 9. 05: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거주하는 장아무개(39)씨는 여의도한강공원 진입로 인근 잔디광장에 건립 중인 '백골부대 전적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서울지방보훈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여의도한강공원 내 백골부대 전적비의 이전 건립 작업이 이달 중으로 완료된다.

기존 전적비는 한국전쟁 당시 한강 방호선을 지킨 백골연대 장병들의 공적 기리기 위해 2003년 10월 진지가 있던 영등포구 양화 인공폭포공원 인근에 건립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시민공원에 백골부대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옥기원 기자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한강공원에 왜 군 전적비가 세워지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거주하는 장아무개(39)씨는 여의도한강공원 진입로 인근 잔디광장에 건립 중인 ‘백골부대 전적비’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가족과 자주 찾는 공원에서 군복을 입은 전우회가 (6.25 한국전쟁 70주년)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위화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8일 공원에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건립 중인 전적비를 보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돗자리를 펴놓고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사이에 ‘살아도 백골 죽어도 백골'이란 문구가 적힌 전쟁 조각상이 “부조화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서울지방보훈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여의도한강공원 내 백골부대 전적비의 이전 건립 작업이 이달 중으로 완료된다. 현재 기념비와 조각상이 세워진 상태에서 주변 진입로를 만들기 위한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기존 전적비는 한국전쟁 당시 한강 방호선을 지킨 백골연대 장병들의 공적 기리기 위해 2003년 10월 진지가 있던 영등포구 양화 인공폭포공원 인근에 건립됐다. 보훈청 기록을 보면 백골연대 1개 중대 병력이 1950년 6월 28일 전후 남하하는 북한군에 맞서 한강 남쪽 제방에 진지를 구축하고 7일 동안 방어전을 벌여 아군이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번 공적을 인정해 전적비 건립이 추진됐다.

백골부대 전적비 너머로 여의도한강공원 잔디 광장이 보인다. 옥기원 기자

하지만 2021년 완공 예정인 월드컵 대교의 램프(진입 도로)가 들어설 자리에 전적비가 있어서 이전이 불가피했다. 백골부대 전우회는 전쟁 당시 중요한 진지였던 쥐산 인근에 세워진 전적비의 이전을 반대했다. 시와 보훈청은 접근성 등을 고려해 여의도한강공원과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여의도공원을 이전지로 제안했고, 2년여간 협의 끝에 한강을 방호한 취지에 맞게 한강 쪽에 위치해야 한다는 전우회 의견에 따라 여의도한강공원이 최종 이전지로 결정됐다. 서울지방보훈청 관계자는 “전적비가 세워진 결과만 보면 의아해할 수 있지만, 전우회 입장에서는 무덤과도 같은 상징적인 전적비여서 더 접근성 좋은 장소를 선택지로 제시해야 했다”며 “보훈 시설이어서 더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장소에 세워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에 세워진 군 전적비가 미관을 훼손하고,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조형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심의나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제도화되지 않아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담당자는 백골부대 전적비에 대해 “관할 부서에서 자문을 요청하지 않아 이전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내부에 공공조형물 및 기념비 설립·이전을 심의하는 공공미술위원회가 있지만, 강제적인 절차가 아니다. 공공조형물 건립 과정에서 심의나 자문을 거치도록 하는 절차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뉴스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