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美서 'GPU 고급 인력' 채용하는 이유는.. 모바일 넘어 범용 AI 칩 개발 가능성

윤민혁 기자 2020. 7. 9.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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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가 미국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에서 근무할 그래픽처리장치(GPU)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엑시노스(Exynos) 모바일AP에 탑재할 GPU·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자는 물론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엔지니어 채용도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채용하는 인력의 경우 범용 멀티미디어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활용 능력을 요구, 모바일 GPU를 기반으로 한 범용 머신러닝 칩세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9일 삼성전자 글로벌 채용 홈페이지에는 30여종에 달하는 GPU·머신러닝 관련 엔지니어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다. 상당수가 미국 새너제이·오스틴에서 근무할 경력직 채용이다. 관련 석·박사급 학위와 5~8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엔지니어부터 시니어급까지 GPU 디자인·인증·RTL(Register Transfer Level)·파워 등과 관련된 직종을 모집 중이다.

삼성전자는 채용 인원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규모 채용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삼성전자, 인재 채용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 나서

GPU는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다. 단순한 작업을 빠르게 병렬처리하는 데 유리해 딥러닝·머신러닝 등 AI 연산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모바일AP에는 통신연결 없이 기기에서 구현하는 ‘온 디바이스(On-Device) AI’를 위한 저전력 신경망 처리장치(NPU)가 널리 쓰인다. NPU는 GPU와 유사한 구조를 지닌 병렬연산 특화 반도체다. 클라우드부터 개별 기기까지 NPU가 탑재되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84억달러 수준이던 글로벌 NPU 시장 규모는 오는 2023년 34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GPU·NPU 설계능력은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에 자체 설계한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 모바일AP를 함께 채용하고 있지만, 엑시노스의 그래픽 처리능력이 스냅드래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선 한 주주가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떨어지는데 병행 채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200명 수준인 인공지능 연구개발 인력을 10년 내 2000명까지 늘려 독자 NPU 사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기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은 "국내외 학회와 대학에서 AI 석학을 대거 영입하겠다"고 했다. GPU 시장 2위 기업인 AMD와 협약을 맺고, AMD 그래픽 설계자산(IP)을 활용한 GPU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엑시노스 980에는 고성능 NPU를 내장해 AI 연산 성능을 기존보다 약 2.7배 향상시켰다.

◇ 오스틴서 AMD와 GPU 협업 활발… 모바일 외 활용 가능성도

반도체 업계는 최근 미국에서 진행중인 채용을 지난해 선포한 GPU·NPU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서 반도체 IP 활용능력을 지닌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다. AMD IP 적용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과 AMD 오스틴 캠퍼스는 30분 거리에 불과해, 설계를 위한 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가 GPU 엔지니어 채용 조건으로 벌칸(Vulkan), 오픈GS, 오픈CL 등 모바일용 멀티미디어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함께 ‘다이렉트X 활용능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다이렉트X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윈도우용 멀티미디어 API다. 삼성전자 주력 모바일 운영체제(OS)인 구글 안드로이드는 다이렉트X를 지원하지 않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GPU·NPU 활용처를 모바일기기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삼성전자는 추후 NPU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딥러닝 전용 NPU를 개발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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