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렇게 더운데"..마스크 벗은 사람들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김기자의 현장+]
“마스크 벗고 주문하시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점심 한때 장사라 걱정이 되죠. 마스크 섰으면 하는데, 쓰라고도 할 수 없잖아요. 정말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입니다”
9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카페 만난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르는 등 한여름 무더위 탓에 마스크를 벗고 걷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날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조금이나 햇볕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건물 그늘 밑으로 피해 걷고 있었다.
점심쯤이 되자 명동 중앙거리는 한산한 반면, 을지로역 인근 식당가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불볕더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빠른 걸음으로 식당가로 향하고 있었다. 턱마스크 뿐만 아니라 손에 쥐거나, 가슴에 주머니에 넣거나, 또는 손목과 팔목에 걸친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동 중심거리를 걸으면 둘러보았다. 명동예술극장 인근 한 공사에는 공사 인부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문을 닫은 상점이 점점 늘어가고 있었다. 평소 점심시간 같으면 관광객으로 가득 차야 할 음식점은 한산했고, 화장품 가게는 텅 빈 채 밝은 조명 불빛만이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크 팩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화장품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가게에 들어 가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 상인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다 지쳤고, 코로나 사태로 패닉에 빠졌다고 보면 됩니다”라며 힘든 표정을 지었다.
을지로역 인근 공원에는 마스크를 벗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따가운 햇볕을 피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탓에 공원도 마냥 시원하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나무 밑에서 흐르는 땀을 연신 손으로 닦고 손 선풍기로 땀을 식히지만, 뜨거운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원 의자에 앉아 햇볕 피해 잠시 쉬고 있는 직장인 이모(48)씨는 “이 더위에 마스크 쓰고 있자니 정말 고역이다”라며 “사무실에서도 계속 쓰고 있었더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고 허탈한 웃음을 보이며 마스크를 털고 있었다.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있던 하모(53)씨는 “여름은 정말 싫다”며 긴 한숨을 쉬더니 “땀도 많은데, 마스크 까지 쓰면서 여름 견딜 생각 하니 정말 고역이다. 마스크 벗고 사람을 피해 다니는 게 상책이다”며 갖고 있던 종이로 부채질을 이어갔다.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손에는 얼음이 동동 띄어진 시원한 음료, 다른 한 손에는 마스크를 손에 쥔 채 분수대 인근 나무 그늘 밑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음료수를 마셔야 하는 탓에 대부분이 턱마스크를 하거나 벗고 대화를 이어갔다. 10여분이 지나자 음료를 든 사람들은 늘어났다. 이들은 연신 더워하면서 손에는 든 시원한 음료를 내려놓지 않고 있었다. 1시쯤이 되자 이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용기는 쓰레기수거함 주변과 분수대 경계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위를 피해 분수대 인근 나무 그늘 밑에 만난 한 직장인은 “여름만 되면 겨울이 빨리 왔으면 하는데, 코로나는 겨울이 더 무서우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만 됩니다”면서 “점심시간에 매일 이러고 있으니”라며 갖고 있던 용기를 쓰레기 수거함에 버렸다.
분수대 인근 흡연부스는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근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점심을 마치고 몰려든 탓에 흡연부스는 담배 연기로 가득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흡연구역에서 흘러나오는 담배연기에 부스를 힐끗 쳐다보더니, 손 부채질을 하며 연기를 날려 보내고 있었다.
흡연부스를 들어가 보았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턱마스크를 한 일부 흡연가들은 땀을 흘리며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답답한 탓인지 일부 흡연가들은 흡연부스 주변이나 분수대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는 어김없이 버려진 담배꽁초가 눈에 띄었다.
앞치마를 두른 채 잠시 쉬고 있던 김모(39)씨는 “흡연가들도 이 더위에 저기(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정말 고역일 것 같다”면서 “그냥 답답하죠. 무엇보다 이놈의 코로나19가 하루빨리 끝나야 사람들이 한결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냐”라며앞치마를 툭툭 털고 일어나 골목길로 들어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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