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극단적 선택 왜?..서울시 직원들 "사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송경화 2020. 7. 10.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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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64)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서울 북한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인 8일 경찰에 박 시장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서울시에서는 박 시장의 비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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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그린뉴딜 정책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이날 회견이 박 시장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었다. 연합뉴스

박원순(64) 서울시장이 10일 새벽 서울 북한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오후 5시20분께 박 시장의 딸이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한 지 7시간여 만이다.

서울시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시장이 실종되기 전날인 8일 경찰에 박 시장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튿날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가 진행됐다고 한다. 박 시장 비서로 일하던 직원 ㄱ씨는 변호사와 함께한 경찰 조사에서 비서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박 시장의 성추행이 이어져 왔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박 시장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진술했다. ㄱ씨는 박 시장과 나눈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내용을 비롯해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증거도 상당량 경찰에 제출하고, 자신 말고도 더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있다고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 시장은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해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권력기관 감시 △재벌개혁을 위한 소액주주 운동 △부적격 정치인 낙천·낙선운동 등을 진행하며 시민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 이보다 앞선 1993년 박 시장은 ‘성희롱은 불법 행위’라는 인식을 세상에 알린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의 공동 변호인이기도 했다. 성희롱으로 최초의 법적 공방이 벌어진 사건으로 당시 박 시장은 이종걸, 최은순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 변호를 맡아 1998년 서울고법에서 “가해자 신아무개 교수가 ㅇ조교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끌어냈다.

경찰과학수사대원들이 10일 새벽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00년대 들어서는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새로운 시민운동 영역 개척에 앞장섰다. 2011년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의 지원 속에 오세훈 시장 사퇴로 치러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는 재선·3선에 성공하면서 서울 시정에서 다양한 개혁·혁신정책을 시도해 왔다.

특히 2018년에는 서울시에 여성정책을 총괄 보좌할 젠더 특보를 임명하고, 성폭력을 예방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성권익담당관을 신설하는 등 여성 이슈와 관련해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4월 시청사에서 열린 성희롱 예방교육에 참석해 “여러 여성단체 고문변호사를 하면서 성평등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언사나 행동이 상대방에게 큰 피해와 고통을 줄 수 있다”며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렇듯 헌신성과 도덕성에 바탕해 시민사회단체 출신 대표적인 민주진영 정치인으로 떠올랐는데, 자신이 강조해온 가치, 언행들과 정반대로 배치되는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셈이다. 서울시청 한 간부는 “시장님이 다른 것은 몰라도 도덕성 하나만큼은 워낙에 많이 강조하셨는데 이런 상황이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ㄱ씨 고소 사실이 확인된 8일 밤, 박 시장 최측근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젠더 특보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시장직 사의 필요성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신을 운구한 구급차량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도착해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에서는 박 시장의 비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 전날까지 박 시장과 일정을 함께한 시 관계자는 “좀 피곤해 보이시긴 했는데 전날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셔서 전혀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직원들 모두 많이 놀란 상황이다.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송경화 옥기원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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