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실험속도 사람의 1000배.. 로봇 과학자 등장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0. 7.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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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도 아랑곳하지 않고 24시간 내내 실험을 할 수 있는 과학자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팔 하나 달린 로봇〈사진〉. 사람들이 떠난 대학 실험실에서 혼자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바이러스도, 시간 외 근무도 문제없는 로봇 과학자가 등장한 것이다.

영국 리버풀대 화학과 앤드루 쿠퍼 교수 연구진은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험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에 필요한 실험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로봇 과학자가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리버풀대의 로봇 과학자는 바퀴가 달린 냉장고 크기 탁자 위에 로봇팔이 달린 형태다. 10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를 들여 개발했다. 키 175㎝에 무게가 400㎏인 이 로봇은 실험실을 돌아다니며 실제 연구자들이 쓰던 실험 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다. 로봇을 위해 새로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로봇이 8일 동안 172시간에 걸쳐 6500번 장비를 조작해 688가지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21.5시간 일한 셈이다. 나머지 시간은 배터리를 충전했다. 로봇은 고체의 무게를 재고 액체를 용기에 따르고 공기를 제거했다. 또 촉매 반응을 일으키고 결과물을 분석했다. 촉매는 화학물질의 반응속도를 높이는 물질로 제약·화학·에너지 등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산업이라면 어디든 쓰인다. 연구진은 "로봇은 사람보다 1000배나 빨리 실험을 했다"며 "다른 연구자 도움 없이도 6배 뛰어난 촉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쿠퍼 교수는 “우리 전략은 실험 장비가 아니라 연구자를 자동화하는 것이었다”며 “초능력을 가진 새로운 동료가 실험 속도를 높이면서 다른 인간 동료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로 실험실을 떠난 연구자가 하던 일을 로봇 과학자가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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