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에..전희경 "장송곡 속 진실 묻혀"

한영익 2020. 7. 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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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목숨을 끊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시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박 시장이 사망 직전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는데, 장례를 공식적인 서울시 기관장으로 5일이나 치르는 게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주장이 나와서다.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 서울시]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한다며 올라온 게시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국민청원 18만명 넘어, 통합당도 문제 제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0일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6시50분 기준 18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는 내용이다.

미래통합당에서도 김기현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깊은 안타까움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치러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상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고 그의 치적만을 얘기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거친 폭력을 홀로 감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은 이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과는 별개로, 성추행으로 고통받은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달라. 우리 사회가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무 수행으로 인한 사고도 아니며, 더는 이런 극단적 선택이 면죄부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이 10일 페이스북에


전희경 전 통합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여비서에 대한 지속적 성추행으로 피소된 사람에 대해 누가, 무슨 권한으로 특별시 장례를 치러 예우한다는 건가”라고 했다. 그는 “국민, 시민, 피해자 모조리 무시하고 애잔한 장송곡 속에 진실을 파묻으려 하지 말라. 더는 안 된다”라며 “이성도 도의도 법도 사라진 이 시대, 저들에게 수치심이 없는 게 문제인가. 우리에게 모욕감이 없는 게 문제인가”라고 했다.


정의당 장혜영 “전례없는 장례식 당혹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 의원은 이날 오후 올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누군가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한다. 전례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葬)’이 아니고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라고도 했다. 경찰에 성추행 의혹을 고소한 피해자 신상털기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성추행 의혹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통합당에서도 나왔다. “여비서가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인생을 걸고 고발한 것은 눈을 감나. 얼마나 수치스럽고 비윤리적인지 고인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자살을 택하지 않았나. 3선 서울시장을 한 공인인 만큼 진상을 밝혀야 한다”(한기호 통합당 의원) “깊게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앞으로 그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져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유상범 통합당 의원) 등의 주장이다.

서울시는 청사 주변 등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 19로 감염 우려도 있는데 5일씩이나 분향소를 설치해 조문 인파를 모이게 하는지 맞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여당에선 장례절차 적절성 언급無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이날 여당은 장례 절차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진상 규명 목소리와 관련해서도 “예의가 아니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고인의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대응을 하느냐”고 묻는 기자들을 향해 “그런 걸(질문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쏘아붙였다.

빈소를 찾은 다른 여권 인사들도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선 즉답을 피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고인이 되신 분이니 가신 분의 명예를 존중해 드리는 게 도리”라고 했고,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법적으로 공소권 없는 걸로 정리됐고 언급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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