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에 침묵 택한 민주당.. 갈수록 커지는 2차 피해

2020. 7.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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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인 '색출'하고 사진 유포하기도.. 심상정 "2차 가해 절대 안 될 일"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박원순 서울 시장에 대한 여권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 사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직 서울시 직원으로 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건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이 가운데 박 시장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행태가 우려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간 미투(#MeToo)의 목소리에 지지를 보내온 민주당은 고인에 대한 공개적인 추모 메시지 외에 의혹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민주당이 침묵하는 사이 2차 가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최근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제출했다. A씨는 변호사를 대동해 9일 새벽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박 시장의 사망으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는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돼 있다. 이때문에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던 피해자는 이 문제를 공론화 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성향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시기 비서실엔 총 ○명이 근무, 이제 고지가 보인다' 고소인을 '색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글쓴이는 서울시청의 자료를 통해 특정 시기에 서울시청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성별을 조사했다며 그것을 근거로 고소인의 신원을 추적하고 "참교육"을 시켜주겠다는 등 2차 가해성 글을 올렸다. 이같은 내용의 글은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카오톡 등 SNS 상에서는 고소인을 추정하는 얼굴이 담긴 사진이 돌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을 욕설과 함께 게재하기도 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에서는 '박시장은 공작에의해 희생됐다'는 글의 음모론이 나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공수처를 막으려는 결정적 시기를 노려 터뜨릴려 했는데 죽음으로 이를 막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시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질문들에 대해 민주당은 "사자의 명예"를 언급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자 명예가 있는 부분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즉답을 피했고, 허윤정 대변인도 "사자의 명예와 관련된 건이어서 지금은 개인적인 의견으로 답변할 만한 내용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이해찬 대표의 태도가 구설수에 올랐다. 이 대표는 이날 조문을 마친뒤 "오랜 친구가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서 참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다. 취재진이 '고인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당차원의 대응'을 묻자 이 대표는 "그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취재진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어 "XX 자식 같으니라고"라며 질문이 들린 방향을 3초 가량 노려본 후 자리를 떴다.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허윤정 대변인은 2차 가해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 "당대표 비롯해 조문을 시작하고 있어서 이 건을 후속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추가 논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당내에서 외부로 알려지건, 알려지지 않건 여러 목소리가 있을수있는데 보도된 것 외엔 정보가 없다"면서도, "보도되고 있진 않지만 전혀 다른 얘기도 있다"며 고소인의 주장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소 사실이 알려진 마당에 '최소한 민주당이 피해 호소자에 대한 메시지 정도는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민주당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 시장을 조문한 뒤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피해 호소인일 것"이라며 "피해 호소인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호소하고 싶다"고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그렇게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어렵게 피해사실을 밝히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기는커녕 이에 대한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도 페이스북에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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