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00명 법원 앞 집회..W2V 주범 미 인도 불허 항의

김희진·오경민 기자 2020. 7. 1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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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에 분노한 사람들’에 참여한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앞에서 손씨의 미국 인도 불허한 사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씨의 미국 송환 불허를 결정한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성단체와 시민들이 모인 ‘손씨 미국 송환 불허에 분노한 사람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역 앞에서 시위를 열고 “아동성착취 범죄자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판사에 분노한다”며 “성범죄자를 비호한다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사법부가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1000여명, 경찰 추산 500여명이 모였다.

‘손씨 미국 송환 불허에 분노한 사람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역 앞에서 사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한국 사회에서 삭제하고 싶은 것으로 ‘성범죄’를 쓰고 있다 /오경민 기자


시민들은 시위가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후 6시부터 서초역 8번 출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은 ‘#사법부도_공범이다’ ‘강영수는 자격박탈’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줄을 맞춰 앉았다. 직장인 문모씨(25)는 퇴근 후 바로 서초역에 도착했다. “OOO delete(삭제), 우리가 새로고침”이라고 적힌 피켓을 받아들고 빈칸에 ‘여자만 죽는 나라’라고 썼다. 문씨 옆에 앉은 시민들은 빈칸에 ‘사법부’ ‘성범죄’ ‘여성혐오’ ‘가해자 감정이입’ 등을 적어넣었다.

문씨는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모씨의 미국 송환 불허가 결정됐을 때 화가나고 허탈했다”며 “사법부와 국가의 잘못을 수많은 여성들이 직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사법부가 어린 남자 아이들을 가해자로 길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1년6개월만에 손씨를 풀어준 사법부를 보면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고교생 집단성폭행 비디오 사건을 두고 모두 피해자 탓을 했지만 지금은 달라진 것처럼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며 “사법부와 입법부는 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좀 바꿔주길 바란다”고 했다.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는 “성폭력을 하지 말라는 건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지 말라는 너무나 당연한 요구이지만, 성폭력은 처벌하기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 것조차 어렵다”며 “누구보다 정의를 추구해야 할 사법부는 가장이라서, 아들이라서, 나이가 많다고, 아직 젊다고 봐주면서 가해자와 성범죄, 강간문화를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느꼈던 참담함에 공감하지 못한 판사들과 정치인들이 책임을 졌으면 좋겠다”며 “잘못한 사람은 죗값을 치르고, 피해입은 사람은 일상으로 돌아오는 사회를 원한다”고 했다.

현경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우리는 태업을 하며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법부를 삭제하러왔다”며 “손씨는 기존의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용했다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인물이었으나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하고 법원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이미 붕괴되어 사적 보복에 대한 열망과 무기력만 넘실댄다”며 “이 불신은 전부 사법부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강영수 자격박탈” “사법정의 실현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참여자 발언이 끝난 뒤 ‘서울고등법원’이라고 적힌 현판 모양 피켓에 ‘delete’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엔드(eNd)’도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사법부가 죽었다’는 문구가 적힌 화환을 두고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법원이 손씨에 대한 인도 불허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지난 7일 같은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결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희진·오경민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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