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조문 안 하는 정의당 의원들..심상정 "2차 가해 안돼"

천금주 기자 2020. 7. 1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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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에 대해 정의당 안에선 애도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박 시장이 숨지기 전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심상정 대표도 박 시장을 고소한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류호정 의원은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직원을 향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류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사람들의 애도 메시지를 보고 읽는다. 고인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며 “그러나 나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라고 한 류 의원은 “벌써 시작된 2차 가해, 신상털기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 잘못이 아니야(It' not your fault)'. 영화 <굿 윌 헌팅> 속 등장인물인 ‘숀’이 주인공 ‘윌’에게 전한 말”이라며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다시 회자했던 이 말을 닿을지 모르는 공간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를 당신에게 전한다‘고 했다.

아울러 류 의원은 “나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그러나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후 장혜영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것이다.

장 의원은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장(葬)’으로 치러지는 데 대한 불편함도 드러냈다. 장 의원은 “누군가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를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 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장 의원은 또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 방지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두 의원과 달리 정의당에선 배진교 원내대표와 심상정 대표가 잇달아 조문했다. 정의당 안에선 배 원내대표가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조문 후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풀뿌리 시민운동을 함께 했던 분이라서 말할 수 없는 비통함이 있다”며 “시민들과 함께 꿈꾸려고 했던 꿈들이 앞으로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성추행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나와 있는 게 없어서 입장 밝히기가 어렵다”며 “장례가 끝난 다음 처리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당에선 우선적으로 본인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애도와 조문을 할 계획”이라고 한 그는 “추후 상황은 발생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심 대표는 이날 오후 4시 빈소를 찾아 30분 가량 조문했다. 조문 후 심 대표는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온라인에선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 직원의 ‘신상털기’가 일파만파 커져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사이트에선 ‘비서실엔 총 O명이 근무, 이제 고지가 보인다. 찾겠다. 같은 여자로서 그분 참교육 시켜줄 것“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는 고소인을 찾아내 위해를 가할 것이라는 예고 글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해상 사이트는 ‘박원순 시장 소소인 관련 음해성 글 자제 요청’이라는 공지를 통해 “다소 격앙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현 상황에서 섣부른 상황 판단은 자칫 의도치 않은 실수나 오해를 범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소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 없이 올리기도 했다.

때문에 서울시 인권담당관에게도 가짜뉴스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 인권담당관은 “성추행 의혹 고소건과 전혀 무관한 직원의 사진이 해당 비서로 지칭돼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사진에 등장한 직원은 제기된 의혹과 무관하며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직원은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사이버수사대에 고소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공관을 나선 뒤 10일 새벽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이 숨지기 전인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했다. 이 사건은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사망함에 따라 수사가 중단되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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