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극단선택 후 둘로 쪼개진 여론..2차가해 우려는 '여전'

서혜림 기자,한유주 기자 2020. 7. 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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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혐의 진실 규명해야".."이미 죽음으로 답했다"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기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한유주 기자 = 극단적인 선택으로 지난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놓고 서울시나 정부 당국, 여당이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박 시장 고소인을 향해 사실상 '2차 가해'가 이뤄지면서 그의 성추행 혐의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다만 "죽음으로 이미 모든 것을 답했다"거나 고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보면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전날 올라와 이날 오전 11시20분 기준 37만3267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글에서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며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이어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며 서울특별시장이 아닌 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놓고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는 다수의 글이 공감을 사고 있다.

전날 한 트위터에는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이유로 성추행 사건을 덮으면 진짜 이 나라에서 살 이유가 없어진다'는 글이 올라와 7800번 이상 공유됐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정치인들은 그렇게 안타깝고 슬프면 박원순 성추행 고발 이대로 묻지 말고 자세히 수사하자고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글도 이날 트위터에 오른 뒤 100여명 이상의 공감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이며 11일 오전 11시 분향이 시작됐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분향소를 검소하게 마련했으며 화환과 조기(弔旗)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2020.7.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입장문을 내고 "박 전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말하기와 듣기에 동참하여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지만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박 시장은 2000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해 한일여성법정에 검사로 참여해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박 시장은 8일 서울시청 여성 직원에 대한 성추행 등으로 고소됐다"며 "이에 대한 조사와 수사 협조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하며 서울시는 과거를 기억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왜곡, 2차 가해를 멈춰야 한다"며 SNS상에서 박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해시태그로 '박원순 시장을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글을 SNS상에서 공유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시장 빈소를 찾은 그의 지인이나 정계 인사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예의를 지키자"고 하거나 사실상 두둔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박시장 조문을 마치고 나온 뒤 '당 차원에서 고인의 의혹을 대응할 지 묻는 기자의 말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호통을 쳤다.

다음 날 오전 장례식을 찾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전직 비서에게 고소 당한 사실과 관련해선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답했다고 본다. 그래서 조문한 것"이라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박 시장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청 소속 전 비서를 향한 도 넘은 신상털기와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2017년 비서 업무를 시작한 후 박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고소와 박 시장의 죽음이 관련있다고 보는 네티즌들은 SNS상에서 A씨로 유추되는 사진을 찾고 2차가해를 하는 등 악의적인 글들을 올리고 있다. 이에 경찰은 "온라인 상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해 사건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위해를 고지하는 행위에 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박 시장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서울 시청에 마련된 빈소에는 많은 정치재계 인사와 시민들이 그를 추모하는 발걸음을 잇고 있다.

suhhyerim77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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