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종의 의무'만 가득한 계약서..종이 한장에 노예된 선수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헛웃음이 납니다. 이런 계약서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고(故) 최숙현 선수가 몸 담았던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실업팀)의 선수계약서를 본 변호사는 기막혀했다.
경주시청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관리 내규에 따르면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임용(연봉)계약서 △입단지원서 △서약서 등을 작성해야 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헛웃음이 납니다. 이런 계약서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고(故) 최숙현 선수가 몸 담았던 경주시청 직장운동부(실업팀)의 선수계약서를 본 변호사는 기막혀했다. 선수들이 맺은 계약서는 ‘노예 계약’과 다름이 없었다. ‘을’인 선수의 의무만 수없이 나열돼 있고, ‘갑’인 경주시체육회의 권리는 사실상 무한했다.
경주시청에서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을 위탁받은 경주체육회는 올 4월 관련 내규를 개정했다. 하지만 최 선수가 맺은 계약서와 서약서 등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주시체육회장인 ‘갑’인 임용 계약서는 곳곳이 독소조항이었다. 계약의 해지 부분엔 ‘기타 갑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도 선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규정과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갑’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한다. 계약서의 해석도 ‘갑’에 따라야 한다. 말 그대로 ‘갑’의 명령이 절대적인 셈이다. 서약서에는 ‘계약자가 각종 행사 참석 요청 시 참여한다’라는 규정까지 있다.
트라이애슬론팀을 운영하는 통영시의 경우 운영 규정에 ‘복종의 의무’가 있다. 선수단원은 ‘소속 상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지시 및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고용은 언제든 중지될 수 있고, 선수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서울시는 우수선수로 영입된 선수가 계약기간 중 타팀으로 이적하면 지급된 영입(육성)비의 2배를 물어야 한다. 또 이적의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경기단체 및 산하기관의 규정이 아닌 계약을 우선시 해야한다.
실업팀 간의 이적을 막는 조항은 실업 연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실업육상연맹의 경우 올해부터 최초 실업팀 인단 선수의 계약 기간을 7년으로 못 박았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선수도 이적을 위해서는 팀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결국 국민인권위원회는 해당 조항을 바꾸라고 권고까지 했다.
이외에도 여러 자지단체에서 계약서의 해석을 ‘갑’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발견됐다. 최 변호사는 "계약서에 없는 것을 ‘갑’이 정한대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계약서에 없는 내용은 갑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따라야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동선수가 생계유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런 계약서를 받아들었을 때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운동선수도 운동 생활의 특성을 반영한 표준 계약서를 만들고 이를 선수들에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팔아서 남 좋은일 시킬순.." 강남 집주인, 전세 놓고 '존버'
- "고마워요" 웃으며 건넨 음료 마시고 쓰러진 할머니
- 진중권 "박원순 페미셀럽 성추행 1호, 정의로운 척 역겹다"
- "시신 찾았는데 기사 막았대"..선 넘은 지라시
- 윤석열 '수사지휘 수용'에 검사들 "15년전 악몽 떠올라"[검블리]
- 회 밑에 깔린 천사채에 곰팡이 '득실'…"덤터기도 쓸 뻔" 손님 부글 - 머니투데이
- "또 신고가!" 역시 믿을 건 대장주?…힘 빠진 증시 자극한 이 종목 - 머니투데이
- [단독]요즘 이런 문자 급증…"한번 걸리면 3094만원 털렸다" - 머니투데이
- "8만전자 찍고 더 간다" 개미들 환호…코스피 2800선 넘길까 - 머니투데이
- '010' 전화도 지인 문자도 믿지말라…둔갑술까지 쓰는 보이스피싱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