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조선인 학살 빗대 '코로나 배타주의' 경고

김윤나영 기자 2020. 7. 1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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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관동 조선인 대학살 당시 사진. 위키미디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1923년 관동(關東)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상황을 빌미로 배타주의가 횡행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마이니치(每日)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이런 일종의 위기 상황에서 예를 들면 관동 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는 등 일본 사회 내 위기의식이 커졌지만, 외국인 혐오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 것이다.

관동 조선인 학살 사건은 1923년 9월 1일 규모 7.9의 지진이 일본 관동 지방을 강타한 후 ‘조선인이 방화하고,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이유로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대량 살해한 사건이다. 희생자는 최소 2500명에서 많게는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내 진보적인 시민단체에 의해 매년 9월 1일 희생자 추도식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도쿄도(東京都)는 지난 5월 관동대학살 추도식을 주최하는 일본 시민단체 측에 ‘추도식에 마이크와 스피커를 사용하지 말라’는 서약을 요구했다.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추도식을 불허할 방침도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도쿄도 측은 지난해 추도식이 열린 도쿄 스미다구 요코아미초공원 근처에서 일본 극우단체가 맞불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라카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한 일방적인 소통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종의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렇지 않은 방식으로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했다.

무라카미는 코로나19 긴급사태가 발령됐을 때 음악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음악의 힘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성명(聲明) 같은 것은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감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길게, 강하게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시키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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