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나 볼 수 있던 '야광운' 헝가리까지 남하

이정호 기자 2020. 7. 1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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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이후 지상 80km 초고도 상공의 구름에 태양이 반사되는 현상
북극 하늘만큼 차가워진 공기 탓..인간이 배출 CO2가 냉장고 구실

[경향신문]

지난 5일(현지시간) 헝가리 북동부 도시 살고타르잔 하늘에 나타난 ‘야광운(Noctilucent clouds)’. EPA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밤 헝가리 북동부 도시 살고타르잔에 사는 시민들은 평소와 다른 하늘에 시선을 빼앗겼다. 밤중에 파란색과 흰색, 노란색이 실타래처럼 어우러진 구름이 하늘을 덮는 기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바로 ‘야광운(Noctilucent clouds)’이었다.

야광운은 높이가 대략 100㎞인 대기권 가운데 고도 10㎞ 아래인 ‘대류권’에서 생기는 일반적 구름과 다르다. 고도 80㎞ 주변의 ‘중간권’에서 나타나는 초고도 구름이다. 지평선 아래로 넘어간 태양이 높이 뜬 구름을 거울 삼아 반사돼 밤에도 환한 빛을 내는 것이다.

과학계에선 야광운이 생기는 조건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구름을 형성할 씨앗의 존재와 초저온이다. 대개 야광운을 만드는 씨앗은 지구 주변을 지나가던 운석이 부서진 가루다. 이런 가루는 우주에서 수시로 공급된다. 또 다른 조건인 극한의 추위는 중간권의 환경이 제공한다. 초고도의 중간권에서 영하 100도 전후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건 예삿일이다. 야광운이 생기는 건 대개 영하 120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이다. 같은 중간권이어도 북극권이 더 춥기 때문에 야광운은 북위 70도 이상 지역에서 주로 생긴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근 야광운은 북극권을 벗어나 남쪽 하늘에서도 잇따라 출몰하고 있다. 이달 야광운이 뜬 헝가리 살고타르잔은 북위 48도이며, 지난해에는 북위 40도 인근까지 야광운이 접근했다. 유럽우주국(ESA)도 지난주 “최근 몇 년 새 야광운의 발생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광운 발생 지역이 남쪽을 향해 넓어졌다는 건 해당 지역의 중간권이 북극권만큼 추워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중간권 냉각의 ‘유력한 용의자’는 누굴까. 지목되는 건 이산화탄소다. 이산화탄소는 대류권에선 온실가스이지만 고도가 훨씬 높은 중간권으로 올라가면 주변의 열을 빼앗는 냉매가스로 변신한다. 인간이 대기 중으로 꾸준히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일종의 냉장고 구실을 하면서 북극권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의 중간권 기온을 전보다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야광운의 발생 지역도 남하했다는 시각이다.

물론 과학계가 현재 확실한 증거를 쥐고 있는 건 아니다. 김정한 극지연구소 박사는 “고도 80㎞ 주변의 높은 대기권에서 기체를 직접 추출해 구성 성분을 정밀 측정하는 건 현대 기술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로 인한 중간권 냉각이라는 가설은 최근 지구의 기후변화 상황과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설득력은 커지고 있다. 김정한 박사는 “인간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이 야광운 확대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과학계에선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야광운의 남하 수준과 중간권 기온 변화와 같은 요소를 관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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