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도 착용률 25%..트럼프도 혀내두를 '노마스크 나라'

이민정 2020. 7.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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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술집·상점서 마스크 쓴 사람 없어
중앙 정부, 마스크 의무화 오락가락
전문가 "지금이라도 마스크 의무화해야"

7월 들어 영국 런던 거리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문을 닫았던 식당·술집·카페 등이 3개월 만에 문을 열자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온 것이다.

그러나 발 디딜 틈 없는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현지 언론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켜달라는 정부의 당부가 유명무실해졌다며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7월 4일 영국 런던 시내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술집과 식당들이 3개월 만에 다시 문을 열자 인파가 몰렸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서 낮은 마스크 착용률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중앙 정부의 오락가락 마스크 정책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4개 지역이 제각각 다른 조치를 내놔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중앙 정부는 최근 이틀 간격으로 '마스크 의무화' 입장을 번복했다. 시작은 보리스 존슨 총리였다.

존슨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지역구 상점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을 만난 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건 처음이다. 언론은 '노 마스크'를 고집하던 영국이 늦게나마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가 10일 마스크를 쓰고 잉글랜드 옥스브리지의 한 상점을 방문했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쓴 건 처음이다. [존슨 총리 트위터 캡처]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브 실장은 존슨 총리 내각의 실세다.

그는 1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양식을 믿는다"며 영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킬 것이라고 봤다. 이틀 사이 영국 중앙 정부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영국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혼란이 일었고, 정부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존슨 총리가 13일 또 다시 '마스크 의무화'를 거론했다. 존슨 총리는 마스크를 쓰고 런던 구급차 서비스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 생각에 상점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할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의 방역 효과를 간과한 결과가 일관되지 않은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영국 왕립학회 회장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은 CNN에 "영국 정부의 불분명한 마스크 정책이 혼선과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마스크의 방역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탓에 영국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감염병 자문위원인 바박 자비드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자비드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마스크 착용률은 미국보다 낮다"면서 영국과 다르게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마스크 사용 촉구로 마스크 착용률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나 홀로 노 마스크를 고수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1일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터 리드 의료센터에서 부상 장병들을 만나며 "나는 적절한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CNN은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는 개인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증거를 토대로 한 CDC의 설명과 안내가 마스크 착용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실제 영국은 코로나19 사태 초부터 마스크 착용을 두고 오락가락했다. 초반에는 방역 효과를 의심하며 착용 권고를 유보했다가 5월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힘든 곳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정식 지침을 내렸다.

이마저도 지역별로 달랐다. 스코틀랜드는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반면,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는 여전히 의무 사항이 아니다. 또 런던이 위치한 잉글랜드에서는 대중교통을 탈 때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

지역마다 정책이 다르다 보니 사람들의 마스크 착용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CNN에 따르면 런던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국 왕립학회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사 결과 4월 말 영국 내 마스크 착용률은 2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83.4%, 스페인 63.8%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6월 25일영국 남부 본머스의 보스콤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남부 본머스는 6월 중순부터 단계적인 봉쇄령 해제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저조한 마스크 착용 실태는 지난 4일 봉쇄령 해제와 동시에 가시화됐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영업 재개 후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다시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음주운전과 같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간주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스크는 많은 사람이 함께 써야 효과가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결정으로 돌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비드 교수도 영업 재개 이후 확진자가 증가세라는 점을 지적하며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 마스크의 효과성을 입증하고, 착용률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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