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침수피해 유발 부산 동천 범람은 '인재'.."폭우 당시 물길 막은 가물막이 제거 안돼"

황선윤 2020. 7. 1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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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낮 부산 도심 하천인 동천 범람
동구 범일동,남구 문현동 일대 대규모 침수
당시 동천에 공사용 가물막이 설치돼 있어
10일 낮 무렵 범람하는 부산 도심하천인 동천. 부산 동구

부산 도심 하천인 ‘동천’이 지난 10일 범람하면서 주변 동구 범일동과 남구 문현동에 대규모 침수피해를 일으킨 원인은 부산시가 수질 개선공사를 위해 물길을 막는 가(假) 물막이(이하 물막이)를 설치해놓은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동천 범람과 침수피해가 ‘인재’라는 뜻이다.

동천은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의 옛 성지곡수원지에서 발원해 동구 범일동·남구 문현동 일대를 거쳐 부산 앞바다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부산 동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9~10일 내린 폭우로 10일 오전 11시 40분쯤부터 낮 12시 10분까지 동천이 범람하면서 주변 도로와 주택가·공장·차량 등이 급속히 침수됐다. 이는 동천 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등에서 확인된다. 부산에는 지난 9~10일 이틀 사이 한때 시간당 58.3㎜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200㎜의 비가 내렸다.

하지만 당시 너비 45~50m인 동천에는 높이 4m, 길이 30m, 폭 15~20m로 물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이 때문에 급격히 불어난 물이 병목처럼 좁아지는 물막이 설치 지점에서 범람하면서 인근 저지대를 덮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산 도심하천인 동천이 범람하면서 자성대2 펌프장 전기설비(파란지붕)이 침수되고 있다. 오른쪽 위 10m가량 떨어진 동천에 가물막이가 설치돼 있다. 부산 동구

동구청 관계자는 “동천 일대가 저지대이긴 하지만 범람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범람과 침수원인을 조사한 대한토목학회 전문가도 1차로 물막이로 통수 단면이 좁아져 범람했다고 진단한다”고 밝혔다.

부산시 건설본부는 오는 9월 완공 예정으로 사업비 281억원을 투입해 동천 수질 개선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가 오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공기조절 밸브 설치공사를 했고, 이의 유실방지와 공사진행을 위해 물막이를 쳐놓은 상태였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비가 오기 전날 공사를 마무리했고 10일 오전 8시부터 11시 50분까지 물막이 해체 작업을 하던 중 비가 많이 내려 다 제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천 물이 급증하면서 물막이 쪽과 그 위 홍수방어벽이 없는 동천 하부교쪽에서 범람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전 11시 30분 부산 북항 기준 바다가 만조 상태로 해수위가 높아지면서 동천 물 빠지는 속도가 느렸던 것도 범람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천이 범람하고 인근 저지대 빗물이 동천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물막이로부터 10m 하류 동천변에 지상 50㎝ 높이로 설치된 자성대2 펌프장 전기설비가 침수돼 고장 났다. 이 때문에 펌프장 가동이 10일 오전 11시 58분부터 수리 완료까지 5시간 동안 중단됐다. 이 펌프장은 저지대인 동천 주변이 침수되면 1분당 300t의 물을 동천으로 빼내는 역할을 한다. 펌프장 전기설비를 높이 설치해 침수되지 않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도심하천인 동천 범람으로 발생한 침수 피해지역과 물막이 위치. 부산 동구

이와 관련, 동구청 관계자는 “2017년 7월 준공된 펌프장의 전기설비는 설계기준에 맞는 지상 50㎝ 높이로 설치됐다”며 “동천 범람의 가장 큰 원인은 통수를 막은 물막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동구청은 범람·침수 원인 조사를 위한 용역을 거쳐 인근 주민들의 피해보상 요구 등에 대응할 계획이다.

구청 조사결과 동천 범람으로 동구 범일동에서 주택·공장 70여건과 차량 50여대가, 남구 문현동에서 주택·상가 70여건과 차량 170여대가 침수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구는 주민센터를 통해 추가 피해조사를 받고 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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