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적자'소프트뱅크 ARM 매각설..애플 사면 삼성 치명타

김영민 입력 2020. 7. 14. 15:15 수정 2020. 7. 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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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4년 전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씨넷]

올 1분기 사상 최악의 적자(1조4381억엔·약 16조5000억원)를 기록한 일본 소프트뱅크가 4년 전 인수한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ARM)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ARM은 각종 칩셋 설계의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구조도)를 제작하는 영국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애플·퀄컴 모두 ARM의 아키텍처를 빌려와 스마트폰용 연산 칩(비메모리 칩)을 개발하고 있다.


부채위기 타개 위해 매각 가능성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함께 ARM을 상장(IPO)하거나 전체 또는 부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4년 전인 2016년만 하더라도 총 320억 달러(약 39조원)를 들여 ARM을 자회사로 인수했다.

당시 손 회장은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며 ARM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ARM은 지난해 5월부터 넉달 간 최신 아키텍처 공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중국 화웨이의 반도체 개발 역량에 타격을 주기도 했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자체개발 칩셋 '기린'은 ARM의 설계 IP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일단 유동성 확보가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올 들어 미국 통신사업자 스프린트의 지분(약 25조원어치)을 전부 T모바일의 최대주주인 도이치텔레콤에 매각했다. 지난 2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로부터 부채 비율 축소, 자사주 매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받은 직후다. 소프트뱅크는 총 410억달러(약 49조4000억원) 규모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줄일 계획이다.


애플 인수 시, 삼성 비메모리 전략에 타격
미국 현지에선 소프트뱅크가 ARM을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할 경우, 애플이 인수할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중앙처리장치(CPU), 5G 모뎀칩 등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애플이 자체 역량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팀 쿡 CEO는 지난달 애플개발자대회(WWDC 2020)에서 "14년 간 썼던 인텔 CPU 대신 ARM 아키텍처로 자체개발한 CPU '애플실리콘'을 탑재한 '맥'을 연말까지 발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1990년 ARM이 처음 창립했을 때에도 애플은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삼성의 최신 칩셋 '엑시노스990'. [사진 삼성전자]

IT업계에선 애플의 ARM 인수를 막기 위해 삼성이나 퀄컴이 견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ARM이 애플 휘하에 들어갈 경우, 이들은 매년 애플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시스템반도체 개발이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용 칩셋 '엑시노스'(사진)는 CPU는 ARM의 설계에 자체 개발을 더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RM의 '말리'를 그대로 쓰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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