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주춤했던 반도체 M&A 태풍 다시 몰려온다

박정일 2020. 7.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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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25조원 인수 추진
소프트뱅크도 ARM 지분 매각 등 고심
삼성 등은 존재감 없어.."주저하다 미래 뺏길수도"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가전쇼) 2020 행사장에서 모델들이 삼성전자와 하만이 공동 개발한 5G TCU(차량용 통신 장비)를 적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 2020'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사태에도 글로벌 반도체 인수·합병(M&A) 태풍이 또 다시 불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와 미래 에너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치열한 합종연횡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인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경쟁사인 '맥심 인티그레이티드 프로덕츠'를 약 210억 달러(약 25조원)에 M&A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올해 미국 내 최대 규모 합병으로, 합병 회사의 평가 가치는 68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합병은 아직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는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내년 중순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측은 이번 결합으로 ADI가 보유한 산업·통신·디지털 의료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맥심의 자동차·데이터센터 시장 경쟁력을 더해 아날로그 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와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전환 시대가 한층 더 가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관련, 이번 합병으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병이 성사되면 연 매출 82억 달러 규모로 덩치를 키워 현재 1위인 텍사스인스투르먼트(102억2300만 달러, IC인사이츠 작년 기준)에 이은 2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반도체 사업에서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은 ARM에 대해 매각 혹은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소프트뱅크의 이번 검토가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아직 논의 초기 단계라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창사 이후 최대 투자액인 320억 달러(약 39조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애플 등이 ARM을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적잖은 타격이 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여러 시스템반도체에 ARM의 설계를 활용하고 있어, 만약 애플이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는 매년 애플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소프트뱅크의 백기사로 나서 ARM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기소를 결정할 경우, 삼성의 백기사 참여나 M&A 가능성은 '제로'가 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잠시 위축했던 글로벌 반도체 M&A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수년 째 전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인텔이 스마트폰용 모뎀 사업을 약 10억 달러에 애플에 매각하기로 했고, 미국 마벨(Marvell)이 무선랜 사업을 네덜란드 NXP반도체에 매각하는 등 활발한 M&A가 이뤄졌다. 반면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와 SK하이닉스의 키옥시아(옛 일본 도시바 메모리) 지분투자를 제외하면 글로벌 M&A 시장에서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AI, IoT 등 반도체 신시장이 열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초반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합종연횡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로 우량 매물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만큼 머뭇거리다가는 미래 시장을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언스트앤영(Ernst & Young, EY)이 올해 2~3월 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 29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향후 1년 내에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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