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확진 판정"..광주공항서 항공기 이륙 지연 소동

진창일 2020. 7. 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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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 받은 확진자의 딸
오빠 전화받고 제주행 여행 중단하고 격리 요청
보건당국 지시 없이 가족들이 스스로 빠른 대처
귀갓길도 대중교통 안타고 "구급차로 이송 요청"

14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공항에서 이륙을 앞둔 비행기 안. 승무원들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을 다시 공항으로 돌려보냈다. 30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의 가족이 비행기에 타고 있어서였다.


비행기 세우고 홀로 귀가한 확진자 가족

14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공항 대기실에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날 오전 9시께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광주 170번 확진자로 분류됐다. 비슷한 시각 그의 딸은 광주공항에 있었다. 미리 계획해뒀던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다.

170번 확진자의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확진 소식 직후 여행을 떠나려 집을 나선 딸이 생각났다. 함께 생활한 딸도 밀접 접촉자이기 때문에 여행을 멈추게 하려고 오빠가 급히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딸이 탑승한 비행기는 이륙하지 않았다.

오빠의 전화를 받은 딸이 승무원에게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렸고, 항공사는 비행기에 탄 승객 180여 명 모두를 내리게 했다.


가족들 발 빠른 대처…접촉자 제주행 막아

딸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에게 아버지의 확진 소식을 알릴 때 가족들은 광주 북구보건소에 연락했다. "가족이 광주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조치해달라"는 전화였다. 만약 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온다면 또 다른 접촉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에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딸과 함께 간 일행 1명은 광주공항에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격리 조처됐다. 광주공항과 항공사 측은 비행기와 승객 방역·소독 작업을 마치고 오전 10시40분께 이륙을 재개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보건당국이 중간에 개입하지 않고도 확진자 가족들이 스스로 정확한 판단을 내려서 추가 접촉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처했다"며 "돌아오는 길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던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광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열흘 연장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을 열고 방역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오는 15일 종료 예정이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25일까지 열흘간 연장했다. 광주의 경우 다양한 장소와 모임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연장 배경에 대해 "지역감염 확산세가 수그러들고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전반에 넓게 퍼져 있고 주요 접촉자 및 방문자들도 늘어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 5일 광주광역시 북구 일곡중앙교회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라 출입통제를 알리는 행정명령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7일 이상 지역 내 확진 없으면 1단계 하향

광주시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하향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앞으로 7일 이상 지역 내 감염경로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0명을 기록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낮춘다. 혹은 민·관 공동대책위원회가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도 하향 조정이 가능하다.

지난 8일 광주광역시 북구보건소를 찾은 초등학생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기 전 사전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는 주요 감염경로로 지목된 광륵사와 광주사랑교회, 일곡중앙교회에 대해 집합금지 조치를 오는 29일까지 연장하지만, 시설폐쇄 조치는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산발적 집단감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금양오피스텔 내 다단계·방문판매 업체에 대해서는 오는 29일까지 시설폐쇄를 유지하기로 했다. 실내체육시설과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 집합금지 조치도 29일까지 연장한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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