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편집자-게임 유저가 합작해 만든 '15년 만의 역주행'

최윤아 2020. 7. 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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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마지막 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 낯선 책이 올라왔다.

하 편집자는 "게임 속 다른 캐릭터의 배경 신화에 관한 책도 추가로 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게임과 책의 거리가 아주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선입견을 깨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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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게임 캐릭터 길가메시 다룬 책 개정판 나오자
게임 유저 줄줄이 구매, 15년 만에 종합베스트셀러 3위

지난 6월 마지막 주 인터넷 서점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 낯선 책이 올라왔다.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휴머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2005년 초판이 나온 당시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책이 15년 뒤 표지를 갈아입고 돌아와 돌연 종합베스트셀러 3위까지 꿰차게 된 것. 말하자면 ‘15년 만의 차트 역주행’인 셈이다.

갑작스러운 역주행을 만들어낸 건 뜻밖에도 ‘게임’이다.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 속 인기 캐릭터 길가메시에 매료된 게임 이용자(유저)들이 실제 신화와 역사 속 길가메시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호기심을 품고 있다가 <…서사시> 개정판 출간 소식을 듣고 줄지어 이를 구매한 것이다. 지난달 15일 새로 출간된 이 책은 발간 한달도 안 된 13일 오전까지 무려 2100여부가 팔려나갔다. 고대 수메르 문명을 다룬 ‘고전’이 방송이나 유튜브 소개도 없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출판사와 서점은 ‘우연의 산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표지를 바꾼 ‘리커버’ 개정판을 내자고 출판사에 제안한 박태근 알라딘 엠디(MD)는 “새로운 고전을 발견해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취지로 리커버 프로모션을 해왔는데, 이 책도 그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신화’가 게임이나 판타지 콘텐츠에 배경으로 많이 쓰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길가메시가 이렇게 인기 많은 게임 속 캐릭터인 건 몰랐다”고 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 하빛 편집자 역시 “길가메시가 국내에서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국외에서는 관심이 높아 언젠가는 한번쯤 대세가 오지 않을까 막연히 예상한 정도였다”고 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막내 편집자 하빛씨(왼쪽)와 마케터 김수아씨가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개정판과 굿즈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모든 게 다 우연의 산물인 건 아니었다. 출판사와 서점이 합심해 제작한 기획상품(굿즈)인 열쇠고리가 독자의 지갑을 여는 열쇠가 되어줬다. 하 편집자는 “게임 유저들이 지닌 신화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기 위해 수메르어 설형문자로 ‘길가메시’와 ‘엔키두’(게임 속 또 다른 캐릭터)라고 쓴 금속 열쇠고리를 만들었다”고 했다. 박 엠디는 “구매자의 굿즈 선택 비율이 평소보다 훨씬 높아 추가 제작까지 의뢰한 상태”라며 “책값이 2만7000원이고, 3만원 이상을 구매해야 굿즈를 받을 수 있는데도 많은 독자가 추가 구매를 불사하면서까지 상품을 받아갔다”고 했다. 추가 구매 도서로는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신화> 등 신화 관련 책이 많았다고 한다.

트위터에는 책 구매자들의 ‘간증’과 ‘격려’가 속속 올라왔다. “여러분 <길가메쉬 서사시> 개정판 사세요. (…) 한국에 메소포타미아 신화 관련 책 멸망한 거나 마찬가지임.” “내 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오고 있는데 (배송) 하루 늦는 거야 뭐….” 그동안 엄숙하게 침묵을 지켜왔던 출판사도 호응했다. “여러분, <…서사시>가 종합 10위 안에 들면 막내인 하빛 편집자가 ‘페이트 그랜드 오더’ 게임에 입문하겠습니다!” 이 공약을 올리자마자 트위터 실시간 검색어에 ‘휴머니스트’ ‘막내 편집자’가 올라왔다고 한다.

하 편집자는 “게임 속 다른 캐릭터의 배경 신화에 관한 책도 추가로 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게임과 책의 거리가 아주 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선입견을 깨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출판사 휴머니스트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함께 제작한 <최초의 신화 길가메쉬 서사시> 굿즈. 휴머니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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