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조문거부 사과' 이후..정의당, 내홍 되레 격화
혁신위원 "혼란 가중".."탈당에 일일이 대응 말자" 의견도
[경향신문]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4일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사과했지만 오히려 내홍이 격화하고 있다. 젠더 이슈가 진보정치의 정체성 논란과 세대 갈등 발화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은 피해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 피해자에 대한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었던 것”이라며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들과 시민들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지난 10일 피해자에게 연대 의사를 표하며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고, 장 의원도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고 말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당초 정의당은 박 시장 사망과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모의 뜻을 먼저 전하고 조문 뒤에는 피해자 보호에 나서겠다는 목소리를 내기로 당론을 정했다. 하지만 두 의원 발언 이후 당원 탈당 사태가 빚어지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심 대표는 지난 13일 의원단 회의를 소집해 당 대응 기조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에서 추모와 피해자 연대를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뜻을 밝히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사과’ 표현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심 대표 입장에 대해 “두 의원 의사는 존중하지만 조문 거부에 상처받고 비판하는 분도 있으니 당 대표로서 그분들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대한 사건을 두고 애도 논평→조문 거부 메시지→대표 사과 등 혼선이 중첩되자 내부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심 대표 입장이 두 의원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은 여권 지지층 일각에 대한 사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홍명교 혁신위원은 “심 대표 사과는 불필요한 혼란을 키우고, 의도와 무관하게 류호정·장혜영 두 의원의 권위를 손상시키며, 혁신위원회를 허수아비 취급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홍 위원은 “심 대표의 갈팡질팡 메시지로 상처를 드려 혁신위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현안마다 발생하는 ‘항의성 탈당’에 당이 일일이 대응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 소속 이기중 구의원은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당한 분도 많았는데 그때와 다르게 이번에 발생한 탈당자들을 위로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심 대표 사과로 ‘도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진보정치에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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