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석탄 고용대책 빠진 '그린뉴딜'.. 일자리 전환 고민 필요" [기후위기 도미노를 막아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탄소배출 제로 위한 구체 목표 없어.. '기후악당' 꼽히는 韓, 메시지 내놔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전기차 의무판매 등 정책 뒷받침 필요.. 42조 투자, 韓 경제규모 감안하면 적어"
김상협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교수 "그린뉴딜, 기성세대 돈잔치돼선 안돼, 다음 세대 위한 몫 남기는 것도 '정의'" 하>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그린뉴딜’은 이렇게 정리된다. 세계일보는 ‘기후위기 도미노를 막아라’ 시리즈를 통해 환경문제가 경제를 도미노처럼 밀어뜨릴 수 있으며, 대응 과정에서 약자가 소외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 뉴딜은 과연 모두에게 이로운 ‘정의로운 전환’ 형태로 이뤄질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인 이유진 박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 이명박정부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을 지낸 김상협 카이스트 녹색성장대학원 교수에게 의견을 들어봤다.
―문 대통령이 그린뉴딜을 한국판 뉴딜에 포함할 것을 지시한 지 약 두 달 만에 종합계획이 나왔다. 어떻게 보셨는지.
홍종호 교수(이하 홍)=“전체적으로 재정투자 규모와 일자리 효과는 자세히 나와 있다. 그런데 탄소 저감 장기목표, 재생에너지 확대 장기목표, 이를 위한 각종 정책수단과 집행에 관한 내용이 빠져 아쉽다. 앞으로 전기요금 정상화, 전기차 의무판매제 등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5년간 총 42조원이라는 재정 규모도 비교적 약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역내 그린딜 투자 규모를 7년간 약 1000조원으로 발표했다. EU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의 대략 10배 정도 되니까 이를 감안해 우리도 100조원 정도 하면 어땠을까.”
이유진 박사(이하 이)=“미국은 ‘기후위기 대응과 미국사회 만연한 불평등과 차별을 해소하는 대안’, EU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이자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는 정의가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의 그린뉴딜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분명치 않은 것 같다. 또 지난달 1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된 내용에 뭐가 더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린뉴딜을 중장기전략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중장기 전략 아래 분명한 감축 목표가 있어야 하고 이걸 중심으로 에너지, 건물, 교통, 산업, 농업 전반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이번 발표에도 탄소중립이란 단어가 여러 번 나온다. 그런데 목표 연도가 없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18년 ‘1.5도 보고서’를 냈고, 미국과 유럽 각 나라에서도 2050년 넷제로를 해야 이번 세기 말 온도상승폭이 1.5도에서 안정화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이 기후악당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당연히 그런 메시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3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기술이 변할 수도 있고, 사람들의 위기의식이 더 높아질 수도 있고…. 2050 넷제로는 아주 디테일한 숫자와 내용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1.5도를 위해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김=“넷제로 선언 그 자체가 중요하진 않지만 목표설정은 중요하다. 이명박정부도 녹색성장을 하며 2020년 탄소배출량을 BAU(현 추세를 이어가는 것) 대비 30% 줄인다는 목표를 걸었다. 2010년 9%였던 온실가스 증가율이 임기 말인 2012년 0.4%로 내려갔다. 이 추세라면 2015∼2018년 증가율이 제로에 도달하리라 예상했는데 정부가 바뀌고 정책도 바뀌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홍=“에너지 전환정책을 내걸었을 때 어색함이나 거부감은 당연하다. 외국도 처음에 할 때는 어려워했다. 이걸 어떻게 설득해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풍력발전 이미 허가받은 용량이 10GW다. 그런데 현장 갈등으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이런 걸 패스트트랙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이런 사업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부양하고, 지역 중소건설업체와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해서 ‘아,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돈이 도는구나’를 보여줘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측면에서 봤을 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내용이 충분히 담겼다고 생각하는가.
이=“먼저 용어부터 정리가 안 됐다. 이번 발표에는 ‘공정한 전환’이라고 했는데,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는 원래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용어를 썼다. 내용 역시 새로운 산업에 관한 이야기만 있고, 석탄처럼 사라지는 부분에 대한 대책이 없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전환에 대해 정부의 깊은 고민이 보이지 않는 대목이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홍=“에너지전환은 일자리전환을 수반한다. 회색일자리가 녹색일자리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린뉴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고용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이다. 이날 발표에 구조적 일자리 상실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신규 일자리 창출만 언급하고 있다. 상실 일자리 규모도 같이 언급하면서 순증 일자리를 말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롭고 솔직하고 책임있는 자세다.”
김=“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은 박근혜정부로 넘어오면서 입 밖에 내선 안 되는 금기어처럼 돼버렸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정책이 이어지려면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법제화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회는 여당이 상임위원회를 독식한 상태에서 만장일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야당은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그린뉴딜은 국회의원의 문제도 아니고, 공무원 문제도 아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 다음 정부가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
홍=“정부가 바뀌더라도 큰 흐름은 안 바뀔 거다. 세계적 흐름이 그렇다. 물론 지금 현재 전략과 의지, 전문성 모두 미숙한 면이 있지만, 큰 틀에서 방향은 맞다. 이걸 거스르는 건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그린뉴딜을 없던 일로 되돌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정부가 두 달 만에 그린뉴딜의 모든 것을 그릴 순 없었으리라 본다. 이번 발표로 ‘그린뉴딜이 이것이다’라고 보기보다는 정책의 문을 열어놓고 논의를 더 확장해 가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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