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때문에 다른 '앱' 못쓴다고?"..킬 스위치 둔갑한 '페이스북 SDK'

김정현 기자,송화연 기자 2020. 7. 1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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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으로 로그인' 기능 때문에 페북 오류로 앱도 '다운'
피해는 이용자가 봤는데.."우리 책임 아니라 보상 어려워"
지난 10일 금요일 '앱 크래시'(앱이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고 강제종료되는 현상)의 원인은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Software Development Kit) 탓인 것으로 파악됐다. ⓒREUTERS=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송화연 기자 = #지난 10일 금요일, 고된 한 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김준우씨(31)는 '불금'을 맞아 치킨을 시켜먹기로 했다. 그러나 김씨가 단골 치킨 가게에서 주문을 하려고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앱)을 켰지만 앱은 실행 후 몇 초 만에 꺼졌다. 오류인가 싶어 폰을 껐다 켜기도 했지만 여전히 앱은 실행되지 않았다. 앱은 오후 10시가 돼서야 정상 작동됐다.

지난 10일 오후 7시30분쯤부터 애플 iOS 운영체제로 동작하는 아이폰·아이패드에서는 일부 앱들이 실행되지 않았다. 접속오류는 Δ네이버 Δ네이버 블로그 Δ바이브 Δ벅스 Δ배달의민족 Δ왓챠 Δ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다양한 앱에서 발생했다.

이같은 '앱 크래시'(앱이 정상적으로 실행되지 않고 강제종료되는 현상)의 원인은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SDK·Software Development Kit) 탓인 것으로 파악됐다.

◇페이스북 SDK가 뭐길래?

SDK란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때 사용하는 개발 도구를 말한다. 사용하는 프로그램 언어에 따라 자바(Java)를 이용한 SDK, 스위프트(Swift)를 이용한 iOS SDK 등이 있다.

구글, 애플 등 IT 기업들이 이같은 SDK를 제공 중이다. 페이스북 역시 SDK를 통해 Δ페이스북을 통한 로그인 Δ이용자 분석 ΔSNS 공유 등의 API 기능을 앱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페이스북 SDK의 경우, 페이스북이 지원하는 개발자 그룹이 전세계 76개국에 27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 개발자들이 이용 중이다.

페이스북 SDK가 이처럼 보편적으로 이용된 탓에 이번 오류의 피해자의 많았다. 문제를 겪은 건 국내 앱들뿐만이 아니었다. 해외 앱 중에서는 Δ틴더 Δ틱톡 Δ마리오카트 Δ핀터레스트 Δ스포티파이 등의 이용자들이 앱이 실행되지 않는 피해를 봤다.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기능을 넣은 벅스 뮤직 앱. 벅스 역시 지난 10일 접속할 수 없었다.(벅스 앱 갈무리) © 뉴스1

◇이용자가 안써도…'페이스북으로 로그인' 기능 넣었으면 문제 발생

업계에서는 지난 금요일 사태의 경우, iOS 운영체제에서 페이스북 SDK 중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기능을 탑재한 앱들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있다.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기능은 따로 정보를 입력해 회원 가입을 하는 대신 페이스북 아이디의 정보를 토대로 회원으로 등록하는 기능을 말한다.

문제는 이용자가 앱에서 '페이스북으로 로그인' 기능을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오류가 발생했다. 앱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앱이 페이스북에 로그인 되어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페이스북 서버와 통신하려 할 때 앱 크래시가 발생한 것.

페이스북 SDK를 이용해 개발된 앱들의 경우, 접속 불가 사태가 약 2시간30분쯤 지속됐다. 페이스북과 자회사인 인스타그램만이 오류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 로그인이 가능했다.

페이스북이 개발자를 위해 제공하고있는 페이스북 로그인 관련 SDK (페이스북 개발자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이용자는 불편 겪지만…페이스북·서비스 기업 "우리 책임 아냐"

앱에서의 문제로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었지만, 어느 회사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번 사태에 대해 "페이스북 SDK의 코드 변경 때문에 이를 이용한 몇몇 iOS 앱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며 "문제를 신속히 파악해 해결했고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도 페이스북 SDK 문제로 '앱크래시'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나 이용자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접속 오류가 발생한 서비스들 역시 '이용자 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보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민 앱에 접속을 하지 못한 원인이 배민 앱의 내부장애가 아닌 외부 서비스 연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며 "마땅한 보상안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배민이 내부문제로 주문오류를 일으킨 당시에는 피해보상을 했다.

다른 앱들 역시 접속 장애를 겪었지만, 마찬가지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 보상에 대해 공지한 곳은 없다.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 필진인 앱 개발자 길예르메 람보는 이번 사안에 대해 "구글과 애플 같은 회사가 모바일 앱 생태계를 독점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숨어있다"며 "(페이스북 같은) 서드파티 SDK로 인해 마치 '킬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앱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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