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가 자꾸 꿈에 나와"..성희롱 1년간 1200건

김유신 2020. 7.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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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1년..성희롱 여전히 만연
성희롱 80%는 회식·사무실서
공공기관, 민간기업보다 많아
과태료·기소 송치는 5% 그쳐
괴롭힘 진정건수 작년 4000건
여성·사회적 약자층 사각지대
직장인 A씨(29·여)는 지난해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인 유부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그는 A씨를 회식 장소에서 갑자기 따로 불러낸 뒤 "네가 자꾸 꿈에서 나온다"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너를 따라다녔을 것 같다" 등 말을 했다. 성적 굴욕감을 느낀 A씨는 회사에 바로 신고하고 싶었지만 불이익을 당할 것이 걱정돼 신고하지 못했다.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 1주년을 맞지만 직장 내 성희롱은 여전히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된 사건만 봐도 사업주가 괴롭힘의 주체가 될 경우 이를 방지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사건은 총 1233건이었다. 고용부는 남녀고용평등법 12조(직장 내 성희롱 금지), 14조(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14조의2(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방지) 위반과 관련해 진정 접수를 받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행정적 조치를 내린다.

접수된 1233건 중 행정 종결된 사건은 1105건으로 전체 사건 중 약 90%를 차지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합의를 하거나 사업주가 근로감독관의 사업장 시정명령에 따른 경우, 실태조사 결과 성희롱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던 경우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사업장에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사업주가 피해자 보호에 소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경우는 전체 진정 사건 중 5%였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약 1만명 중 8.1%가 최근 3년간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공공기관 재직자가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 경우(16.5%)가 민간 사업체(6.5%)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회식 장소(43.7%)와 사무실(36.8%)이 주요 발생 장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급자의 집무실 등이 성희롱 범죄의 우범지대인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김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개선을 위한 제도가 마련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 등 인권침해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직장 내 지위·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갑질행위 근절을 위해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고 올해 5월까지 괴롭힘과 관련해 고용부에 접수된 진정 사건 수는 총 4066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접수된 진정 사건 중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40건으로 전체 중 1% 수준이었다.

괴롭힘 유형을 살펴보면 폭언이 전체 진정 사건의 절반 가까이(48.7%)를 차지했다. 괴롭힘 목적의 부당인사(25.8%), 따돌림·험담(14.1%)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9일 국회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현장의 대응과 향후 과제를 파악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가 고용부에서 위탁받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뤄진 상담 내용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보육교사, 마트 종사자 등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종에서 상담 요청이 많았다. 플랫폼 노동자, 계약직, 인턴, 수습근로자 등 고용 형태상 사회적 약자 지위에 놓인 사람들의 상담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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