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숙현 폭행 혐의' 김규봉 전 감독, 선수들 상금에도 손댔나

허진 기자 2020. 7. 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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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을 포함한 폭행 가해자들이 선수들이 나눠 가져야 할 대회 상금을 가로챈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경주시청에서 활동한 복수의 피해선수들과 경북체육회 등에 따르면 김 감독과 주장을 맡았던 장모 선수는 전국체전 단체전 연패를 치하할 명목으로 나온 팀 시상금을 개인 계좌로 받은 뒤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는 배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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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전 3연패 이상부터 상금 지급
2017년 돌연 金감독 개인계좌로
단체전 선수들 상금 따로 못받아
경북체육회 "분배 안됐는지 몰라"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소명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내몬 김규봉 전 경주시청 감독을 포함한 폭행 가해자들이 선수들이 나눠 가져야 할 대회 상금을 가로챈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경주시청에서 활동한 복수의 피해선수들과 경북체육회 등에 따르면 김 전 감독과 주장을 맡았던 장모 선수는 전국체전 단체전 연패를 치하할 명목으로 나온 팀 시상금을 개인계좌로 받은 뒤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는 배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선수와 경주시청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선수 A씨는 지난 2016~2018년 전국체전 트라이애슬론 단체전 부문에서 3년 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팀이 대회 3연패부터 5연패까지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체전 3연패를 달성한 2016년부터 5연패를 차지한 2018년까지 경북체육회로부터 총 15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경북체육회가 단체전에서 3연패 이상을 달성한 팀에게 50만원의 시상금을 수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3연패를 달성한 첫해를 제외하고는 상금이 정작 선수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팀이 상금을 처음 받은 2016년만 해도 팀의 주장인 장모 선수뿐만 아니라 A씨와 최 선수에게도 상금이 돌아갔다. 당시 경북체육회가 단체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개인계좌로 상금을 송금했기 때문이다. 기여도에 따라 A씨와 장 선수에게는 20만원, 최 선수에게는 1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7년부터는 출전선수 개인계좌로 송금되던 상금이 돌연 김 감독의 계좌로 입금됐다. 2018년에는 장 선수의 계좌로 상금이 들어갔다.

경북체육회에 문의한 결과 단체전 연패 상금은 팀의 요청에 따라 입금받는 계좌를 변경할 수 있다. 경북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첫해에는 선수 개인계좌로 입금했다가 팀의 요청이 있어 2017년부터는 감독 개인계좌에 지급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통상 팀에서 요청하는 대로 입금해주는 게 관행이며 선수들에게 분배가 안 된 것은 몰랐다”고 밝혔다. A씨의 가족은 “시상금을 감독이 대표계좌로 받는 줄도 몰랐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혹시 몰라 당시 계좌를 살펴봤지만 상금이 들어온 내역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2018년 단체전에 장 선수·A씨와 함께 참가한 선수 B씨 역시 “단체전 연패를 하면 상금을 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는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김 전 감독이 선수들의 상금에 손을 댄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A씨는 2017년 열린 한 국제대회에서 5위를 기록해 선수 생활 중 처음으로 수상권에 들었다. 당시 상금으로 250달러가 나왔지만 김 전 감독은 팀을 위해 쓰겠다며 A씨가 받은 상금을 그 자리에서 갖고 갔다. A씨는 “당시 감독이 팀 전체를 위해 쓴다고 가져가니 별생각 없이 줬다”고 밝혔다. A씨 어머니는 “이후에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라며 “그간 드러난 행적을 보면 선수를 위해 쓰였다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2018년 속초에서 열린 전국해양스포츠체전 혼성릴레이 부문에 출전했을 때도 팀에 상금 200만원이 주어졌지만 선수들 누구도 받지 못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당시 폭압적인 팀 분위기상 누구도 이 같은 행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이 겪은 것과 같은 메달값 갈취 사례가 더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경제는 김 전 감독과 장 선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지방경찰청은 12일 김 전 감독과 장 선수의 주거지 및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물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경찰은 이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팀의 전현직 선수들을 폭행하고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팀닥터 안주현씨도 13일 구속됐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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