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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중 사외하청도 "계약일 조작"..구매직원 "위법 수천개"

송채경화 입력 2020. 07. 16. 16:16 수정 2020. 07. 17.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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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일감 위탁거래 문건 입수
사내하청 이은 '선시공 후계약' 정황
삼성 "협력사가 먼저 일해놓고
나중에 정산해달라 요구한 것"
협력사 "삼성이 작업 지시했다"
삼성직원 녹음파일, 위법 인지 담겨
"공정위에 갔는데 우린 안 건드려"
공정위 "신고 들어오면 철저히 조사"
그래픽_고윤결

삼성중공업이 협력사 티에스에스-지티(TSS-GT)와 일감 위탁거래를 하면서 작업을 시킨 뒤에 계약서는 나중에 작성한 정황이 확인됐다. ‘선시공 후계약’은 대표적인 부당 하도급 거래 행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티에스-지티 쪽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협력사는 지난달 25일 공사대금 20억원을 덜 받았다며 삼성중공업이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1조5천억원짜리 해양생산설비 시설 점거에 나선 바 있다.

16일 <한겨레>가 입수한 두 회사 간 작성한 작업합의서 등 문건에는 ‘선시공 후계약’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합의서의 서명 날짜(①)는 지난 1월30일로 돼 있으나 실제 서명을 한 날짜(②)는 3월11일이다. 서명한 시점을 숨기기 위해 해당 문서를 출력한 날짜가 찍힌 부분을 수정 테이프로 가려놓았으나 미처 가리지 못한 뒤쪽의 부속 서류에는 출력 시점이 3월11일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문건은 합의서 작성을 위해 삼성중공업이 티에스에스-지티에 건넨 것이다. 티에스에스-지티쪽 대리인 장진영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이) 3월11일에서야 합의서 사인을 받으려 해놓고 계약 날짜는 1월30일로 적었다. 사전에 합의서를 쓴 것처럼 꾸미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가 16일 입수한 삼성중공업이 협력업체인 TSS-GT와 맺은 작업합의서. 계약 날짜는 1월30일이지만 실제 서명 날짜는 3월11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쪽은 <한겨레>에 “해당 업무는 사전에 작업량이나 금액 등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작업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합의서를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면 교부가 뒤늦게 이뤄진 것을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작업의 특수성을 들어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서면을 발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이 법 3조3항에는 ‘위탁시점에 확정하기 곤란한 사항에 대하여는(…) 해당 사항(하도급 대금 등)을 적지 아니한 서면을 발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장혜림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작업을 실질적으로 착수한 날이 언제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사인을 한 날짜가 서면 발급 기준일이고 서면 발급은 작업 착수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쪽은 해명 과정에서 서면 발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는 티에스에스-지티 쪽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사전 상의 없이)자기들이 먼저 작업해놓고 나중에 ‘우리 이런 작업했으니 정산해달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티에스에스-지티의 김동주 대표는 “(추가 인력 등은) 우리가 넣은 게 아니고 삼성 쪽이 몇명을 넣으라고 얘기한다”며 “돈을 얼마 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가 임의대로 넣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이와 별개로 <한겨레>가 입수한 삼성중공업의 구매 관련 부서 직원과 티에스에스-지티 쪽 직원 간 대화 음성파일에는 삼성중공업이 이미 위법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담겨 있다. 지난 5월 녹음된 이 음성파일에서 삼성중공업 직원은 “솔직히 말해서 삼성을 구속해야지”라며 “내가 지금 (증거를) 가지고 있는 하도급법 어긴 게 몇천개인데…”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조사) 갔을 때 우린 안 건드렸다”며 “보통 협력사면 사내 협력사밖에 생각 안 하니까. 이번 (티에스에스-지티) 이슈로 하면 ‘아, 사외업체 관리하는 부서가 있구나’라고 해서 우리를 털겠지”라고 했다. 지난 4월 발표된 공정위 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다른 위법 사항도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에 하도급법 위반 등의 이유로 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발표를 보면, 공정위가 밝혀낸 삼성중공업의 2013~2018년 위법 행위는 사전 서면(작업합의서) 발급 의무 위반 행위가 3만8451건, 일방적인 단가 후려치기가 2912건에 이른다. 이 조사와 처벌은 음성파일에 등장하는 직원의 언급대로 ‘사내’ 하도급 거래만 대상으로 이뤄졌다. 장혜림 공정위 과장은 “사내 하도급업체의 신고를 받아 사내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던 것”이라며 “이번 사건 신고가 들어오면 사외 도급업체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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