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향신문

'불법 캠핑장' 전락한 경인아라뱃길..텐트·캐러밴이 도로변·주차장 점령

글·사진 박준철 기자 입력 2020.07.16. 20:30 수정 2020.07.16. 20: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인천시, 단속 안 해 무법지대

[경향신문]

지난 12일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경인아라뱃길 수변에 시민들이 텐트를 치고 휴일을 즐기고 있다(위 사진). 도로 옆엔 캠핑카들이 주차돼 있다. 이 역시 불법이다.

다남공원·아라파크웨이 등
곳곳마다 그늘막·해먹 치고
고기 굽는 등 취사도 버젓이

올해 여객·화물선 운항 ‘전무’
매년 관리비만 200억씩 축내

인천 앞바다와 서울 한강을 잇는 뱃길을 열어 수도권 물류 기능을 혁신하겠다며 2조6759억원을 들여 조성한 경인아라뱃길이 불법 캠핑장으로 전락했다.

휴일인 지난 12일 아라뱃길 북측 계양구 다남공원. 아라뱃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에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했다. 이 때문에 도로는 차량 한 대만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비좁아졌고 돌발사고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옆 주차장엔 캠핑카들이 자리잡았다. 캠핑족들은 차량 밖에서 그늘막과 해먹을 치고,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맞은편 도로 난간 아라뱃길 쪽 숲엔 ‘텐트촌’이 만들어졌다. 빈 공간마다 각양각색의 텐트들이 빼곡했다. 텐트족들은 휴대용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는 등 버젓이 취사행위를 하고 있었다.

서구 봉수마당 인근 아라파크웨이 주차장도 매한가지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아라뱃길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조성된 15.6㎞ 길이의 아라파크웨이 도로를 지나다보면 주차장은 캠핑카들로 가득해 차 댈 곳을 찾기도 힘들다. 나무와 다리 밑 그늘진 곳마다 텐트가 들어서 있다.

인천시는 경인아라뱃길의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해 2013년부터 낚시와 야영·취사를 금지하고 있다. 적발 시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나들이객들이 아랑곳없이 취사행위를 하는데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텐트와 캠핑카 외에도 아라뱃길 도로변과 주차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운행을 멈춘 관광버스와 덤프트럭들의 불법 주차공간이 돼버렸다. 아라뱃길 변에 있는 ‘서해5도 수산물 복합문화센터’에선 라이더 몇몇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술을 마시는 모습도 눈에 띈다.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자전거도로에선 ‘음주 라이더’들이 달리고 있었다.

2012년 개장한 아라뱃길은 길이 18㎞, 폭 80m, 수심 6.3m로 인천 서구∼경기 김포∼서울 강서구를 잇는다. 당초 홍수 예방을 위한 굴포천 방수로 공사로 시작됐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도권 물류 기능을 혁신한다며 한강과 연결되는 ‘경인운하’로 건설했다. 그러나 수요예측 실패로 화물 처리 실적은 당초 목표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장 9년째인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배가 한 척도 뜨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는 이곳을 관리·운영하기 위해 매년 100여명의 직원을 두고 200억원을 투입, 예산만 축내고 있다.

환경부는 아라뱃길의 물동량이 저조한 데다 사회적 협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권의 입맛에 의해 추진됐다는 국토교통부의 권고에 따라, 2018년 효율적 운영을 위한 공론화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 22차례 심의를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책권고안을 만들 예정”이라며 “아라뱃길의 물류 기능은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포토&TV

    실시간 주요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