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물난리, 언제까지 하늘 탓만"..주민들의 분노

서효정 기자 2020. 7. 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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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부터 내린 비로 남부지방이 물에 잠겼습니다. 두 명이 숨지고 곳곳이 무너졌는데요. 기상청은 평소 이맘때 오는 만큼의 비가 왔다고 하는데 피해가 예상보다 큽니다.

왜 그런 건지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가 현장으로 가봤습니다.

[기자]

취재진은 남부지방으로 향했습니다.

차 안에서도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합니다.

[시간당 10mm 안팎의 다소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습니다. 비와 강풍 피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저희가 급히 서울을 출발해서 가고 있는데 빗줄기가 강해서 지금도 비가 많이 와서 앞이 잘 안 보일 지경입니다.

5시간을 달려 도착한 부산의 한 마을, 대로변에 폴리스라인이 쳐있습니다.

벽이 꽁꽁 묶여 있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사방에 떨어져 있습니다.

날이 밝은 뒤 다시 와봤습니다.

빈 집이 무너진 현장입니다.

낮에 보니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폐가가 무너져 내린 곳을 방수포로 덮어놨는데, 안 덮인 곳도 상당히 많이 있어서 또 다시 지난번처럼 비가 많이 내리면 추가 붕괴 우려도 있어 보입니다.

마을이 경사가 진 곳에 있어서 붕괴 사고가 나면 다른 집과 통행로를 덮칠 수 있습니다.

[채상학/인근 주민 : 사람이 불안해서 못 산다고. 이래 가지곤 안 돼. 금이 다 갔기 때문에 옛날에 철거했어야 돼.]

이곳은 사람이 안 산 지 꽤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안전조치 없이 방치됐습니다.

[부산 서구청 관계자 : 건물 하나하나 속을 다 보고 이렇게까지 파악되는 상황은 아니니까…]

주민들의 불안 호소에 구청은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시내 곳곳에선 아직도 복구 중인 모습이 포착됩니다.

[복구작업 관계자 : 전력구 침수돼서 복구작업입니다.]

고압 전선이 매설된 전력구가 물에 잠겼다는 것입니다.

[복구작업 관계자 : (전력구에 물이 들어가도 돼요?) 원래는 안 되죠.]

누전이나 정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입니다.

침수 피해를 키운 것은 범람한 동천입니다.

취재진이 동천 주변에 차를 대자 주민이 달려나옵니다.

[이쪽에 ○○상사 지하에 있는 거 통째로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물은 지하창고까지 치고 들어왔습니다.

[양옥란/29년 차 상인 : 여기까지 들어왔어. 아예 문이 다 휘었잖아요. 물이 밀고 들어와서.]

비가 온 지 3일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물이 가득 차 있어서 걸을 때마다 첨벙첨벙 소리가 납니다.

검은색 물질들은 하천에서 물과 함께 떠내려온 물질들인데 가까이 가면 악취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여기 원래 주방용품을 적재해 놓는 창고였거든요.

그런데 이 물건들을 보시면 진흙이 그대로 덮여 있어서 도저히 팔 수가 없어 보입니다.

안쪽으로 한번 들어가보겠습니다.

안쪽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한데요.

박스들이 원래는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물살이 얼마나 셌는지 완전히 난장판이 돼 버렸습니다.

천장에도 박스가 붙어있는 걸 보면 당시의 물살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상인들은 장사가 불가능합니다.

[서세영/10년 차 상인 : 다 젖었죠. 안에 있는 거 전부 다 폐기처분해야 돼요. 바닥까지 다 젖었죠. 안에 있는 거 다 폐기처분해야 되고…]

아파트 주민들도 물이 허리 높이까지 차는 재난을 당했습니다.

[홍순분/자성대아파트 주민 : 119에 전화해도 전화를 안 받는기라. 3번 하니까 '나오라' 하더라고. 문이 안 열리는데 어찌 나가노. 우리 아들이 '네들이 와서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해라' 욕을 하니까 그제야 오더라고.]

4년 전 태풍 차바 때와 같은 상황이지만 바뀐 게 없습니다.

집집마다 현관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악취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 집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환풍기까지 24시간 돌리고 있는데요.

여기는 이렇게 옷장도 열어놨습니다.

이게 이 안의 옷에 배어있는 냄새를 빼기 위해서입니다.

[홍순분/자성대아파트 주민 : 화장실이 물이 이만큼 찼어. 이쪽으로 들어오니까 화장실 변기 통이 터져 나와. 옷이 다 젖어서 서랍에 물이 들어와서…]

구청이 해놓은 건 배수펌프와 무릎 높이까지 오는 차단막이 전부입니다.

그마저도 배수펌프는 고장 났고 차단막은 아무 역할을 못 했습니다.

하지만 구청은 이것도 돈을 들여 해준 거라고 말합니다.

[부산 동구청 관계자 : 원래 아파트 사유시설이니까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 되는 거거든요. 우리가 다 사주고 다 설치해주고 다 합니다, 암튼.]

주민들은 믿을 곳이 없다고 호소합니다.

[홍순분/자성대아파트 주민 : (구청에선 뭐래요?) 몰라, 아무도 와보지도 않아. 입구에서 이야기하고 가지, 안에는 아무도 안 들어와. 대충 사진에 나올 그것만 하지…]

콩을 심어놓은 밭 곳곳에 아직도 물이 흥건합니다.

전북에서는 몇천 평이 넘는 평야가 물에 잠겼습니다.

[남두희/콩 재배 농민 : (흉관을) 깊이 안 묻고 대충 해놓고 차만 다니게 해놓으니까 여기서부터 물이 안 내려가 버렸어요.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요.]

이번 비로 전국에서 2명이 숨지고, 건물 15동이 침수됐습니다.

비 예보는 이번 주말에 또 있습니다.

비가 이틀 내렸다고 사방이 무너지고 넘친다면, 누가 안심하고 살 수 있을까요.

왜 대비가 제대로 안 됐는지 짚어볼 차례입니다.

주민들의 고통은 뉴스가 나가고 있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VJ : 최진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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