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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면 누군가 잡혀간다..자유 홍콩 사라져, 이젠 中도시"

박성훈 입력 2020. 07. 17. 05:00 수정 2020. 07. 1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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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현지인이 전한 '보안법 이후'
홍콩 시민들이 반환 23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 1일 보안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 홍콩은 사라졌다. 두렵다기 보다는 슬프다."

홍콩 보안법 시행 16일째, 홍콩인들의 우려는 빠르게 현실이 됐다. 미국이 홍콩에 주던 특별지위를 박탈하자마자 뉴욕타임스(NYT)가 현지 디지털 뉴스 조직을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이어 투자은행(IB) 도이치방크의 새 아시아 최고경영자(CEO)가 사무실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기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1~12일 홍콩에서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당초 예상을 넘는 61만3천명의 시민이 투표에 참여해 범민주진영 단일 후보를 결정했다. [EPA=연합]


현지에선 '정보'와 '돈'이 자유롭게 흐르던 국제도시 홍콩이 한순간에 중국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곳으로 변했다는 상징적인 신호로 여긴다.

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이들도 속속 늘고 있다. 15일에는 뤄젠시(羅健熙ㆍ36) 홍콩 민주당 부주석이 갑자기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11월 홍콩 이공대 시위 현장에 참석했다는 죄목이다. 초중고 유치원 교사 100명이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교사 자격을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상황을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두 명의 홍콩인을 인터뷰했다.


“예비선거, ‘마지막 민주선거’라 생각...의지 잃은 건 아니다”

홍콩에서 태어나 현재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는 대니 로(가명ㆍ34)는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우리가 의지를 잃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안법을 우려해 익명으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 응했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대니 로(가명ㆍ34)는 홍콩의 변화에 “예상은 했지만 막상 변화하는 모습을 보니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독립 슬로건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잡혀가는 걸 보며 두려움이 커졌다"면서 "보안법 시행 후 홍콩은 중국이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홍콩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지난 11~12일 치러진 예비선거를 도왔다. 홍콩 범민주진영이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미리 단일 후보를 뽑는 선거였다. 그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운동 방식이 바뀌고 있지만 우리가 의지를 잃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비선거에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보안법 반대 여론 때문인가
=어떻게 보면 이번이 마지막으로 민주 선거를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런 생각에 예비선거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에 61만 명이 참여했는데 2016년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얻은 표를 전부 합쳐도 19만 표였다.

-중국 정부는 예비선거도 보안법 위반이라고 했는데
= 그것 때문에 예비 선거를 주도했던 전 입법회 의원 1명이 떠나기도 했다. 이 분도 반중 시위를 적극적으로 했었는데 아무래도 압박감이 컸던 것 같다.

- 9월 입법회 본 선거에서 변화가 생길까.
= 예비선거 후보자 중 다수가 정식 선거 신청 때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조슈아 웡도 지난해 보선에 출마 신청을 했지만 당 강령인 ‘민주자결’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래서 이번엔 개별적으로 출마한 사람들이 많다. 과반이 목표긴 하다.

로씨는 자신을 ‘본토파’라고 했다. 홍콩에선 입법회 민주당 지지자를 ‘민주파’, 홍콩 자유를 수호하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을 ‘본토파’라고 구분해 부른다고 한다. 다만 현재 보안법 국면이 ‘친중파’와 ‘친중파가 아닌 파’로 나뉘어 있어 반중파간 단결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 시위가 줄어든 것 같다.
= 법으로도 못하게 하고 코로나19 때문에 하더라도 경찰에 잡힌다. 쓸데없이 잡혀가지는 말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잡히면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나니까. 그렇다고 우리가 의지를 잃은 건 아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시위보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 운동 방식이 바뀐 건가
= 시위를 막으니 어쩔 수 없이 SNS로 가게 됐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주로 쓴다.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세계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거다. 집회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을 때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 민주파 정당들도 해체됐는데.
= 중요한 건 사람이다. 경찰이 들어오면 자료가 노출되는데 그러면 정당원들을 보호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미리 해산했고 자료도 미리 폐기했다.

- 아예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도 많은가.
= 영국 해외 시민 여권(BNO)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97년 7월 1일 이전에 BNO를 받은 적만 있으면 신청할 수 있다. 영국 정부에서 부모가 BNO가 있으면 자녀에게도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나이 든 분들이 많이 신청하고 있다. 대만은 투자 이민을 해야 되니까 돈이 없으면 갈 수 없는데 BNO는 돈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다.

- 중국 정부는 270만 명이 보안법에 찬성했다고 하는데
= 서명을 받을 때 신분증 확인도 안 했다. 한 사람이 10개씩 사인하는 걸 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주변엔 반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믿기 어렵다.


"슬프지만 홍콩 떠나고 싶진 않아...'백지' 시위, 시민들 시위 방식 바뀌었다"

직장인 캐시 천은 인터뷰에서 "자유롭던 홍콩이 중국 본토와 같아졌다. 두렵다기보다 슬프다"고 말했다.

두번째 인터뷰한 캐시 천(23)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태어났다. 거리 시위에도 몇 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최근 취업한 그는 "최근 상황이 너무 슬프지만 그렇다고 홍콩을 떠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 보안법 시행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 자유롭던 홍콩이 중국 본토와 같아졌다. 우리를 압박하는 방법도 훨씬 강해졌다. '자유 홍콩'(Free Hongkong)이 쓰인 옷만 입어도 체포될 수 있다. 10대들까지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일상에서도 두려움을 느끼나.
= 두렵다기보다 슬프다. 홍콩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게. 반환협정 당시 약속한 자치 기간(50년)에서 27년을 잃었다.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홍콩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지난해 치열한 시위를 벌였지만 결과는 보안법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싸워온 걸까 하는 허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투쟁은 홍콩인들의 정신을 보여준 것이어서 가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보안법 때문에 사람들이 요즘 시위에 안 나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항의는 계속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1일 시민들은 경찰 체포를 피하기 위해 '5대 요구' 대신 '백지'를 들기도 했다. 사람들이 다른 방법으로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교민도 조심중...미국 제재에 한국 기업 피해갈 수도"

류병훈 홍콩 한인회장은 "미국의 행정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피해를 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콩 거주 한국 교민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999년부터 21년째 홍콩에 거주해 온 류병훈 홍콩 한인회장은 “특별히 교민들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다들 조심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에 우리 기업에도 피해가 갈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홍콩이 위태로워 보인다
= “보안법도 문제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서 요즘은 그게 더 큰 이슈다. 식당들도 문을 닫고 배달만 해준다. 쇼핑몰도 텅텅 비었다. 저녁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 보안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은
= 가장 큰 건 시위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조심하는 분위기다. 말조심, 행동 조심. 인터넷에 올린 거 지우자는 얘기도 나오고.

- 교포들에는 영향이 없나
= 보안법 자체의 영향은 크지 않다. 사업이 위축되지 않나 우려는 있지만 중국에도 우리 교포가 수십만 명 살고 있고 다 잘 지내고 있으니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지켜보고 있다.

- 홍콩에 한국 분 얼마나 있나
= 영주권자가 올 1월 기준 1만 명 좀 넘고 워킹(working) 비자 받은 사람이 6000명, 재외동포 중 다른 나라 국적 사람 포함해 대략 2만 명 정도로 본다.

- 미 정부의 제재가 영향을 줄 수 있겠다
= 아무래도 그걸 이용해서 수입ㆍ수출했던 사람들이 걱정은 하고 있다. 현재 관세가 없다 보니 중국에서 만들고 홍콩서 일부 가공을 하면 관세 없이 수출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미국이 홍콩 통관절차를 중국 본토와 똑같이 적용한다고 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다른 분야는 어떤가
= 관광업이 제일 타격이 커서 1000명 정도의 한국인 가이드 대부분 전업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갔다. 작년 시위부터 코로나까지 거의 1년간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나마 잘 되는 게 식품 유통업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외식 문화가 줄어들고 하니까 한국 농수산물이 홍콩에서 인기다.

- 한국으로 돌아오거나 다른 나라로 떠나려는 움직임이 있나.
= '탈출 러시' 같은 분위기는 없다. 오래 산 분들은 더 그렇고. 홍콩의 장점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 아직 싱가포르에 비해 홍콩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이 커서 IPO(기업공개) 관련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 직업군들도 홍콩을 포기하고 싱가포르로 넘어가려고 할지는 의문이다.

- 보안법이 홍콩 역사의 분기점이라고 하는데
= 홍콩엔 언론의 자유가 있다. 하고 싶은 말은 할 수가 있다. 그래서 그동안 홍콩이 중국 땅인지 구분이 잘 안 됐는데 이번에 확실히 각인되는 것 같다. 사실 보안법 이전에 국기법, 국가법 통과 때부터 이미 시작됐다. 주요 행사 때 국기를 게양해야 하고 국가를 연주하고 불러야 한다는 건데 초·중·고등학교도 반드시 하라고 돼 있다. 결국 중국인이라는 기본 교육을 해야 한다는 건데 이제 정말 홍콩이 중국이 되는 거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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