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옵티머스 경영권 다툼에 국가기금 700억이 흔들렸다

김기정 2020. 7.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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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748억원을 투자하고 이를 거둬들인 계기가 이혁진 전 대표의 제보 때문이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전파진흥원의 투자 유치 당시엔 옵티머스 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이후 경영권이 박탈됐다. 미래통합당에선 “옵티머스 전ㆍ현직 대표의 경영권 다툼으로 700억원이 넘는 국가기금이 자의적으로 쓰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설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2018년 3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쫓겨났었다며 그 근거로 제시한 사진. 사진 이 전 대표 제공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기부는 2018년 초 이 전 대표로부터 “사모펀드 운용사 옵티머스가 전파진흥원으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모 건설사 경영권 확보를 위해 불법투자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받았다. 전파진흥원은 기금 관리 및 방송통신콘텐츠 진흥, 전파 서비스 제공 등을 하는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이 전 대표는 전파진흥원의 기금 투자 유치 당시엔 대표직을 맡고 있었지만, 자신이 영입한 김재현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가 2017년 7월부터 사실상 회사 경영에서 배제됐다. 이듬해 3월 21일엔 옵티머스 주주총회에서 강제로 쫓겨났고, 그다음 날 베트남으로 출국해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행사 장소를 찾았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회사 강탈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베트남을 찾아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만난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과기부 제보도 이 시기를 전후해 이뤄졌다.

이와 관련, 통합당 사모펀드 비리특위 위원인 강민국 의원은 “옵티머스 전ㆍ현직 대표의 경영권 다툼으로 700억원 규모의 국가기금이 함부로 사용됐다”며 “국가기금의 운용 및 관리에 사각지대가 없었는지 금융당국의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5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사 앞에서 펀드사기 피해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 전 대표의 제보로 감사에 착수한 과기부는 전파진흥원이 방송통신발전ㆍ정보통신진흥기금 2500억원 가운데 748억원을 2017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옵티머스에 투자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돈은 옵티머스를 통해 투자 부적격 회사로 분류된 A건설에 342억, B건설로 406억원이 흘러 들어갔다.

또 과기부는 사모펀드 투자의 경우 원금이 보장되지 않아 엄격한 제안서 평가를 통해 운용사를 결정해야 하는데, 전파진흥원은 이 같은 내부지침을 지키지 않고 투자를 결정해 옵티머스에 일종의 특혜를 준 것으로 규정했다. 실제로 중앙일보가 확인한 2017년 6월 옵티머스의 상품 제안서는 표지와 마지막 장을 포함해 파워포인트 10장에 불과했다. 전파진흥원은 또 사모펀드를 통해 자산을 운용할 경우 내부 지침에 따라 계약서에 ▶기금 운용대상 및 방법 ▶기준수익률 ▶위험허용한도 ▶성과측정 등을 담아야 했지만, 이를 모두 어겼다.

전파진흥원의 투자는 옵티머스가 세를 불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는 평가다. 전파진흥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한달 뒤인 2017년 6월 5일, 대신증권을 통해 옵티머스 레포펀드 1호에 72억5000만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22일까지 모두 748억원의 기금을 투자했다. 증권가에선 공공기관의 대규모 투자로 옵티머스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옵티머스의 5000억 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오현철)도 전파진흥원의 이 같은 투자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 전파진흥원으로부터 투자 감사보고서 및 관련자 처분 내용 등이 담긴 자료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김기정ㆍ나운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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