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②] 종료 닷새 앞두고 '용역 중단'..공사 재개했다 과태료까지

민소영 2020. 7.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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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 기사][비자림로①] “법정 보호종 없다”던 소규모환경영향평가…최종 보고서 봤더니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는 2년 사이 3차례나 중단됐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주도에서는 확장 공사를 반대하는 도민과 찬성하는 도민 사이 갈등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3차례나 중단된 비자림로 확장 공사,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비자림로 공사는 왜 '3번'이나 중단됐나?

제주 구좌읍 송당리 비자림로 확장을 위해 첫 벌목이 이뤄진 건 2018년 6월. 제주도는 비자림로 도로건설사업 착공에 들어갔으나, 당시 공사 사실을 처음 알린 KBS제주의 단독 보도가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면서 뜻밖의(?) 난항에 부딪힙니다.

비자림로 주변 삼나무들이 하루에 수백 그루씩 무참히 잘려나가면서 도로가 마치 좀먹은 것처럼 패인 장면은 '청정 자연환경'의 대명사인 제주의 이미지를 한순간에 깨뜨리는 듯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길은 제1회 대통령상 수상에 빛나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될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했던 탓에, 벌목 공사는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되죠.

숲이 울창했던 비자림로의 공사 전·후 사진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되자 전국에서 여론이 들끓었고, 깜짝 놀란 제주도는 그해 8월 공사를 일시 중지합니다. 1차 공사중단입니다.


여론 반발과 마주친 제주도는 설계 변경 등을 거쳐 그해 11월, '아름다운 비자림로 조성' 방침을 결정해 발표합니다. 공사는 이듬해인 2019년 3월 재개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 번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사 구간 일대에서 팔색조와 맹꽁이 등 법정 보호종 생물이 환경단체와 시민들에 의해 잇달아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공사 중 발견된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에 '중단 명령'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그해 5월 다시 공사에 제동을 겁니다. 이어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인 '환경저감대책', 즉 '공사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이를 이행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2차 공사 중단입니다.


비자림로 공사는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해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이었는데요. '보호할 게 없다'는 결론을 낸 이 보고서에도 '단서'가 하나 있었습니다. 추후 공사 중에 법정 보호종 등이 발견될 때 환경 영향을 줄일 '저감대책'을 마련하도록 제주도와 환경청의 협의가 있었죠. 이 협의를 근거로, 이번에 반 년가량 생태조사를 추가로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환경청의 이행 명령 조치에 따라 제주도는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비자림로에 서식하는 법정 보호종 등에 대해 정밀 조사를 합니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여기서도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 4명 등 8명이 조사에 참여합니다. 제주도는 이렇게 조사한 데이터를 토대로 보호 대책 등을 포함한 환경저감대책을 세워, 7월 영산강환경유역청에 이를 제출합니다.


그러나 그해 9월, 환경청은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저감대책을 검토하더니 이를 보완하라고 요구합니다. 멸종위기 동·식물 등이 발견된 1구간과 3구간에 대해 추가 생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죠. 이 때문에 제주도는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팀에 의뢰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이 일대에서 추가 정밀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사 재개했다가 과태료 500만 원 통지받은 제주도

공사가 일시 멈추고 1, 3구간에서 생태조사가 진행되던 사이,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제주도는 2구간(제2대천교~세미교차로) 공사와 관련해 협의를 이어갑니다. 상대적으로 보존 가치가 낮다고 판단한 2구간에 대해 도로 폭 축소, 제한속도 설정 등 양측에서 저감대책 논의가 오갔습니다.

제주도는 올해 5월 27일, 2구간에서 벌목을 재개합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영산강환경유역청이 다시 제동을 걸고 나섭니다. 3차 공사 중단입니다.


한 달 뒤인 6월 22일, 환경청은 제주도의 이 공사 재개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라며 과태료 500만 원 부과를 통지했습니다. 환경저감대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환경청 입장인데, 제주도는 이의가 있다며 환경청에 의견서를 제출한 상황입니다.

비자림로 시민모임 등은 앞서 지난달 16일, 비자림로 공사를 재개한 제주도에 대해 시민 7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제주도가 그간 3차례나 공사를 중단하면서 행정력을 낭비했고, 도로 건설 대안 검토도 허술해 예산이 허투루 쓰였으며, 지난 5월엔 환경영향평가법을 위반하면서까지 공사를 강행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비자림로 공사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번 추가 생태 조사의 출발은 부실했던 2015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착공 전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선 '없다'던 법정 보호종 동·식물이 착공 이후 잇달아 관찰되고, 환경청과 제주도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따라 제주도는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해 제출했죠. 그러나 환경청이 다시 이 대책을 보완하도록 요구하면서 이번에 1, 3구간에서 정밀 조사가 한 번 더 진행된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제출된 최종보고서, 제주도는 "용역 과업을 중지한 상태"라며 "최종보고서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제주도 "최종보고서 아니다"…돌연 '용역 중단' 배경은?

KBS제주 취재팀은 조사 용역 종료 예정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연구팀이 조사자 의견 조율이 마무리된 최종보고서를 발주기관인 제주도에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보고서를 입수해 이달 7일 처음 보도했는데요.

그 사이에 용역을 맡은 제주대 산학협력단과 제주도 사이에 약간의 소통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제주도는 최종보고서를 지난달 30일 연구진으로부터 받기 닷새 전, 용역 기관인 제주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중단한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연구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연구팀은 예정대로 30일까지 과업을 마무리하고, 최종보고서를 제주도에 제출한 것입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현재까지는 제주도가 앞서 최종보고서 초안을 받은 뒤 '최종보고서 세부 검토'를 이유로 용역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주도는 용역 종료일을 앞두고 갑작스레 중단한 사유에 대해서는 취재진에게 말할 수가 없다며, 이달 안으로 환경청과 환경저감대책 협의를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용역 중단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현재 제출한 최종보고서에서 달라질 결론은 없다며 사실상 최종보고서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지적사항 반영하며 공사 진행"

최근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4일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비자림로 공사와 관련해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요.


환경청과 협의 없이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재개해 과태료를 물게 된 점에 대해서 원 지사는 "현재 법률특보를 통해 상황을 점검 중"이라면서, "담당 부서는 (환경청과) 협의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감사 문제나 과태료 문제가 나오고 있다. 이를 들여다보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바로잡을 것은 시정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이번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비자림로 확장·포장 공사의 환경저감대책을 마련해 환경청과 협의한 뒤 이행해야 합니다. 지난 5월 먼저 공사를 재개했다가 하루 만에 환경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 통지만 받았던 제주도가, 용역을 중단하면서까지 어떤 환경저감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주민들의 생활 도로로, 또 드라이브 명소로 사랑받는 도로인 데다가 희귀 동·식물이 다수 확인되는 생태 보고로서 가치도 입증된 만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관련 뉴스 링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88939 [단독]“생물종 다양성 재확인·환경영향 저감 방안 마련해야”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89917“대체서식지 사실상 불가능…저감방안 마련·공사 최소화”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91742 비자림로 추가 용역 보고서…이번엔 환경저감대책 이행하나?

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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