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虛僞의 자유' 손들어준 이재명 판례

기자 2020. 7. 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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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재명이라는 공인(公人)에 대한 관심, 둘째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한 궁금증, 셋째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해 이 판결에서 제시되는 기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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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국민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주목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재명이라는 공인(公人)에 대한 관심, 둘째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대한 궁금증, 셋째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해 이 판결에서 제시되는 기준 때문이다.

대법원은 16일 이 지사가 TV토론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이를 부인하고 일부 사실을 숨긴 것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허위(虛僞) 사실의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7 대 5’라는 근소한 차이로 내려진 이 판결에 대해 앞으로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적어도 다음 몇 가지 점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이 필요할 것이다.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원칙에 대해선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로 인해 ‘선거의 공정성’이 침해되는 부분을 간과했다는 데 있다. 선거운동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은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선한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양자를 동시에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데, 다수 의견은 한쪽으로 치우쳐 버린 것이다.

양자의 균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선거운동에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되, 진실과 부합하는 표현에 한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허위의 사실을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할 경우 교묘한 거짓말이 난무해 선거 자체가 매우 심각하게 혼탁해질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국민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서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선거가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항상 진실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 때나, 아무 위치에서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공인(公人)은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공직선거의 후보자는 이미 공인이며, 공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 지사가 TV토론에서 상대 후보의 질문에 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이 거짓말이었음은 재판 과정에서 분명하게 밝혀졌다. 그런데 대법원 다수 의견이 이를 적극적인 반대 사실의 표명이 아니므로 괜찮다고 한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 내가 먼저 거짓 주장을 하면 안 되고,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거짓 답변하는 건 괜찮다는 말인가?

다수 의견은 발언 내용에 대해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게 되면, 후보자들이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면 거짓말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인가? 이제 대법원 판결이 선례가 돼 앞으로 후보자 토론회에서 적당히 거짓말하는 사례가 크게 늘 것이고, 이를 더욱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후보자도 점점 많아질 것인데, 이런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하자는 것인가? 다수 의견이 강조했듯이 후보자 토론회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오히려 그러므로 발언의 진실성이 더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한 발언을 통해 국민이 후보자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국민이 토론회에 나온 후보자들의 발언을 믿고, 이를 근거로 투표할 수 있겠는가?

사족을 달자면,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법부의 판단이 공직선거의 결과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은 법치국가의 근간을 부인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은 어디까지나 올바른 법적 기준과 절차에 의해서만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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