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상수 "윤상현, 총선때 함바왕과 불법공작" 檢 고발
안상수 전 미래통합당 의원 측이 지난 총선에서 경쟁했던 윤상현 무소속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윤 의원이 ‘함바왕’ 유상봉(74)씨와 짜고 불법 공작을 벌이고서 당선했다는 게 고발장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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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상수 고발건 이미 수사중
17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안 전 의원의 조모 사무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윤 의원을 인천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경찰(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이 비슷한 내용의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안 의원 측이 선거 공작의 배후로 윤 의원을 지목해 고발한 것이다. 검찰은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구체적인 조사 방향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확인해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인천 동구·미추홀을) 직전 윤 의원 측의 부탁을 받은 뒤 안 전 의원을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관련 보도가 나가도록 한 의혹을 받는다. 또한 유씨는 고소 대가로 윤 의원 측의 도움을 받아 ‘함바(건설현장 간이식당)’ 운영권 등의 이권을 챙긴 혐의다. 선거 공작이 안 전 의원뿐만 아니라 박우섭 전 미추홀구청장(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이뤄졌다는 혐의도 경찰은 들여다보고 있다. 박 전 구청장은 총선에 출마하려 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남영희 후보에게 패배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윤 의원 측의 사주를 받은 유씨가 박 전 구청장에 대한 진정서를 쓴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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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대상 보좌관에서 윤상현으로 확대
경찰은 수사 초기 윤 의원 측의 조 모 보좌관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지만, 현재는 윤 의원의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유씨도 최근 조 모 보좌관의 윗선으로 윤 의원을 거론했다. 윤 의원이 유씨의 녹내장 치료 등을 위해 서울 한 종합병원 대외협력실장에게 연락해 편의를 봐주도록 하고, 유씨의 법률 상담을 위해 검찰총장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준 것으로 드러난 점 역시 윤 의원 개입설에 힘을 싣는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아직 윤 의원에게 출석 요구를 할지, 한다면 언제 부를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의원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 의원이나 조 보좌관 모두 유씨의 공작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유씨가 억울한 민원이 있다고 호소해와 만나게 됐다”며 “의례적이고 통상적인 민원 처리를 해준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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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함바 게이트’ 터지나
한편 유씨가 최근 여러 언론사를 접촉하며 다른 유력 정치인 등에 대한 뇌물공여 사실을 제보하고 있어 일각에선 “10년 만에 제2의 ‘함바왕 로비 게이트’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함바왕으로 알려진 유씨의 2010년 폭로로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 등 고위 경찰 간부들이 무더기로 구속된 바 있다. 또 방위사업청장, 강원랜드 사장, 청와대 인사 등이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한 대학 총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김민중·심석용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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