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 장군 안장 다음날.. 보훈처 '친일 행위자' 공개 낙인
국가보훈처가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6·25전쟁의 영웅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16일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정부가 '육군장(葬)'으로 백 장군을 모신 지 하루 만에 친일파로 낙인찍은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20대 국회 때부터 자신들이 규정한 이른바 '친일 장성'들에 대해 파묘(破墓)를 하거나 이들의 친일 행각을 기록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주장해 왔다. 일부 여권 인사는 백 장군 현충원 안장도 반대했다. 보훈 단체들은 "겉으론 백 장군을 예우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백 장군 파묘를 모색하며 뒤통수를 쳤다"고 반발했다.
대전현충원은 백 장군 안장식 다음 날(16일) 백 장군의 현충원 안장자 정보 비고란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이라는 정보를 올렸다. 노무현 정권 시절 만들어진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백 장군을 친일 행적 인사에 포함시켰었다.
현충원의 안장자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이름만 입력하면 누구나 검색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나서서 백 장군을 친일 행위자로 공개적으로 낙인찍은 셈이다. 군 안팎에선 "정부가 6·25전쟁의 영웅인 백 장군이 별세하자마자 모독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보훈처는 "2018년 국회 등에서 다양한 지적이 있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게재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훈처가 공식 홈페이지에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로 기재한 것은 작년 3월 국방부·보훈처가 이른바 '친일 장성'들의 안장 현황에 관련 정보를 넣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2018년 말부터 여당에서 친일 행적이 있는 장성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거나, 나아가 파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고 정부에서도 이에 호응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며 "이에 국방부와 보훈처가 협의 과정을 거쳤고, 보훈처는 전임 피우진 처장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보훈처의 이와 같은 조치는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이번 백 장군 논란을 계기로 공개됐다. 정부 관계자는 "보훈처 내부에서도 조용히 일을 처리해 일부만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작년 3월부터 국방부와 보훈처는 서울현충원과 대전현충원 안장 장성 11명의 비고란에 '친일반민족행위자'라는 문구를 명시해 왔다. 보훈처는 백 장군의 경우 안장식 직후 이와 같은 사항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친여 진영 일각에서 "왜 백 장군의 친일 행적을 명시하지 않느냐"고 하자 뒤늦게 백 장군을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국방부·보훈처의 조치는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야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논쟁적인 사안이라 법 개정도 되지 않았는데 국방부·보훈처가 근거도 없이 백 장군이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하고 낙인찍었다"며 "관련 법도 없이 정부 부처가 자의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가 여권 일각에서 추진 중인 '친일파 파묘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에서 여권의 친일파 파묘법 추진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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