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하니 노는 직원 딱 보여요".. 그 끝은 구조조정?

정민하 기자 2020. 7.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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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했던 3년 차 직장인 A(29)씨는 이번 주 들어서는 9시가 되기 10분 전에야 간신히 눈을 뜬다. 9시가 넘어 근무 시간이 시작돼도 상사의 업무 지시가 내려올 때까지 최대한 침대 위에서 버틴다. 업무가 한가해지는 오후 3~4시쯤에는 잠시 근무지를 이탈해 빵을 사거나 카페에 가는 등 개인 용무를 보기도 한다. "저뿐만 아니라 다 그래요. 그래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요." 재택근무하는 A씨의 말이다.

B(32)씨의 회사 또한 일주일에 하루는 재택근무를 한다. B씨는 "일주일에 하루지만 주말에 붙여서 휴가처럼 금, 월요일에 재택근무를 한다"며 "나흘 연속으로 회사를 가지 않으니 휴가를 보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한 부서장은 "일주일에 하루씩 재택근무를 하는데, 눈에 안 보이니 주변에 있는 직원들에게만 일을 시키게 된다"면서 "한번은 재택근무 중인 직원에게 전화했는데, 화들짝 놀라면서 전화를 받길래 무슨 일인가 했는데 나중에 추궁해보니 근무시간에 부동산을 보러 간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위에서 알면 부서 인원을 줄여도 되겠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기업이 확진자 및 접촉자 발생으로 일시적으로 재택근무를 했거나 재량 재택근무 체제를 도입한 가운데, 올해 연말쯤이면 적지 않은 기업이 재택근무 당시의 경험을 근거로 인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은 크게 2가지다. 일단 주 5일 근무 중 1~2일을 재량으로 재택근무할 수 있는 회사의 부서장들은 재택근무일이 사실상 휴일과 같다고 지적한다. 개인별로 업무 보고를 받다 보니 각각의 성과가 명확히 보여 ‘무임승차자’를 걸러내기 쉬워졌다는 것도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한 대기업 인사팀 직원은 "팀장들은 ‘개개인과 소통하다 보니 누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지, 누가 아무 고민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내는지 명확히 보인다’고 말한다"면서 "팀원들에게 매일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데, 일부 직원들은 전날 보고했던 내용을 다시 재탕하는 등 내용에 알맹이가 없어 무임승차자를 걸러내기 쉽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평상시에도 업무 능력이 우수한 직원들은 재택근무 시 본업을 게을리한다는 지적을 받을까 염려해 더 많은 시간을 근무에 투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일부 관리자는 말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집에 있다는 이유로 놀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까 의식하는 직원들은 평상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할애하고 있다"면서 "회사에 있으면 상사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등 시간을 빼앗기는 때도 있는데, 재택근무로 인해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 직원은 "회사에 있을 땐 종종 담배를 피우러 나가곤 하는데, 재택근무 때는 담배 피우러 가면 놀러 나간 것으로 보일까 봐 아예 금연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에 대한 직장인들의 만족도는 높다. 출퇴근 시간이 감소하는 등 ‘워라밸’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경험을 해 본 직장인의 84.4%가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응답한 사람도 61.5%에 달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도 하반기 이후에는 구조조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구조조정에 목마른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3분기 경기 급반등 기대감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 하반기 재계 키워드는 생존, 비용 절감, 구조조정, 언택트(비대면), 조직 변화"라며 "코로나 사태가 최소 2년은 지속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재택근무를 통해 인력 절감 가능성을 맛본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눈길을 돌릴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택근무 경험을 통해 기업은 모든 사원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그동안 해오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언택트와 콘택트의 절묘한 조화는 미래 근무 형태가 지향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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