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주택' 실현되면 집 문제는 해결될까

추왕훈 2020. 7.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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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락 교수 '규제의 역설'에서 반론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최근 정부가 다주택 보유자들이 여분의 집을 시장에 내놓게 하기 위해 온갖 규제 정책을 마련하고 고위 공직자들에게 1주택 이외에는 매각하라고 닦달하는 것을 보면 모든 국민이 자기 살 집 한 채씩만 갖고 더는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이상적인 상태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완전한 '1가구 1주택'이 실현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국민의 주거 생활이 행복해지게 될까.

규제 전문가인 최성락 동양미래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규제의 역설'(페이퍼로드)에서 이 질문에 단연코 '노(No)'라고 대답한다. 현실 세계에서 '1가구 1주택'을 거의 실현한 국가가 있다. 동유럽의 옛 사회주의 국가 루마니아다. 루마니아의 자가 보유율은 96%라고 한다. 미국은 64%, 일본은 62%, 한국은 57%에 불과하다. 저자는 자료의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유럽연합통계청(Eurostat)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루마니아의 자가거주 비율은 96~97% 선을 유지했고 지난해 95.8%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1990년대 공산주의가 무너져 내리기 전 루마니아 정부가 전 국민들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자기 집에서 살게 하는 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결과다. '1가구 1주택'에 거의 근접한 루마니아의 주거 실정은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우선 집을 짓지 않게 됐다. 국민이 모두 자기 집을 가지고 있으니 새로 집을 짓는다고 해도 살 사람이 없다. 조금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옮기고 싶어 지금 사는 집을 팔려고 해도 같은 이유로 팔리지 않는다. 주택 건설이 멈추고 그에 수반한 경제 발전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거기서 살 집을 구할 수 없으니 직장을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른 나라 같으면 당장 집을 옮겨야 할 경우 임차하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이겠지만 거의 전 국민이 자기 소유의 집에서 살고 여분으로 소유한 집이 없다 보니 셋집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려고 해도 집을 사는 것은 물론 셋집을 얻기도 어렵다. 결국 집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새로 짓는 것도 모두 꽉 막힌 상황에서는 한번 살게 된 집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사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가족 구성원의 수, 나이, 가족 형태와 방 수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주거 혼잡도는 루마니아가 47%(2017년 기준)로 유럽연합(EU) 평균 26.5%보다 월등히 높았다. 보통 이사를 하거나 세를 줄 때 집을 수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럴 일이 없다 보니 루마니아 주택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시절의 리비아는 더욱 급진적인 정책을 실험했다. 모든 주택을 국유화해 소유 개념을 없앤 것은 물론 별도로 배분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아무 집이나 빈 곳이면 먼저 발견한 사람이 들어가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심지어 거주자가 있는 집이라도 잠시 집을 비우면 누구나 들어가 살 수 있었고 이를 막으려고 외출할 때 집에 자물쇠를 채우는 사람이 생겨나자 자물쇠를 금지했다고 한다. 주택을 국유화하더라도 배분 과정에서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는데 리비아의 이 정책은 이 문제까지 해결함으로써 '완전 평등'을 실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집을 점유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집에 가정부나 집사, 하인을 둘 수 있는 부유층과 권력층이었고 식구가 모두 나가서 일해야 하는 가정은 어렵게 집을 장만해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책에는 이처럼 좋은 의도로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막상 결과는 그에 역행하는 '규제의 역설' 정책 사례가 길게 이어진다. 프랑스 혁명 초기 권력을 장악한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해 단두대에서 처형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우유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규제정책의 실패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정부가 우윳값을 지정하고 그보다 비싸게 파는 사람을 처벌했지만, 사료 등 생산 요소의 가격이 올라 정부가 제시한 가격으로는 우유 생산자들이 도저히 수지를 맞추지 못하게 되자 우유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암시장에서 비싸게 유통된다. 이에 정부가 사료 가격을 규제하자 사료 생산이 멈추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규제로 우유뿐만 아니라 우유를 사용하는 빵과 치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폭등하자 견디지 못한 국민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노동자들의 소득을 감소시키는 최저임금제,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보호법, 강사 일자리를 없애는 대학 강사법, 막걸리 시장을 축소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전통시장 매출이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등 규제가 역효과를 불러온 사례들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규제의 역설'이란 규제 가운데서도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례들을 가리키기 위해 고안한 말이다. 규제의 역설은 단순히 부작용이 큰 규제가 아니라 목적에 오히려 해로운 규제다. 실패가 예정된 것이니 시행착오를 통한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저자는 규제의 역설을 막는 방법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당연하게 들리는 말이다. 첫째, 규제를 만들 때는 선의보다는 그 결과가 좋게 나오는지를 중시해야 한다. 둘째,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증상만을 치유하기 위해 규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오기로 실패한 규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264쪽. 1만8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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