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새 사라진 '육교'..시청도 모른 '도둑 철거?'

김건휘 2020. 7.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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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어제까지만 해도 버젓이 있던 육교가 다음날 아침, 갑자기 사라졌다면 어떠실 것 같은가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실제 벌어진 일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김건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5월 16일 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사거리입니다.

8차선 도로 위에 놓여있는 육교에서 붉은 불꽃이 튑니다.

도로로 떨어지는 불꽃 사이로 차들이 지나갑니다.

[최훈/주변 상인] "공사하시는 분들이 불꽃 쏘는 걸로 열을 가해서 부분부분 절단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육교를. 위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

다음날, 그 자리에 있던 육교가 사라졌습니다.

[배윤희/지역 주민] (육교 철거된다 이런 얘기 들으신 적 있어요?) "없어요. 왔더니 어느 순간 없어졌더라고. 당황스러웠죠."

1988년 설치된 육교는 초, 중학생들의 통학길이었습니다.

[강수아/초등학생] "원래는 있었던 육교인데 갑자기 사라져서… 좀 가다가 위험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 아침에 육교가 자취를 감춘 뒤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새로 설치되기까지 3주가 걸렸습니다.

육교가 있던 자리에는 이렇게 공사를 알리는 시공사의 안내판이 남아 있는데요, 예정 기간인 5월 16일부터 17일까지 공사가 진행됐지만 남양주시는 철거가 완료될 때까지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건설사가 시에 알리지도 않고 육교를 철거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새로 들어서는 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의 준공 허가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차로를 넓힌 아파트 진입로 확보가 허가 조건이었는데, 육교가 걸림돌이 됐던 겁니다.

건설사 측은 20일 앞으로 다가온 아파트 입주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건설사 현장소장] "6월 5일 날 입주를 하게 되어 있더라고. 부득이하게 철거하기 위해 협의를 몇 번 보러 (시청과 경찰서에) 갔었지. 그랬더니 입주 날보다 뒤에 된다 이겁니다. 그래서 내가 강행을 했어요."

시와 협의를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졌다는 건데, 남양주시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작년과 올해 각각 세 차례씩 육교 철거에 필요한 절차를 알리고 이행하라고 했지만 건설사가 계속 무시했다는 겁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 "공사 중 교통처리 대책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행정적으로 이행했어야 되는데.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거죠. 준비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남양주시는 건설사를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건설사 이사가 구속된 데 이어 현장소장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김태효·김우람/영상편집: 김창규/영상제공: 최훈)

김건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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