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밀담]북한 핑계로 발톱 드러낸 日, 해병대 창설 이어 항모 배치

이철재 2020. 7.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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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소속 강습상륙함인 본험 리처드함(LHD 6)의 화재가 16일(이하 현지시간) 꺼졌다. 12일 처음 불이 난 지 나흘만이다. 화재 사고로 해군 40명과 민간인 23명이 다쳤다.

일본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 대원이 해상침투 훈련을 벌이고 있다. [산케이뉴스 유튜브 계정 캡처]


본험 리처드함은 미 해군과 해병대로 꾸려진 제3 원정타격단(ARG)의 기함(旗艦)이다. 2000여 명의 해병대원과 탱크ㆍ장갑차ㆍ포ㆍ트럭을 태울 수 있고, 항공기도 탑재한다. 만재배수량이 4만1150t인 본험 리처드함은 크기로 보면 프랑스의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함(4만2000t)과 비슷하다.

미 해군은 이번 화재로 큰 손해를 입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미 해군은 2억 1900만 달러를 들여 2년간 본험 리처드함을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인 F-35B 13~20대를 태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배를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보내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해군이 막대한 수리 비용 때문에 본험 리처드함을 일찍 퇴역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민이 미 해군의 강습상륙함인 본험 리처드함(LHD 6)의 화재 진압 작업을 쌍안경으로 지켜보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어려운 상황이지만 미국이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14일 공개한 2020년판 『방위백서』에서 헬기 호위함(구축함) 이즈모함(出雲ㆍDDH-183)과 가가함(加賀ㆍDDH-184)에서 F-35B를 운용한다고 밝혔다. 방위백서는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일본의 공중과 해상 접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2018년 ‘방위계획대강’과 ‘중기 방위계획’에 헬기 구축함의 경항모 개조를 명시했다. 백서는 이를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5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구축함인 가가함에 함께 올랐다. 가가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에 참가한 일본의 항공모함 이름을 이어벋았다. 일본 정부는 가가함을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AFP=연합뉴스]


앞서 10일 미 국무부는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의 일본 판매를 승인했다. 미 국방부는 9일 F-35A 63대와 F-35B 42대 등 231억 달러 규모의 판매를 의회에 통보했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일본은 미국ㆍ인도ㆍ호주와 함께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라며 “미국은 본험 리처드함의 공백을 일본의 이즈모함과 가가함이 메워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대 보유 금지한 헌법 눈치 안 봐, 공격 능력 극대화
일본은 경항모와 같이 공격형 무기를 하나둘씩 장만하고 있다. 이는 일본 헌법과도 어긋난다. 일본 헌법은 국가가 전쟁할 권리를 포기하는 '평화주의 헌법'이다.

일본 헌법 9조 1항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고 돼 있다. 이어 2항엔 '육해공군 그 외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에 따라 일본은 일본군이 아닌 자위대를 보유한다. 자위대 보유 자체가 위헌이기 때문에 일본은 꼼수를 썼다. 전수(專守)방위 원칙이다. 자위대를 ‘침공한 적을 일본 영토에서만 군사력으로 격퇴’하는 데만 쓰겠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육해공군 전력을 보유하지 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과의 충돌을 막아줬다는 게 일본 내부의 해석이다.

그래서 자위대는 나름 서방권에서 손꼽는 전력을 가졌지만, 불균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탄도미사일과 같은 공격용 무기가 없고, 장거리 투사 능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항공모함 2척 실전 배치 앞둬
그런데 요즘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허물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대면서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같은 이도(離島ㆍ낙도)를 지킨다며 슬금슬금 전수방위 원칙을 에둘러간 게 시작이다. 이젠 북한의 핵ㆍ미사일을 막는다며 아예 선제공격에 가까운 ‘적 기지 공격 능력’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헬기 구축함인 이즈모함은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할 예정이다. 사실상 경항모급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제공]


최현호씨는 “중국 함정과 항공기의 일본 인근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본으로서는 방어 논리를 만들게 됐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시 일본에 좋은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인도ㆍ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이 같은 일본의 움직임을 막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조선사인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U)는 지난달 30일 요코하마(横浜)의 이소고(磯子) 조선소에서 이즈모함의 경항모 개조 작업을 시작했다. 제인스에 따르면 경항모 개조는 두 단계로 이뤄지며, 올해 1단계 개조를, 2025 회계연도에 2단계 개조가 이뤄진다. 비행갑판의 내열성을 강화하고, 항공 유도등을 추가하는 등의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해 중국 항모 격침
지난 7일 일본 방위성의 야마모토 도모히로(山本朋廣) 차관은 방위장비청(ALTA) 산하 항공장비연구소를 방문했다. 항공장비연구소는 항공자위대의 항공기와 미사일을 연구ㆍ개발하는 곳이다. 야마모토 차관은 일본의 차기 전투기 프로그램의 진척 상황을 살펴보려고 연구소를 찾은 것이었다.

야마모토 도모히로(山本朋廣) 일본 방위성 차관 트위터에 올라온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모형. [트위터 캡처]


그런데 야마모토 차관은 연구소 방문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는데, 여기 신형 미사일 모형이 보였다. 이 미사일은 함정을 공격하는 공대함 또는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공대지 미사일로 보인다. 속도가 마하 5를 넘는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

네이벌뉴스에 따르면 일본 방위장비청은 극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착수해 2030년까지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일본 방위장비청은 이 미사일을 '게임 체인저'라 부른다. 낮은 고도를 빠른 속도로 나는 이 미사일은 스텔스 설계가 돼 있기 때문에 요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밀 유도기능을 갖춰 목표물을 정확히 때릴 수 있기도 하다.

일본이 개발 중인 신형 극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방위장비청 제공]

일본은 극초음 공대함 미사일로 중국의 항공모함을 격침할 생각이다. 그런데 공대함 미사일을 완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공대지 미사일로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북한 핑계로 걸프전 대활약 '토마호크도 눈독 들여
일본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이지스 어쇼어를 도입하려다 포기했다. 이지스 어쇼어는 이지스 구축함의 레이더와 미사일을 지상에 배치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이지스 어쇼어의 대안으로 적 기지 공격 능력이 떠오르고 있다.

BGM-109 토마호크 함대지 순항미사일이 목표물을 타격하는 모습. [히스토리 채널 캡처]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지난달 25일 “일본이 적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일본이 고려할 선택사항”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안전보장조사회 회장은 ‘선택사항’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방위상을 지낸 그는 ”이웃 국가(북한)는 장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그 사거리 안에 있다“며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억제 수단으로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옵션은 토마호크”라고 덧붙였다.

토마호크는 미 해군의 순항(크루즈)미사일인 BGM-109 토마호크다. 수상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해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함대지 미사일이다. 1991년 걸프 전쟁 때 이라크의 군사시설을 파괴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사용하는 무기로도 유명하다. 일본은 2017년에도 토마호크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

2018년 ‘방위계획 대강’과 ‘중기 방위계획’에 스탠드오프(standoffㆍ장거리) 미사일이란 용어가 나온다. 미국의 공대지 유도 미사일인 AGM-158 재즘(JASSM)을 뜻한다. 재즘은 전투기에서 발사한 뒤 저공으로 날아 900㎞(재즘-ER의 경우) 떨어진 목표물을 공격한다. ‘스탠드오프’란 용어로 공격용 무기란 사실을 감추려는 속셈이다.


해병대 창설하고 상륙작전 준비 강화
일본 육상자위대는 지난 6일과 10일 기사라즈(木更津) 주둔지에 수직이착륙 틸트로터인 V-22 오스프리 2대를 배치했다. 일본은 이도 방어를 명분으로 오스프리 17대를 수입하기로 했고, 나중에 사가(佐賀) 공항으로 옮길 예정이다.

오스프리는 ‘일본판 해병대’라 불리는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을 수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오스프리는 최고 속도가 시속 565㎞이며 항속거리가 1627㎞다. 공중급유를 받으면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2018년 8월 일본 시즈오카(靜岡)현 고텐바(御殿場)시 소재 히가시후지(東富士)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화력훈련에 육상자위대 수륙기동단과 상륙돌격장갑차 AAV-7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수륙기동단은 지난 2월 미 해병대와 오키나와(沖縄) 미군 훈련장인 블루비치에서 첫 연합훈련을 벌였다. 수륙기동단은 미 해병대가 '전우'로 인정할 만큼 성장했다.

주일본 대사관 무관을 지낸 권태환 예비역 육군 준장은 “일본은 2003년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을 만들면서 적이 공격할 때 외에 적의 공격 징후가 있을 때, 적이 공격할 우려가 있을 때도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일본은 전수방위 원칙과 헌법 9조를 약화하고 있다”며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뀌지 않더라도 평화 헌법의 근간을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일본과 협력하면서도 경계를 풀지 않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한국에 필요한 시점이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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