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서 만취 운전자에 순찰차 빼앗긴 경찰관 징계 정당

구용희 2020. 7.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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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출동 단속 뒤 동료 경찰과 대화중 빼앗겨
운전자 차량으로 8km 추격..뒤늦게 상황 보고
"일반 국민 안전에 위험 발생"..징계처분 인정
광주지방법원.

[광주=뉴시스] 구용희 기자 = 고속도로에서 음주 운전자를 단속하는 과정에 순찰차를 운전자에게 빼앗기는가 하면 이를 추격하는 과정에 상황 보고를 제때 하지 않은 경찰관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법원이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염기창 부장판사)는 경찰관 A씨가 전남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전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근무하던 A씨와 A씨의 동료 경찰관은 지난해 4월25일 오후 2시15분께 상황실로부터 '1t 화물차 운전자가 광주 산월IC(호남고속도로 하행선 83.8㎞ 지점) 입구 갓길에 차를 세우고 소변을 보면서 비틀거리는 모습이 술을 마신 것 같다'라는 내용의 연락을 받았다.

A씨 등은 현장에 도착, 1t 화물차 3∼4m 뒤에 순찰차를 세웠다. 이어 시동을 켠 채로 운전석에서 잠을 자던 운전자 B씨를 깨워 음주측정을 했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09%였다.

A씨와 동료는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B씨를 순찰차 우측 뒷좌석에 태웠다. 서류 작성 뒤 B씨에게 귀가를 도울 지인을 부르도록 안내했지만, B씨의 지인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료 경찰관은 순찰차를 이용, B씨를 가까운 경찰 지구대 근처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이후 다시 돌아와 B씨의 차량을 지구대로 옮기기로 했다. 동료는 '화물차 시동을 끄고 문을 닫아두고 오겠다'며 순찰차 운전석에서 내려 화물차로 이동했다.

A씨는 'B씨를 택시에 태워 귀가시키고, 화물차를 현장에서 가까운 지구대로 이동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 순찰차 안에서 화물차에 있는 동료를 큰 소리로 불렀다.

주변 소음으로 동료가 자신의 소리를 듣지 못하자 A씨는 순찰차 보닛 앞까지 나와 순찰차 내부를 지켜보면서 동료에게 '화물차를 이곳에 세워두면 안 된다. 1명은 순찰차를 운전하고, 다른 1명은 화물차를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간 순찰차 뒷좌석에 있던 B씨가 운전석으로 넘어가 순찰차량을 운전, 도주했다.

두 경찰관은 B씨의 화물차를 타고 순찰차를 추격했다. B씨는 약 8㎞를 도주하다 광주 서창IC 부근에서 순찰차를 세웠다. A씨와 동료는 B씨를 체포했다.

체포 2분 뒤 A씨는 휴대전화로 고속도로순찰대 상황실에 전화, 경과를 보고했다.

전남경찰청은 직무 태만과 지연 보고를 이유로 A씨에게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징계처분에 불복,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심사위는 정직 1개월의 징계를 감봉 3개월로 변경했다.

A씨는 '당시 고속도로 내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차의 엔진을 정지하는 등의 조처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12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에 따라 B씨를 추적해 체포한 뒤 곧바로 고속도로순찰대 상황실에 전화해 상황을 보고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현장 상황이 급박해 신속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우선 조처 뒤 보고할 수 있다는 규정 등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B씨는 만취 상태로 피의사실을 부인하거나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상태였다. 고속도로 갓길이어서 B씨의 돌발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료가 순찰차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순찰차에서 내려 동료와 대화를 나눴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2차 사고 없이 10여분 내에 B씨를 체포하기는 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상황실에 보고해 지원 요청 등을 해야 했다. A씨는 추격 당시 운전을 하고 있지 않아 휴대전화로 상황실에 보고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관리 소홀로 순찰차를 피탈 당했다. 이후 즉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 징계사유는 넉넉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 당시 B씨의 상태, 보고지연으로 인해 B씨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발생한 점 등을 종합하면 A씨의 과실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persevere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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