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떳떳함일까 뻔뻔함일까'..배수진 친 숙명여고 쌍둥이

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2020. 7. 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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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재판서 쌍둥이 측 "유출은 없었다" 입장 고수
검찰 "세상 호락호락하지 않아, 정의 살아있는 것 보여주겠다"
언니 "검사가 말하는 정의 뭔지 몰라, 학창시절 내내 원칙에 집착"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20.7.17. 2020.7.17. '숙명여고 문제유출' 쌍둥이 자매 측 변호인 최후변론 中
변호인 "솔직히 말하면 변호인 입장에서 이 사건 재판 앞두고 고민이 있었습니다. 관련 사건,즉 피고인(쌍둥이 자매)들 아버지 사건에서 이미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무죄를 변론하는 것이 무모한 행동이고 오히려 불리한 상황을 자초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피고인들이 결코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거듭해서 말씀드리지만 이 사건은 유죄를 뒷받침할 직접증거는 없고 간접증거만 있을 뿐입니다. 재판장님이 진실을 알아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결심공판. 모든 심리가 종결된 이날 재판에 참석한 자매 측 변호인 4명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각자 최후변론에 나섰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서까지 진행된 자매 측의 주장은 결국 "문제 및 답안유출이라는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인이 소회를 밝혔듯 사실 이 재판, 쌍둥이 자매 측이 무죄 주장을 고집하기에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자매는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아버지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인 현모씨와 공모해 시험문제와 답안을 유출해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원래 가정법원으로 송치돼 형사처분을 피할 수 있던 자매도 아버지의 2심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정식 재판의 필요성이 인정돼 검찰을 거쳐 형사재판의 피고인으로 서게 됐습니다.

먼저 재판에 넘겨졌던 아버지는 딸들과 마찬가지로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1‧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까지 일관되게 부정행위로 판단돼 징역 3년형의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형 확정에 따라 자매 측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깨알 메모', '풀이과정 없이 답만 적힌 시험지', '이례적인 성적향상', '교사도 틀린 정답 기재' 등 부정행위의 간접 증거들이 아버지의 재판에서 이미 유죄의 증거로 인정된 셈입니다. 결국 자매의 주장은 신빙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런 만큼 아버지의 형이 확정되자 법조계에서는 자매 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겠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미 상급심에서 확정된 유죄의 증거들을 다투기보다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로 유리한 양형을 이끌어내는 게 낫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자칫 무리하게 무죄 주장을 이어가다가 재판부에게 오히려 반성 없는 뻔뻔한 태도로 비춰지기 보다 차라리 재판전략을 수정하면 자매가 미성년자이고 아버지가 이미 수감생활 중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실형은 피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분석도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자매 측의 입장은 이후에도 굳건했습니다. 입장을 바꾸려고 한다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이날 결심공판에서도 자매나 변호인의 입에서 '반성'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2020.7.17. '숙명여고 문제유출' 검찰 구형 中

검사 "피고인들은 여전히 실력으로 이룬 정당한 성적이라고 주장하며 아버지와 자신들은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억울해하며 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을 조롱하는 태도를 보이고 교사를 모욕하기도 했습니다. 성인 이상의 지능적 수법으로 대응한 점을 양형에 참작해주길 바랍니다. 자매들이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르며 정의가 살아있는 것을 깨닫기 바랍니다."

끝까지 태도변화가 없던 자매에 대해 검찰이 내린 결론은 "뻔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장기 3년‧단기 2년이라는 적지 않은 형량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성적이 급상승할 수는 있어도 쌍둥이처럼 둘이 정확한 시기에 동시에 1등까지 상승할 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구형 후 이날 재판의 마지막 순서인 자매의 최후진술 차례. 법정을 가득 채운 자매의 가족과 취재진들이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언니 현모씨는 자신의 장래희망을 소개하며 입을 뗐습니다.

2020.7.17. '숙명여고 문제유출' 쌍둥이 언니 최후진술 中

언니 "생활기록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의 장래희망은 역사학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역사가 좋다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 무엇인가 잊혀진다는, 사라진다는 충격이 너무 커서 이 진로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생활 내내 정확한 기록과 정당한 원칙에 집착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융통성이 없는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은 제가 지향한 삶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의가 무엇인지 저는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언니는 "자신의 꿈이 역사학자였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평소 성격이나 습관들을 비춰볼 때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습니다. 또한, 검사의 지적에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의를 되묻기도 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쏠려 긴장될 법도 했지만 현씨는 별도로 준비해 온 종이도 없이 차분하게 준비해 온 말을 이어가는 대담함도 보였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진 뒤 약 1년 동안 이어온 자매의 변론과정이 모두 종결됐습니다. 이제 남은 건 재판부의 최종 판단 뿐입니다.

재판부도 검찰과 자매 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선고기일을 한달 가량 뒤로 넉넉히 기간을 두고 잡고 "(여름) 휴정기에 재판이 없는 동안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양 측의 변론은 이날로 종결되지만 추가로 자료를 미리 제출한다면 모든 기록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유죄 확정에도 "유출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자매. 이같은 결정이 '악수(惡手)'가 될지 묘수(妙手)가 될지에 대한 법적결론은 오는 8월 12일에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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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재완 기자] canbestar3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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