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개월, 아직도 팩스로 확진 집계하는 日.."3일 걸려"

윤설영 2020. 7. 19. 12: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쿄도청 팩스 2대로 집계 수작업
"실제 발생 뒤 공표까지 3일 걸려"
정부시스템 도입했지만 이용율 28%
"숫자 조작하는 거 아니냐"는 의문도

일본 도쿄에서 연일 300명에 육박하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 당국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확진자를 집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도쿄도청 30층 감염증대책본부엔 팩스 2대가 놓여있다. 매일 오전 9시 이 팩스로 도쿄도 내 31개 보건소에서 보내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보고서’가 도착한다. 감염자 1명당 A4 용지로 1장이 들어온다고 한다. 290명의 신규 감염자가 확진된 18일엔 290장의 팩스 용지가 도착한 셈이다.

도쿄도가 발표하는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 오전 9시부터 당일 오전 9시까지 확인된 확진자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지표를 수치화하는 작업과 언론 보도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서 오전 9시 이른 시간에 집계를 마감해야 한다”는 게 도쿄도 측의 설명이다. 지표란 도쿄도가 매일 감염상황의 위험도를 나타내기 위해 발표하는 ‘감염경로 불명 확진자 수’ 등을 말한다.

지난 1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기자회견에서 '감염확대경보'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후 도쿄도 직원들이 각 보건소로 전화를 일일이 걸어 감염자의 동선이나 감염 장소 등을 확인해 감염자의 연령별 비율이나 감염 경로 등 상세한 내역이 공표되는 게 오후 7~8시쯤이다. 그 전에 “오늘 감염자 수는 280명대”라는 식으로 대략의 감염 규모만 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건 실제로 상세 내역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도쿄도 관계자의 발언을 빌려 “실제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뒤 도에서 공표하기까지 3일 정도가 걸린다”고 전했다. 우선 의사가 환자의 정보를 적은 ‘발생 보고서’를 작성해 관할 보건소에 팩스로 보내면, 보건소가 기재 내용에 이상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개인 정보를 지운 뒤 도쿄도로 팩스를 보내기 때문에 3일이 걸린다는 얘기다.

수작업 집계는 도쿄뿐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 환자를 집계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후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5월 전자시스템 ‘HER-SYS’를 도입했다. 코로나19 검사 대상자의 이름과 성별, 연락처, 검사결과, 입·퇴원 상황 등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단순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지난 3일)에서 전국 가동률은 28%에 그치고 있다.

지난 18일 마스크를 쓴 도쿄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155개 지방자치단체 중 43개에서만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독자적인 시스템을 운용 중인 지자체도 있고, 개인정보를 정부에 보고할 때 개인정보보호심의의원회의 자문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입을 주저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아날로그 방식의 수작업을 거쳐 발표되기 때문에 현재 방역 당국에서 발표하는 감염 상황은 실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도 “인원수를 입맛대로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