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곤 소설 또 인용 논란, "아웃팅, 가해로 이어져도 문학일 수 있나"

백수진 기자 2020. 7. 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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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봉곤이 또 한 번 인용 논란에 휩싸였다. 단편 ‘그런 생활’에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그대로 옮겨 썼다는 논란에 이어 대표작인 ‘여름, 스피드’에서도 허락 없이 메시지를 인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학동네 사적 대화를 소설에 그대로 인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봉곤 소설가.

자신이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인물 ‘영우’라고 밝힌 한 남성은 17일 트위터에서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수년 만에 연락하기 위해 전달한 페이스북 메시지 역시 동일한 내용과 맥락으로 책 속의 도입부가 되었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작가가 어떠한 동의 절차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또한 “다행히 실명은 영우가 아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소설 속에 사실로 적시”되었으며, “그것이 아웃팅으로 이어져 가해가 되고, 그것을 당사자가 심히 불쾌히 여김에도 소설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문학일 수 있는 것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봉곤의 소설로 인해 원치 않게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을 둘러싼 논란을 보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지난 10일 자신이 ‘그런 생활’에 등장하는 ‘C 누나’라고 밝힌 당사자가 "C 누나의 말은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항의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작품이 실린 소설집을 낸 출판사의 안일한 대처에 독자들이 “문학동네와 창비에서 나오는 책은 사지 않겠다”고 항의하며 보이콧 움직임까지 일었다.

커밍아웃한 게이 소설가인 김봉곤 작가는 자전적인 소설을 쓰며 주목을 받아왔다. ‘여름, 스피드’는 과거 자신이 사랑을 고백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던 ‘영우’라는 인물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나서 재회하는 내용이다.

/문학동네 김봉곤의 소설집 '여름, 스피드'.

소설집 ‘여름, 스피드’를 낸 출판사 문학동네는 즉각 “‘여름, 스피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작가는 그러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그리고 추가 조치를 위해 ‘여름, 스피드’와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판매 중지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출판사 창비도 단편 ‘그런 생활’이 실린 김봉곤 소설집 ‘시절과 기분’을 판매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두 출판사 모두 “피해자분들께 사과드린다”며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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