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심부름 대수냐'는 사람들.. "'미투' 계속 터지는 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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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씨가 피해 사실을 밝힌 뒤 일각에서 '나도 비슷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며 성추행 문제 제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변호사와 A씨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A씨가 거듭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 '서울시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등 입장을 밝혔으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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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 바라는 게 뭔지… 너무 지나치다”
직업이 의사라고 밝힌 한 남성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모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옷이 모두 젖자 간호사들이 세탁해 퇴근할 때 개서 줬다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글을 시작하며 A씨가 박 전 시장의 속옷을 챙겨준 일을 “그게 과연 기쁨조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이었을까? 왜곡된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은 거라 생각할 정도로 수치스러울 일이었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몸이 안 좋을 때 간호사가 링겔을 달아준 일도 언급한 다음 “그거 따지고 보면 간호조무사 job(일)이라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이 “‘간호사한테 왜 깨우는 것 시켜, 걔들이 네 기쁨조이느냐’라는 말을 들어야 마땅했는지”라고 했다.
트위터에는 “성추행 정도로 죽을 것이라면 대한민국에 안 죽을 남자 없다”는 글이 며칠째 공유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일부는 이 글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와 A씨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A씨가 거듭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 ‘서울시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등 입장을 밝혔으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변호인·시민단체, “2차 가해 중단” 거듭 촉구
두 단체는 이와 같은 반응에 관해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은폐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2차 피해와 퇴행적 인식을 확산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6일과 17일 연이어 A씨를 특정하려 추정하는 등 2차 가해를 멈추기를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떻게 공감하는지가 치유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A씨를 상대로 벌어지는 2차 가해를 자제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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