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심부름 대수냐'는 사람들.. "'미투' 계속 터지는 토대"

박유빈 2020. 7. 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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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씨가 피해 사실을 밝힌 뒤 일각에서 '나도 비슷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며 성추행 문제 제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변호사와 A씨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A씨가 거듭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 '서울시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등 입장을 밝혔으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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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피해자 성추행 주장 이해 못 한다" 취지 글 이어져.. 2차 가해 여전
지난 16일 서울시청 로비. 서상배 선임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A씨가 피해 사실을 밝힌 뒤 일각에서 ‘나도 비슷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며 성추행 문제 제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여성인권 전문가는 “이런 반응이 줄지어 올라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따끔하게 꼬집었다.

◆“그녀들 바라는 게 뭔지… 너무 지나치다”

직업이 의사라고 밝힌 한 남성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모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옷이 모두 젖자 간호사들이 세탁해 퇴근할 때 개서 줬다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글을 시작하며 A씨가 박 전 시장의 속옷을 챙겨준 일을 “그게 과연 기쁨조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이었을까? 왜곡된 성역할 수행을 강요받은 거라 생각할 정도로 수치스러울 일이었을까?”라고 적었다.

이어 몸이 안 좋을 때 간호사가 링겔을 달아준 일도 언급한 다음 “그거 따지고 보면 간호조무사 job(일)이라 할 수는 없다”며 자신이 “‘간호사한테 왜 깨우는 것 시켜, 걔들이 네 기쁨조이느냐’라는 말을 들어야 마땅했는지”라고 했다.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를 향해서도 “‘성희롱을 하는’ 녹음파일이나 문자 캡처본 등 단 하나만 보여주면 된다”며 A씨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데 비판적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오른쪽)가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은 19일 오후 5시까지 4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많은 동의를 받았다. 댓글 중에는 해당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었으나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차라리 로봇 시대가 오면 좋겠다. 그녀들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등 작성자에 공감하는 의견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트위터에는 “성추행 정도로 죽을 것이라면 대한민국에 안 죽을 남자 없다”는 글이 며칠째 공유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도 있으나 일부는 이 글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김 변호사와 A씨를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A씨가 거듭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 ‘서울시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등 입장을 밝혔으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변호인·시민단체, “2차 가해 중단” 거듭 촉구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에 “‘나도 그랬는데’ 같은 반응이 줄지어 올라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부하에게 이 정도 잔심부름은 시킬 수 있고 그 정도 친근감은 표시할 수 있다는 안일한 인식이 ‘미투(나도 당했다·Me Too)’가 계속 터져 나오게 하는 근본적인 토대”라고 밝혔다.
김혜정(오른쪽)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글을 대독하고 있다. 뉴시스
A씨를 지원하는 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발한 이후 전·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일부가 A씨에게 연락한 사실도 알렸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A씨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피해사실을 인정받기) 힘들 거야” 등의 반응을 들었다. 그러면서 이 단체들은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이와 같은 반응에 관해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은폐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2차 피해와 퇴행적 인식을 확산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지난 16일과 17일 연이어 A씨를 특정하려 추정하는 등 2차 가해를 멈추기를 촉구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떻게 공감하는지가 치유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A씨를 상대로 벌어지는 2차 가해를 자제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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