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죽음의 상품화..'듯 보' 언론의 꼼수

KBS 2020. 7. 1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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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지난주 목요일이죠,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과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늘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속에서 이 사안을 장삿속으로 활용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서 짚어보도록 하겠고요. 이어서 법조 출입 기자들의 친 검찰취재 관행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함께해주실 분들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최욱] 최욱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KBS의 찐 기자 이지은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이지은] 안녕하세요? 이지은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오늘 첫 출연입니다. 경향신문 법조기자 출신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입니다. 어서 오세요.

[박영흠] 안녕하세요? 박영흠입니다.

[이상호]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 사실이 알려진 게 6시경이었고요. 그리고 시신 발견 후 경찰 브리핑이 이뤄진 게 다음 날 새벽 2시경이었습니다. 그 사이 불과 8시간 동안 쏟아진 언론 보도가 2,300여 건에 달했습니다. 언론의 무리한 실시간 중계 보도 어떻게들 보셨습니까?

[박영흠] 시민들이 충격에 빠져서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고 추구하는 그런 시점이었기 때문에 언론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이런 상황을 어떤 큰 장이 선 시점이라고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장이 섰을 때 최대한 물건을 많이 팔아야 하는 장사꾼들처럼 언론은 최대한 클릭을 유도하고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을 한 것이죠, 이렇게 대중의 즉각적인 관심과 흥미를 충족시키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점에서 이런 보도는 그 본질적인 성격이 저널리즘보다는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강유정] 저는 좀 세월호 오보의 기시감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원 구조 오보가 속보라는 미명 하에 속도전이 저지른 팩트 왜곡의 과오였다면 이번 역시도 실종과 거의 동시에 사망 보도가 나왔습니다. 명백한 오보였죠. 마치 선점을 하면 되는 듯이 시점이나 사실을 무시하고 속도전에 언론들이 모두 다 한꺼번에 달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고 상당히 피곤함을 느끼고 좀 어떤 점에서는 좀 환멸을 느끼기도 했던 정말 대혼란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지은] 기성 언론은 아니었지만, 일부 시사 유튜브 채널들도 상당히 물의를 일으킨 방송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경찰 수색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북악산 인근이라든가 서울 시청에 직접 유튜버들이 찾아와서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했어요. 그런데 그 방송 내용이나 발언에 있어서 상당히 문제적인 것들이 있었는데 일부 몇몇 유튜버들은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사용한 도구에 대해서 추측을 하면서 고인을 조롱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요. 심지어는 방송 도중에 식품들을 대놓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또 이 유튜브 시청자들로부터 이 후원금의 성격으로 받는 이 슈퍼 챗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슈퍼 챗을 요구함으로써 수입을 올리면서 대놓고 노골적으로 장사를 했다는 이런 비판들이 제기됐습니다.

[최욱] 이런 거 보면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들이지 않습니까?

[이상호] 그렇죠.

[최욱] 이런 것들을 이 자리에서 비판하면 이들은 자신의 방송에 가서 누군가로부터 탄압받는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그 방송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또 지지하고 후원해줍니다. 지금 이러한 비판이 오히려 이 사람들의 자양분이 돼요, 이런 상황이 너무 정말 절망스럽습니다.

[박영흠] 그 내용 자체는 사실 논평할 가치가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기성 언론들의 토대를 이들이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소위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언론들이 이런 수준 이하의 유튜브들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보도를 하지 못하고 대체 불가능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유튜버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재를 논하기에 앞서서 언론의 반성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이상호] 무리한 속보 경쟁을 하면서 무책임하게 혼란을 가중시킨 오보도 많았습니다. 그 내용을 J에서 좀 모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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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오보로 얼룩진 사망 보도
#오보 1 사망설
오후 6시 45분 월간조선 <[속보]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오후 7시 23분 경찰, 사망설 오보 공식 발표

# 오보 2 유서 발견
오후 8시 06분 SBS 8 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락 두절... 공관에서 메모 발견>
오후 9시 20분 경찰, ‘유서의 존부가 확인된 바 없다’ 발표

# 오보 3 2차 사망설
오후 9시 31분 청년의사 <[속보] 실종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대병원으로 이송중... 사망한 듯>
경찰, ‘시신 발견 지라시 아니다’일관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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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정말 너무 비정함을 느꼈습니다. 기자는 직업 아니겠습니까? 기자이기 전에 사람입니다. 1000만 시민의 시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너무 걱정되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 걱정은 더 증폭됩니다. 그런데 언론은 마치 뭔가 더 큰 뉴스가 터져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근거 없는 지라시 수준의 보도들이 난무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비판하는 기사가 있었거든요. 9일 한국경제 기사인데 <박원순 실종, 미투부터 시신 발견까지... 실체 없는 지라시 ‘폭발’>이라는 기사에서 이 ‘근거 없는 지라시가 퍼져나가고 있다’,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 한국경제가 조금 뒤 바로 또 오보를 냅니다. 같은 이들이 비판했던 그런 류의 오보가 나옵니다. 20시 32분 속보인데요. <[속보] 공관에서 ‘박원순 유서’ 발견... 시민들 공관 찾기도>, 이거는 명백한 오보죠.

[박영흠] 사망 오보를 냈던 로톡 뉴스와 투데이 코리아 등은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초에 사망 오보를 냈던 월간조선은 그냥 기사를 삭제한 채 아직도 묵묵부답입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은 것이죠. 유서 관련 오보도 마찬가지인데요. 결국은 유서가 발견됐으니까 오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기사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상호] 관련 보도가 쏟아지던 와중에 최욱 씨가 제작진한테 정말 어이없는 기사를 하나 제보를 했잖아요.

[최욱] 정말 듣도 보도 못 한 보도 형태를 볼 수가 있었는데 10일 0시 31분 연합뉴스 속보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숨진 채 발견된 듯>. 이게 제목이에요.

[이상호] ‘듯’. 네티즌들도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수준이 고작 이 정도인 듯?', '기사 쓰기 참 쉽네요', 이렇게 댓글들을 달았습니다.

[최욱] 더 절망스러운 것은 이것을 한경하고 매경에서 또 받았습니다. 속보로. 아, 이거는 정말 너무 놀랐어요, 저는.

[임자운] 한겨레 7월 10일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고 사실 굉장히 많이 놀랐어요. 그러니까 이 기사가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추정하는 내용의 기사인데 ‘보인다’, ‘전해졌다’, ‘셈이다’라고 추측을 하다가 마지막에 대중들 앞에서 여론과 법적 심판을 받는 대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다행히 7월 15일 자에 이봉현 저널리즘 정책 실장이 여기에 대해서 일종의 자기비판을 하는 기사, 칼럼을 쓰셨어요. 하루 늦더라도 사실과 맥락을 차분히 짚어지는 길을 택해야 할 때가 있다. 저도 이 기사 보면서 딱 한 가지 드는 생각이 계속 그런 거예요. 왜 이렇게 급했을까? 당일 새벽에 벌어진 일인데 그날 조간신문에 사망의 원인을 분석해야 할 정도로 뭐가 그렇게 급했을까?

[박영흠] 언론이 사망 보도를 할 때 가장 집착하는 것이 신속성이거든요. 1초라도 기사를 빨리 내보내는 게 급선무인데 그러다 보니까 충분한 확인과 검증 없이 사망한 듯, 발견된 듯, 무엇 무엇 때문인 듯 하는 '듯 기사'가 남발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영국 가디언의 부고 기사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충분한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부고 기사를 내는 데 집착하지 않고 며칠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주 정확한 사실을 담아서 절제된 표현으로 아주 냉정하고 균형 잡힌 평가를 내립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분들의 경우는 며칠이 지난 다음에 부고 기사가 게재되거든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죽음 앞에서는 저널리즘도 조금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상호] 97회 방송에서 저희가 포털 뉴스의 어뷰징 기사를 다뤘었는데 그중에서 본질을 흐리는 ‘한편’ 또 ‘재조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어뷰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게 역시 또 한국경제 기사들이었죠?

[강유정] 한국경제 기사를 보자면 <성추행 고소 후 잠적... 박원순 실종에 ‘안이박김’설 재조명> 내용이 뭐냐 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후 9일 실종되면서 이 정치권에서 괴담처럼 떠돌던 이른바 ‘안이박김’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회자를 시키고 있는 게 언론입니다. 이건 정말 악의적인 어뷰징인데 <“비서들, 싫다는 얘길 안 해” 박원순 과거 발언 재조명>, 이건 어디서 한 이야기냐 하면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야기를 했던 거고 이거를 “재조명 받고 있다”고 쓰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 기사가 재조명하고 있고 ‘여기에 한 번 관심 가져보세요’라고 오히려 사람들을 호객행위 하고 있는 기사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한 발 빼고 논란이 있으니까 언론은 간다라는 식으로 지금 어떤 행태를 하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지은] 그 기사를 쓴 기자가 동일인이었습니다. 박원순 시장 사망과 관련해서 7월 9일부터 14일까지 6일 동안 총 51건의 기사를 썼고요. 하루 약 8건 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많은 기사 이 한 명의 기자가 왜 이렇게 많은 기사를 쓰고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심지어 어뷰징 기사까지 이렇게 생산을 해내고 있을까에 대해서 제작진들이 좀 궁금해서 찾아보던 와중에 이 기자의 SNS에 좀 우연히 들어가게 됐어요. 이런 게시글이 있었습니다. 올해 2분기 뉴스국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달성했다며 회사로부터 상을 받았다. 최다 트래픽 상 수상이라는 게시글을 올려놨는데 거기에 같이 쓰였던 글을 보면 “트래픽을 위해서 무리수를 둔 적도 많았다”, 이런 자기 고백도 담겨 있었거든요.
(※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은 해당 기자에게 반론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박영흠] 박 시장 실종 이후부터 14일까지 보도량을 보면 5대 일간지와 비교할 때 한국경제의 보도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하나씩 뜯어보면 시민들이 박 시장과 관련해서 꼭 알아야 할 정보는 거의 없고, 알지 말아야 할 정보들이 오히려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지은] ‘실제로 이 편집국의 방향이나 분위기가 이렇습니까’라고 문의를 했더니 한국경제와 한경닷컴이 사실상 계열사이긴 하지만 분리되어 있는 체제로 운영이 되고 있고 한경닷컴 같은 경우는 자급자족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돈이 되는 기사, 이걸 위주로만 만들고 있어서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한국경제의 기자들도 인식하고 있더라고요.

[임자운] 한국경제랑 한경닷컴이 다르다는 건 굉장히 비겁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한국경제라는 식으로 저렇게 노출된다는 걸 기자들이 모를 리 없어요. 이러한 트래픽 장사와 자신들의 언론 행위가 공생 관계에 있다는 걸 자기들이 다 알아요, 알면서 문제 제기가 오면 거기는 우리와 조직이 다른데요? 굉장히 비겁한 태도인 거죠.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 죽음을 대하는 언론의 민낯을 본 게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지난 2018년 7월 고 노회찬 대표의 사망 이후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크게 달라진 점은 좀 없었던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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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2> 박원순 시장 사망 관련 경찰 브리핑 생중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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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자살 보도 준칙 3.0]을 보면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고 사실 이게 가장 강조되는 권고기준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방금 보신 질문에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 고인이 발견되었을 때 심지어 그 시신의 모습까지 질문했어요.

[최욱] 진짜 너무 화가 나는데 저희가 언론 비평을 하면 많은 기자 분들이 열심히 일하는 기자까지 기레기로 넘기지 마라, 이런 비판의 목소리 많이 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그 브리핑 현장에서 저런 저질의 질문이 나오면 비판하거나 제지를 해야 그들과 달라지는 거죠.

[이상호] 그러니까요.

[최욱] 기레기랑 선 긋기 하지 않고 계속 자신들은 다르다고 요구하면 우리가 어떻게 달리 볼 수가 있겠습니까?

[박영흠] 중계하던 방송사들도 굉장히 큰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만약에 이런 악의적인 질문을 한 사람이 유튜버들이었다면, 그들이 윤리에 어긋나는 질문을 한다면 선을 지켜야 하는 방송사들은 그럴 때 방송을 끊어야 하는 그런 문제의식도 가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폭력적인 질문들이 계속 여과 없이 계속 중계를 통해서 대중에게 노출이 되었다는 것이죠. 앞으로 이런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책이나 매뉴얼 같은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KBS 보도를 보면요. 아침 뉴스인 뉴스광장 그리고 2시 뉴스에서 박 시장의 시신이 이송되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이상호] 영상을 좀 흐리게 처리했다고는 했는데 이 역시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보도라고 좀 보이거든요.

[강유정] 결국은 방송사 뉴스가 갖고 있는 치명적 단점인데 그림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현장의 그림이 아니라 결국은 이 사실이 가진 무게감 그리고 이 사실이 영향을 미치는 다른 굉장히 많은 상황들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시신이 이송되는 장면을 꼭 했었어야 될까. 그런 그림들을 위해서 계속 그렇게 출동해서 그림을 딴다면 저는 좀 경찰의 주파수를 엿듣고 레커차가 막 출동하는 것과 언론이 출동하는 카메라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지은] 해당 화면이 방송으로 나가게 된 경위에 대해서 영상 취재진에게 문의를 해봤는데 일단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건이었고 그래서 현장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상황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좀 사건으로 봤다, 그래서 자살 보도 준칙을 좀 미리 그거에 대한 인식은 사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을 좀 인정을 했고요. 비판에 대해서는 따갑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서 교육도 해서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임자운] 이번에도 보면 빈 들것을 계속 화면에 보여줬고 사실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하얀 천에 가려진 시신의 모습이 보여진다든가 그 주변에서 오열하는 가족들이 보여진다든가 우리가 예상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 모습이 비쳐졌을 때 어떤 영향이 미쳐질 것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영흠] 다양한 보도 준칙이 있고 언론사 사내에도 각각 윤리 강령을 구비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비만 되어 있을 뿐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기자들의 인식이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 보도 준칙이 있는 걸 모르거나 알더라도 도덕 교과서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많고요. 그리고 보도 준칙과 윤리강령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보도 준칙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선언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언론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보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예컨대 취재원을 만나서 식사 대접을 받을 때는 머핀까지는 얻어먹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기자들의 그 가이드라인을 보면 자신의 행동을 현장에서 실무를 진행할 때 자신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준거가 되는 내용이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보도 준칙도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해서 기자들이 실질적으로 판단할 때 참조할 수 있는 내용으로 좀 구체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호] 故 박원순 시장과 관련해서 현재진행형인 사안이 있습니다. 바로 전직 비서 A씨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인데요, 많은 언론들이 성범죄 보도 준칙에 어긋나는 기사로 지금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임자운] 조선, 국민, 세계일보 등이 따옴표 제목을 단 내용을 보면 고소인의 대리인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했던 말들이에요. 그런데 그게 2차 가해가 너무 많고 음모론이 확산되기 때문에 그것을 우려해서 구체적인 고소 내용을 전달한 것이지 이런 식으로 그 내용을 직접 제목으로 인용되길 바라면서 했던 말은 아니였던 것 같고 중앙일보 14일자 기사를 보면 '박 시장에 누가 수사 사실 알렸나, 성추행 넘어 확산'이라는 제목의 기사인데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피고소인 측에 그 내용이 전달됐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것은 고소인의 대리인 측도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 지점이라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옆에 걸린 그림이 집무실의 그림이에요. 그러니까 기사 본문이랑 전혀 관련이 없어요. 그래서 고소인이 주장하는 성폭력이 벌어진 장소를 그냥 자극적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이거는 그냥 호기심을 자극하는 의미 이상은 없어 보였던 거죠.

[박영흠] 언론 보도에서 2차 가해의 재료가 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몇 년부터 몇 년까지 박 시장의 비서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는데 그러한 것들이 피해자의 신상을 확인해서 2차 가해를 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 측면이 있거든요.

[최욱] 언론들은 어떠한 고민도 없어 보여요. 그저 뉴스거리가 생겨나서 흥분되어 있는 그런 모습인 것 같습니다. 갈등을 좁히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고요, 그리고 갈등 조장이 성공해서 싸움이 나면 그 싸움을 마치 구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서울신문 7월 12일 자, [“추모 먼저” “진실 우선”... 박원순 조문, 광장을 둘로 갈랐다]. 조선일보 7월 12일 자, [“박원순은 맑아서...” 피해자 두 번 울리는 목소리들], 한경 7월 13일 자, [“박원순 시장 죽게 만든 X 지옥 가길”... 일베 뺨치는 지지자들]. 계속 싸움 붙이고요. 싸움 나면 지켜봅니다.

[강유정] 사실을 전달하고 의혹을 전달하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또 발을 빼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요. 무엇보다 굉장히 여기에 대해서 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 언론이 취사선택해서 또 다른 논란을 일부러 만들고 있고 후폭풍이라는 걸 제대로 조명한다기보다 후폭풍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까지 좀 제공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의견을 현상으로 만드는 건 바로 언론이 맞습니다.

[임자운] 애도냐, 진상규명이냐, 고인 추모냐, 고소인 보호냐, 이거를 양립 불가능한 문제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양립 가능하고 양립해야 하는 문제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것의 양립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양극단에 있는 나쁜 발언들이었다고 보는데. 가령 고소인의 신상을 털겠다고 나서는 사람, 혹은 고인의 죽음을 조롱하는 사람들. 그럼 언론은 그들의 발언을 잠재우는 역할을 해야죠, 당연히. 그런데 오히려 그 발언들을 키우고 있는 그래서 갈등을 고조시키는 양상이 드러났던 것 같아요.

[이상호] 관련해서 좀 참고할 만한 기사가 있죠?

[이지은] 외신 기자인 BBC의 로라 비커 기자가 쓴 기사가 있는데요. 박원순 시장이 시민운동가로서, 그리고 행정가로서 어떤 공을 쌓았는지 이렇게 쭉 객관적으로 보도를 했었고 거기에 덧붙여서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도 그 의혹을 잠재우려고 하는 주변의 측근들이라던가 어떤 정치 세력들에 대해서 따끔하게 비판하는 이야기를 담았거든요. 그래서 우리 한국의 국내 언론들도 이런 기사를 쓸 수 없을까, 단순히 지금 어떤 식으로 성추행이 일어났는지,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났는지 집중하기보다는 박원순 시장의 공과를 다 다루면서 앞으로 우리가 뭘 더 지향해야 할 것인가를 담는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호] 어떻게 중심을 좀 잡아야 할지 언론도 사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그런 형국입니다.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좀 지키기 위해서 기자와 언론사들이 어떤 것부터 좀 시작하면 좋을까요?

[임자운] 재발 방지에 집중하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시점에서 재발 방지라는 것은 결국 진상규명이라고 보고요. 이번 사안도 개인의 문제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고소 사실이 바로 피고소인 측에 알려질 수 있었냐. 그다음에 고소인은 피해 사실을 서울시 안에서 호소를 했다고 하는데 왜 아무도 알지 못했냐. 혹시라도 조직적인 은폐가 이루어졌거나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질문에 언론이 답을 찾아줬으면 좋겠고 그래서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그런 보도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욱] 우려되는 부분을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데 진상규명 과정에서 이 언론의 분탕질이 너무 걱정돼요, 그런 과정 속에서 고소인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고 고인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고, 그리고 우리 사회 갈등을 굉장히 증폭시키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저는 굉장히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박영흠] 한국 사회, 한국 언론의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가 정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제를 정파적인 이해관계와 진영 논리에 따라 접근하는 그런 경향이 있는데 언론이 정파 싸움의 한 당사자가 되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이 언론의 보도 윤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높이가 바뀌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아직 기자와 언론사들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생각합니다. 기자들은 여전히 언론 윤리는 부차적인 것이고, 바쁘고 다른 사정이 있으면 희생하거나 포기해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은] 고인 예우, 그다음에 유가족 배려, 피해자 보호, 이 세 가지를 지금 언론이, 기자들이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비슷한 나중에 추후에라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고인을 예우하는 기자, 유가족을 배려하는 기자,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자가 단순히 어떤 현장에서 그림을 더 잘 포착해서 찍어오는 기자, 아니면 그런 사건의 깊숙한 내막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정보인데도 지라시라든가 어디서 받은 글을 빨리 퍼 나르는 기자들보다 그런 윤리를 지키는 기자들이 더 많이 이렇게 인정받는 그런 조직 문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강유정] 고인, 유가족 그리고 고소인. 이 세 사람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 세 사람의 윤리라든가 인격 문제를 그런데 마치 언론이 셋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어딘가 줄을 서는 듯한 형국을 자꾸 만들어가고 이게 저는 갈등의 소지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충분히 셋 다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셋 다 존중하는 것이 언론이 어렵지만 지켜야 하는 윤리의 최저 노선, 마지노선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그동안 꾸준한 논란을 일으킨 법조 기사의 관행 문제, 오늘 더욱 심도 있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검사 출신이시죠. 이연주 변호사 오늘 특별히 또 함께하십니다.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이연주] 네, 안녕하십니까?

[최욱] 요즘 방송 출연도 잦으시고 방송 나올 때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있는 검찰을 엄청나게 저격하고 계시잖아요. 거의 검찰을 사랑해서 그런 거겠죠?

[이연주] 사랑하기에는 너무 두려운 조직이잖아요. 무섭죠, 검찰의 표적에 대해서 억울하게 당하신 분들이 너무 많고, 타인이 아니고 우리한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검찰이 바르게 서는 게 우리 모두의 이슈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먼저 지난주에도 살펴본 ‘채널A 검언 유착 수사’와 관련해서 언론에서 여전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어떻게들 보고 계십니까?

[최욱] 거기서 쓰는 단어들을 보면 거의 격투기 중계에 쓸 법한 단어들입니다. ‘대놓고 때렸다’, ‘단칼에 내쳤다’, ‘걷어찼다’ 과연 이 대립이 싸움이라고 이야기해도 되는 것인지 저는 그것도 일단 좀 궁금하고요. 그리고 이 대립 관련 뉴스 때문에 정말 중요한 핵심이 묻힌 것은 아닌가, 이런 걸 한번 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강유정] 최근의 유행하는 언론의 유행어가 때린다더라고요. 무엇보다 또 저는 윤석열 총장을 영웅화하는 정치적 맥락까지 보인다는 겁니다. 피해자 내지 박해자라는 이미지가 영웅화에 굉장히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있지도 않은 어떤 박해의 어떤 프레임을 씌운다던가, 검언 유착 의혹에서 시작된 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투명하게 수사할까를 저는 당연히 외청의 장인, 검찰 총장과 그리고 법무부의 장관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한 대결 구도처럼 이야기를 해서 본말이 사라져 버리고 이게 무슨 문제야? ‘그 두 사람의 갈등 문제야’라고 위치 이동을 해버리는데 검언 유착 이 의혹에서 시작된 당사자들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닌가 생각되는 게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최욱] 듣고 보니까 ‘때리다’라는 표현 이 자체가 좀 흥미롭게만 느꼈는데 이 표현을 씀으로써 누군가는 가해자가 되고 누군가는 바로 피해자가 돼버리는 거군요?

[강유정] 게다가 폭력적입니다.

[최욱] 폭력적이기까지요.

[이연주] ‘때리다’도 있었고 ‘죽이다’도 있었죠. ‘검찰 죽이기’, 그리고 경향신문 7월 9일 자 기사 [추 장관의 사실상 ‘백기투항’ 요구… 지휘 불응 징계는 힘들 듯], 이런 게 나왔는데 헤드라인만 읽어보면 윤 총장이 뭔가 부당한 압박을 받는 듯한 그런 인상을 주고요. 그리고 ‘징계는 사실상 불가능할 듯’. 이거는 대검의 희망 사항이지 기자가 함부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이런 기사도 참 기자의 시선 자체가 대검 검사들과 동화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형사1부와 대검의 윤석열 총장 간의 마찰이 일단 있었죠. 특임 검사에 준하는 독립적 지위를 인정해달라 윤석열 검찰총장은 보고만 받고 지휘는 하지 말라라는 걸 요구 했었고, 그리고 윤 총장이 구성하려고 했던 전문수사 자문단을 중앙지검 형사 1부는 반대를 했고. 그래서 중앙지검하고 그 윤 총장이 대립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뭐 이거는 법무부 장관이 나설 수밖에 없는 거죠.

[박영흠] 분명히 법무 행정을 다루고 있는 법조 보도인데 정치 기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코멘트를 따서 보도하고 그 의미를 해설하고 또 검찰의 반응을 관측하고. 정치권에서 어떤 정책을 두고 두 정당이 다툼을 벌어질 때도 이것을 정당의 대표 인물들 간의 개인적 갈등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정작 갈등의 원인이 된 정책이나 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는 일들이 많이 있는데 이번 보도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죠. 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이라고 하는 한국 사회의 두 권력자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누가 이기는가에 집중된 보도를 시민들이 보면서 이 갈등이 왜 벌어졌는지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나 고민들은 사라졌다는 것이죠.

[이연주] 대부분의 기사가 이거 대검의 대변인 권순정 검사가 직접 쓴 기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최욱] 이러니까 미움 받죠.

[이연주] 추미애 장관이 최후통첩을 10시까지 통보해라라고 했을 때 그 전날 대검에서 건의를 냈었죠, 독립 수사단을 구성하고 김영대 고검장이 이 사건의 단장이 되겠다고 했는데 그 건에 대해서 대부분의 기사가 법무부 장관의 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그걸 전폭적으로 수용한 위에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일반인이 보더라도 윤 총장이 끝끝내 발을 안 빼려고 하는구나. 뒤에서 컨트롤하는 게 아니냐는 게 일반인들의 인상일 텐데 기자들은 아예 의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욱] 이건 격투기 중계 중에서도 편파 중계군요.

[이상호] 편파. 요즘 그런 중계가 유행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박영흠 교수의 최근 연구를 좀 살펴보는 게 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법조 출입기자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법조 뉴스가 만들어지는 관행을 확인하셨다면서요?

[박영흠] 기자가 정말 권력 지향적이고 출세를 하고 싶어서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검사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리면서 유착하고 내통하고 그렇게 해서 검찰에 대한 편향적인 기사가 나오는 것이냐. 그보다는 어쩌면 평범한 기자가 검찰에 출입하게 되었을 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구조와 조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어쩔 수 없이 친검 성향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환경과 구조가 무엇이 있는지를 좀 알아보기 위해서 총 18명의 현재 법조를 출입하고 있거나 과거에 법조에 출입한 적이 있는 기자들을 인터뷰했고요. 법조에 출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기자부터 만 15년 이상 법조를 출입한 베테랑 기자까지 다 포함돼 있었습니다.

[최욱] 괜히 그 논문까지 쓰셔서 귀찮게 저도 논문을 읽게 됐는데.

[이상호] 37장이나 되더라고요.

[최욱] 읽다가 중간에 좀 포기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인터뷰 내용이 굉장히 솔직하더라고요. 사실 이게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상호] 그렇죠.

[최욱] 인터뷰가 조작이 아니라면 그 끌어내는 능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이상호] 조작은 아니겠죠?

[박영흠] 당연히 아니고요. 어쩌면 기자들도 그렇게 좀 내면의 어떤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낼 어떤 대상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연주] 너무 솔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이게 내적인 갈등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참 이런 식으로 검사들 개개인도 좀 왜 그렇게 사건을 엉터리(?)로 하는지 누가 심층적으로 연구를 해줬으면 좋겠다.

[최욱] 언론 관련해서 이쪽에서 논문 쓰셨으니까 검찰 관련해서 논문 하나 쓰시면 되겠네요.

[이상호] 먼저 언론이 압수수색, 소환 조사, 구속영장 청구 같은 단계별로 수사를 생중계하는 것에 대해서 기자들도 이거는 좀 부정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생중계 보도를 쏟아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니까 ‘지면 비우기’라고 얘기를 했어요,

[최욱] 굉장히 솔직합니다. “권력형 비리 수사 의혹 제기가 되었다. 그러면 모든 언론이 면을 잡아놓고 시작한다, 종합 1면 톱, 종합 3면, 종합 4면 톱. 6, 7명의 기자가 1만 자를 채우기 위해서 오후 5시까지 기사를 막기 위해서 정말 피가 마르는 노력을 한다”. 이렇게 정말 솔직한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박영흠] 제가 짧은 시기였고 이미 그만둔 지 오래이기도 했지만 잠시나마 언론사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잠깐 드리자면 저는 2009년도에 경향신문 법조기자로서 대검 출입을 했었습니다. 2009년 5월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던 시기거든요. 저는 당시에 그 대검을 출입하면서 검찰 브리핑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썼던 기자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건은 제가 기자를 그만두게 되는 상당히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오늘 그 이 자리에서 당시 보도에 대한 변명을 할 생각은 전혀 없고요, 긴 시간 동안 반성을 하면서 저는 계속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야 했습니다. 왜 나는 그러한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런데 당시 기억을 좀 더듬어 보면 정말 매일 아침마다 지면 계획이 나오는데 1면부터 3면, 4면이 완전히 다 비어 있습니다. 이 태평양 같은 지면을 좀 두세 명의 검찰 출입 기자들이 하루 종일 취재하고 작성해서 메워야 합니다. 그런데 취재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검찰 브리핑을 받아쓴 다음에 거기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 없이 단순히 물리적으로 기사를 집필하는 데만도 마감 시간이 다 되거든요. 그리고 저녁 시간 때가 되면 또 경쟁 언론사에서 단독 뉴스들을 쏟아냅니다. 그러면 그걸 또 확인해야 해요, 받아 써야 됩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이렇게 쳇바퀴 굴러가듯이 아주 강도 높은 노동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할 수 있는 조금의 여유도 사실은 없습니다. 그래서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보도를 한 기자들의 어떤 행위들을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결국 궁극적으로 언론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그런 부분들을 바꿔 나가는 노력들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연주] 기자들이 편하게 특종, 단독, 이런 걸 주워 먹는 걸 좋아하는구나.

[최욱] 주워 먹어...

[이연주] 일을 안 하나? 왜 안 하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기사를 쏟아내서 클릭 수 장사를 하고 이렇게 압박이 크다는 건 몰랐죠.

[임자운] 논문 보다가 되게 허탈해졌어요, 그러니까 경제적 요인이라는 거예요, 클릭 수가 높기 때문에 그렇다, 그랬는데 그래도 조금 고차원적인 이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장사가 되기 때문에 기사를 그렇게 쓴다는 것은 독자들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고 싶어서 보냐는 거죠. 세상에 우리나라에 어느 언론 수용자가 아침에 신문 기사 펴면서 오늘은 우리나라 검사들이 어떤 수사를 했을까, 이거 궁금해서 보는 사람들이 누가 있습니까? 그냥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이 있을까 이렇게 신문을 폈는데 검찰 뉴스가 계속 나오니까 아,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제일 관심을 가져야 하는 뉴스는 이거구나라고 오히려 역으로 생각을 한다는 거예요. 언론사들이 독자적으로 자발적으로 뉴스 가치를 고민하고 창출하지 않고 그냥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이 지금 이 상황에 좀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결국은 A4 7장 정도의 기사를 싣는데 제가 보기에는 거의 같은 기사거든요. 1면에 실은 거 보면서 2면, 3면 싣고 이렇게 되는 게 대부분이지, 그 곳에 새로운 정보들이 꽉 채워져 있을 때 이 1만 자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같은 기사를 실어서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해서 어떤 언론사도 반성하는 태도를 취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거예요. 일단은 채워야 한다. 왜? 다른 언론사들도 이렇게 채우고 있으니까

[이연주] 기자들의 이런 보도 관행이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좀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아요. 가령 조국 전 장관 보도에서도 정경심 교수가 ‘강남 빌딩주가 되고 싶어’, 이런 문자. 공소 범죄 사실하고도 관련이 없는 거고. 그런데 이미 그렇게 지엽말단적이고 파편적인 보도가 이뤄지면 무슨 짓이라도 했을 거야라는 인상이 낙인되죠? 그리고 판사들도 영향을 받죠, 판사도 사람이니까. 특수부 검사 출신인 어떤 변호사가 말해준 일화가 있습니다. 부장이 와서 쪼아서 이 사람이 엮여 들어가야 전체 그림이 된다라고 해서 본인도 ‘하... 괴로운데, 판사님이 잘 구속영장 기각해 주시겠지’라면서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미 융단폭격식 보도는 이뤄졌고 검사의 예상과는 달리 영장이 나왔다는 거예요. 자신 없이 쓴 그 범죄 사실을 공소 사실로 해서 기소를 했지만 유죄가 나오는 그러니까 검사들도 경험적으로 이거 보도 때리면 영장도 잘 나오고 판사도 무죄 못 쓴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이상호] 보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 주요 취재원인 검사들, 이 검사들과의 기형적인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강유정] 그러니까 출입처와 기자 간의 공생관계 라는 건데 저는 이게 또 출입처뿐만 아니라 상위 권력기관에 대한 순응이라고 보여져요. 그런 부분에서 제일 심각한 게, 검찰에 답 맞춰보는 기자들이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령 좀 KBS 김경록 PB 사건도 거기에 걸려드는 사건이 아닌가 싶은데, 이를테면 취재원을 만나서 질문하고 거기에 대해서 얻은 답도 왜 최종적으로는 검찰이 마찬가지로 그 이해관계 당사자의 순간조차도 검찰에게 최종적으로 답을 확인받는 것, 진실을 말하는 기관이라는 게 암암리에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박영흠] 인터뷰했던 기자들 중에 많은 기자들이 지금 이야기하셨던 검찰은 진실만을 말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었다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관행에 대해서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기자들도 있고요. 이게 그런데 기본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생기는 측면이 있습니다. 법조라는 곳이 기본적으로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다른 어떤 출입처와 비교할 때도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취재원과 갑을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종속적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가 있습니다.

[이연주] 제가 법조 기자들을 만났는데 동료 검사나 부하 검사들은 굉장히 인격적인 면이든 수사 능력에서든 낮게 평가하는 분을 너무너무 칭송하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런가 했더니 그냥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시는, 항상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생중계 하시고?

[이상호] 정말로요?

[이연주] 네, 그리고 소환된 피의자가 퇴청하는 시간을 알려줘서 그림을 좋게 잡을 수 있도록

[이연주] 사실은 검사가 수사상에 한계를 뚫기 위해서 않은 정보를 무차별하게 흘리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박 교수님도 2009년에 그 보도를 얘기하셨지만 논두렁으로 이미 우리 언론은 처박힌 거죠. 피의자를 일단 심리적으로 굴복시키는 거죠, 저항할 피의 사실을 다툴 의지를 상실시키는 그런 수법으로 이런 자잘한 사실들을 많이 흘리죠.

[이상호] 똑같이 사실 검찰발 기사를 써도 사안에 따라서 선과 악으로 극명하게 나뉘는 기사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박영흠] 많은 기자들이 인터뷰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조국 사건 보도 때와 국정농단 보도 때 똑같이 검찰 수사를 중계하고 피의 사실 보도를 했는데 어떤 때에는 선으로 규정하고 어떤 때에는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이게 한국 사회가 정파적 대립과 진영 논리가 워낙 심화되다 보니까 이런 문제도 발생하는 것인데 사실 관행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거든요. 보수 언론도 진보 언론도 대체로 유사한 관행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행에 대한 비판도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제기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들고요. 시민들도 내가 지지하는 정파에 유리한가, 불리한가에 대한 계산을 하기보다는 언제나 같은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판단을 하고 관행을 비판하셔야 언론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욱] 논문 중에 법조 출입처는 “팩트가 아닌 추측으로 기사를 쓰는 곳”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거 보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거 있지 않습니까? 검언유착 의혹, 채널A 기자, 그때 그 ‘법조 출입 6개월 하며 5분이면 만드는 창작물이다’. 이런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이상호] 데자뷰되네.

[최욱] 야, 여기서 또 만날 줄 몰랐습니다. 이게 하나의 언론사의 관행 정도로 보면 우리가 되겠네요, 실제로? 아니면 이거를 권장하는 측면도 있을까요?

[박영흠] 법조라는 출입처는 한국 언론이 출입하고 있는 모든 곳 중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입니다.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겨루는 진검승부를 벌어지는 승부처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우수한 기자들을 법조에 많이 배치하기도 하고 단독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어마어마한 보상을 해줍니다. 신문의 경우는 1면, 방송의 경우는 톱뉴스로 아주 크게 보도를 해주거든요. 그것은 기자에게는 아주 상당한 보상의 차원이 됩니다. 자신의 기사가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까요. 기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익은 기사를 내보내고자 하는 굉장히 강한 욕망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이상호] 검사랑 대면을 한 뒤에 마치 이제 나가는 척하면서 쓰레기통을 몰래 뒤지는 기자들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박영흠] 그런 기자가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장을 뒤지는 기자들은 있습니다.

[이상호] 쓰레기장을요?

[박영흠] 검찰 쓰레기 모아두는 곳에 가서 이렇게 세절 안 된 수사 기록을 뒤지는 기자들도 있고. 아주 작은 사실의 파편을 가지고 와서 거기에다가 어마어마하게 많은 살을 붙이는 거죠. 왜 우리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진흙 빚을 때 뼈대를 만들어놓고 진흙을 붙이지 않습니까? 뼈대는 아주 작은데 거기에 붙이는 진흙의 살은 굉장히 많죠. 그러니까 아주 작은 잘못만 했는데 이미 피의자는 구속을 면하기 어려워지는 그런 상황까지 가는 겁니다. 1면이나 톱 기사가 되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놀라운 게 뭐냐 하면 그러면 오보는 책임을 지느냐,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심지어 인터뷰 내용 중에 어떤 게 나오냐면 오보로 기사 상을 받았는데 그 상을 뺏지는 않더라고요.

[최욱] 언론은 감점제는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임자운] 논문 내용 중에 그런 부분도 있었어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보는 피해 당사자가 수사받는 피의자라서 명예훼손 소송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오보에 따른 위험성이 덜하다”, 피해자가 소송 낼 처지가 아니니까 사실은 그냥 막 쓴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왜, 어둡고 축축한 환경에서 곰팡이가 잘 자라나잖아요. 오보가 양산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령 데스크에서든 뭐든 만들어 오라면서 1면 내놓고 있죠. 검찰은 의도에 맞게 정보 슬쩍슬쩍 흘리죠. 오보가 나가더라도 피해를 받게 될 당사자는 수사를 받기 어렵죠, 기자 스스로의 자성도 중요하지만 환경을 바꾸는 노력도 분명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언론인이 제기한 의혹과 다른 사실관계가 드러났을 때 소극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해 정경심 교수가 코링크PE의 설립부터 관여했다는 의혹을 여러 언론이 보도를 했죠. 지난달 30일 1심 재판부가 조 씨의 횡령 범행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을 했는데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는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도한 기사는 굉장히 적었어요. 임자운 변호사님, 균형이 안 맞는 거잖아요?

[임자운] 그러니까 이 사모펀드 운영사인 코링크 PE 관련해서 검찰이 제기했던 얘기는 일단은 정경심 교수가 실소유주다, 나중에는 실소유주인 조범동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말을 바뀌긴 했지만. 그런데 조범동 씨에 대한 핵심 판결 결과는 코링크 운영에 관해서 조범동과 정 교수의 공범 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사모 펀드 삭제 지시했다는 증거인멸 교사 부분에 대해서는 공범 관계를 인정한 건데 이게 조범동 씨에 대한 판결이라서 이 판결로 인해서 정경심 씨의 코링크 관련 혐의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봐요.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에 하지만 초기에 검찰 주장을 다 사실인 양 받은 언론 입장에서는 그것과 완전히 다른 법원의 판결이 나왔으면 그와 비슷한 비중이라도 사실은 실어주는 게 맞는 거죠.

[이연주] 재판 절차에서의 보도는 사실 지리멸렬한 과정이잖아요. 1년도 걸리고 2년도 걸리고 그래서 검찰 단계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진 보도를 회복할 방법이 사실 없다고 봅니다. 통계에 의하더라도 형사 사건에 있어서 기소 전에 관한 보도가 80%, 나머지 20%가 재판 절차라는 건데, 사람들이 그렇게 이 사건 어떻게 됐나? 라면서 경과를 살펴보진 않거든요.

[이상호] 이런 맥락에서 제기되는 대안이 공판 중심 보도입니다. 실제로 KBS에서는 [법원의 시간], MBC에서는 [조국‧정경심 재판 라이브]라는 뉴스 코너를 연재 중인데요.

[박영흠] 일단 기존에 거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법원의 공판 과정을 좀 자세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시도라고 생각이 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이상호] 밋밋해요.

[박영흠] 언론은 공부하는 사람이고 또 법원 공판 중심의 보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저도 끝까지 집중해서 기사를 읽거나 시청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실 어렵거나 재미가 없습니다. 일반인들은 더 사실은 재미없어할 내용이죠. KBS,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4개의 언론사가 사법농단 재판이 시작된 단계부터 지금까지 계속 추적해 오면서 그 공판을 모두 보도하고 있습니다. 혹시 최욱 씨, 그 보도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최욱] 저는 오늘 초면이네요.

[박영흠] 사실 대부분 모르십니다. 이게 이 보도가 메인 뉴스 리포트를 통해서 보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문에서도 주말판이라든가 인터넷으로만 보도가 되고 있어요. 시민들이 이런 기사를 더 흥미있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것이죠. 법원 보도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뉴스 스토리텔링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강유정] 저는 일단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보기는 봅니다만 이게 법원의 시간에 대한 별명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이런 비판이 있어요. 좀 더 넓게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저는 들기도 합니다.

[강유정] 저는 이번에 미국 가지 않은 친구 있잖아요. 법원이 판단을 내려서 안 보내기로, 이런 사건들은 사실 왜 그런 판단 내렸는지 너무 궁금하거든요.

[이상호] 그렇죠.

[강유정] 이해가 안 가고, 무슨 말이냐 하면 대중적으로 관심도가 높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는 정치적 파장이 적어서인지 제대로 다루지 않고 건조한 보도만 이뤄져요, 저는 매불쇼에서 오히려 들었습니다. 왜 그런 판단이 나오게 됐는지.

[최욱] 그런 지적하신 부분들은 KBS [더 라이브]가 해소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실입니다.

[강유정] 좀 더 잘하세요. 안 나와서 그러잖아요.

[최욱] 더 잘하겠습니다.

[임자운] 저는 [법원의 시간]을 누가 싫어할 것이냐. 법원이 싫어할 거라 봐요, 왜냐하면 부담되잖아요. 법원의 판결 내용이 보도가 되지 과정이 보도가 되지 않으니까 판사는 공정한 재판 진행에 대해서 부담을 덜 느끼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검찰을 출입하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출입처는 장소적인 의미잖아요. 검사들 이야기 들으라는 건 사실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수사 대상인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으라고 기자들이 거기 있는 거거든요. 피해자들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수사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까지 사실 중계가 될 것이고 검찰은 검찰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이 싫어할 수 있습니다. 사실 하지만 출입처와 기자들의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이연주] 2019년에 검찰 공보 담당관 제도를 만들어서 수사 검사가 기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거 금지한 것에 대해서 기자들이 반대하는 이유 말입니다. 국민의 알 권리, 검찰 권력에 대한 감시, 통제라고 하니까 저는 좀 납득이 안 되더라고요. 그거는 검사가 공개를 하겠습니까? 그건 사건 관련자, 피해자, 윤석열 총장 장모 사건이면 장모 사건의 피해자를 쫓아가서 듣는 거지 검사에게 듣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부분은 좀 기자님들이 좀 솔직하지 못하지 않는가, 우리가 의사 한 명 알아두면 도움 되는 것처럼 검찰이 워낙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기소 편의주의, 독점주의. 검사 한 명 알아두면 굉장히 좋죠. 그러니까 그런 내면의 욕망의 문제를 약간 감추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욱] 그런데 그 말씀하시는 거 들어보니까 검찰이 불편해할 만한 내용을 꼭 하나씩 꼭 집어넣네요? 출입처 이야기 나온 김에 갑자기 생각난 건데 KBS 보도국, 출입처 폐지한다고.

[이상호] 그랬었죠.

[최욱] 그거 아주 처음에 엄청 시끄러웠지 않습니까? 우리가 응원하고 지지하고 막 밥 사 드리고 축포 터뜨리고 막 그랬는데.

[이상호] 밥은 안 사줬다는데요.

[최욱] 밥은 안 샀고요. 그 이후로 그냥 얘기가 없어요.

[이상호] “출입처 폐지 진행 상황을 전해드리면 정치부에서 정당 팀과 의정 팀으로 나눠서 의정 팀은 출입처 없이 취재하고 있고 현재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법조는 검찰 취재 기자를 줄이고 법원 취재 기자를 늘렸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라고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임자운] 논문에 나와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 있잖아요. 가령 이제 ‘사건기자 제도’라든가 검찰의 정보 공유 시스템 같은 것들이 굉장히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건기자 제도’만 봐도 제가 이제 반도체 직업병 사건을 대리하는데 이거를 설명하기가 되게 어려워요. 공정 설명해야 하죠, 의학적인 부분도 설명해야 해요, 그런데 이걸 계속 팔로우업 하는 기자들도 훨씬 더 깊이 있게 보거든요. 관계도 쌓이면서 신뢰도 생기게 되고.

[박영흠] ‘사건기자 제도’에 대해서는 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몇몇 기자들이 제안했던 아이디어 중의 하나입니다. 어떤 하나의 사건이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이슈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슈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그 이슈의 생애주기 전체를 기자가 따라가면서 계속 담당하는 제도죠. 그런 식으로 하면 예컨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지금의 방식은 참사 현장에는 막내 기자들이 가고, 그리고 경찰이 가면 경찰 출입 기자들이, 검찰에 가면 검찰 출입 기자들이, 재판에 들어가면 법원 출입 기자들이 담당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명의 기자가 참사 현장에서부터 마지막 이슈에 끝까지 취재하고 보도를 하는 것이죠, 그러면 말씀하신 것처럼 훨씬 더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보도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최욱] 그럼 본질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좀 궁금해집니다. 친검 기자, 검언유착 기자, 이런 것들이 지금 기자 개인의 문제로 보지 말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언론, 어떤 조직, 문화, 관행, 이런 쪽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건데.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임자운] 검찰발 기사에 대해서 약간 관습적으로 부여되는 그 기사 가치, 정보 가치를 좀 빼는 게 필요하다, 지금 보면 검찰 출입 기자와 검사가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서 최상위 권력 카르텔의 느낌이에요. 그런데 그게 약간 좀 허울 같다는 느낌도 또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을 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나가 있고 논문 뒤에 그런 부분도 나옵니다. “검찰이 기자들에게는 선배한테 일을 배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출입처다”, 그러면 그러한 비정상적인 토양에서 만들어진 문화가 계속 교육이 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거 빨리 끊어줘야 한다, 끊어주지 않으면 계속 양산될 거라는 생각이 들고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래서 검찰 출입기자들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우리나라 언론 개혁의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영흠] 최근에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항의를 받기도 했고.

[이상호] 어떤 것 때문에 항의를?

[박영흠] 기본적으로 이 논문의 전제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다는 그런 기사들도 있었고 그리고 또 고맙다, 좋은 내용이었다, 동의한다고 연락한 기자들도 많았습니다. 인터뷰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만났던 기자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말하는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무리 이러한 어떤 대안들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결국 언론이 공멸로 갈 수밖에 없는 길이기 때문에 어쩌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습관을 바꾸기가 어렵듯이 언론도 관행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의 어떤 위기 상황을 생각해서 좀 하루빨리 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조선일보가 올해 인턴 기자 채용 공고를 내지 않았다고 언급했는데 조선일보는 인턴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돼서 바로 잡습니다. 사실 확인에 미흡했던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실수가 있다면 투명하게 밝히고 수정하겠습니다. 언론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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