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다리 좀 주워주세요" 의족 찬 장애인이 말했다

박은주 2020. 7.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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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가 없는 남성이 간신히 서 있었습니다.

시민들 틈에 한쪽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A씨가 있었죠.

A씨의 오른쪽 다리는 의족이었습니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뀔 것 같아 보이자, 우선 A씨와 함께 인도 쪽으로 나와 의족을 다시 채워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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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유튜브 '프랭크 프렌즈' 채널에 공개된 영상. 장애인의 의족이 빠졌을 때 시민들의 반응을 보는 사회적 실험을 담았다. 프랭크 프렌즈 캡처

“다리 좀 주워주실래요?”

한쪽 다리가 없는 남성이 간신히 서 있었습니다. 두 개의 목발에 온몸을 의지한 채였죠. 그의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의족. 남성의 얼굴에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남성은 주변의 낯선 시민들을 향해 애타게 외쳤습니다. “다리 좀 주워주세요”라고. 지난 11일 공개된 한 유튜브 영상 속 모습입니다.

영상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어느 횡단보도에서 시작됩니다. 시민들 틈에 한쪽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A씨가 있었죠. A씨의 오른쪽 다리는 의족이었습니다. 신호등의 초록색 불이 켜지고, A씨는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느리지만 분주히 걷던 A씨. 얼마 가지 못해 A씨의 의족이 쑥 빠졌습니다.

횡단보도에서 꼼짝 못 하게 된 A씨는 주변을 살폈습니다. 휴대전화에 시선을 고정한 사람들이 그를 스쳐 지나갔고, 신호대기 중인 차들은 줄지어 늘어서 있었죠. 야속한 신호등의 시간은 빠르게 줄어갔습니다. A씨는 다급히 말했습니다. “다리 좀 주워주실래요?”

다행히 그를 발견한 몇몇 시민들이 달려왔습니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뀔 것 같아 보이자, 우선 A씨와 함께 인도 쪽으로 나와 의족을 다시 채워줬습니다. A씨에게 “같이 가 드릴까요?”라고 묻는 시민도 있었고, 의족을 채워준 뒤에도 A씨가 혹여 넘어질까 한 걸음 한 걸음 뒤따라 걷던 시민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 영상은 ‘프랭키 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실험 카메라입니다. 일종의 ‘몰래카메라’처럼, 특정 상황을 연출하고 시민들의 반응을 보는 영상이죠. 영상을 다 촬영한 후에는 시민들의 동의를 얻어 채널에 공개합니다. 촬영할 때도 경찰에 사전 허락을 구하고 안전한 상황에서 진행하고요. 다만 A씨는 사고 탓에 한쪽 다리를 잃게 된 실제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A씨를 도와 계단을 오르는 시민들. 프랭크 프렌즈 캡처


프랭키 프렌즈팀이 횡단보도에 이어 실험을 진행한 곳은 한 계단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 남성은 A씨가 계단에 올라서기도 전부터 발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의족이 빠지자 곧장 달려가 A씨를 도왔고요. 계단을 내려오던 일행 4명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멈춰서 더 필요한 게 없는지 살폈습니다. 그렇게 시민 5명이 A씨의 곁을 지켰습니다.

이후 5명 중 남성 2명은 A씨의 팔을 양옆에서 잡고 함께 계단을 올랐습니다. 한 여성은 A씨의 목발을 들고 같이 걸었고요. 이들은 A씨가 “여기까지만 도와주면 된다”고 하자 “위에까지 가겠다”며 계단 끝까지 함께했습니다. 걷는 게 불편해 보이는 A씨에게 “힘들면 천천히 올라가도 된다”는 배려 깊은 말을 건네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요.

2분20초짜리 이 영상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계단을 오르기 전 A씨가 이들 5명에게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을 때입니다. 실험이긴 했지만, A씨는 낯선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게 못내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사과의 말을 꺼내자 5명은 한목소리로 “아니에요, 아니에요”라고 답했습니다. 어떤 망설임도 없이, 분명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아니에요”를 반복해 외치던 이들의 마음은 같았을 겁니다. 정말로 조금도, 아주 조금도 미안해할 필요 없다는 뜻이었겠지요. 두 다리가 모두 불편한 한 유튜버는 이 영상에 이런 댓글을 남겼습니다. “처음 접하면 놀라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아무런 불편함 없이, 표정 변화 없이 도와주는 시민분들 감사할 따름입니다. 시민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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