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에 '삼고초려'했지만..서울시 진상조사 '난항'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2020. 7. 2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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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공문 발송..여성단체 측 인권위 진정 거부
경찰청장 후보 "성추행은 공소권 없음" 선 그어
"서울시 소속 빼겠다" 뒤늦은 자구책에도 '냉담'
서울시 "중립성·강제력 문제 최대한 보완 노력"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나섰지만 여성단체 협조를 얻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여성단체에 3차례 공문을 보내고 면담도 요청했지만 회신받지 못한 상태다. 여성단체 측은 서울시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8일 피해자 지원 여성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에 합동조사단에 참여하는 전문가를 추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시가 여성단체 측에 공문을 보낸 건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시는 지난 15일과 16일에도 공문을 보내 이 단체들의 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7일에는 시 여성정책실장이 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를 방문했지만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국가인권위 진정에 따른 조사도 피해자 측 의사에 따라 보류됐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온세상 김재련 변호사가 "형사사건이 진행중이어서 인권위 진정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인건위법에 따르면, 제3자가 인권위에 조사를 진정하더라도 피해자 측이 원하지 않으면 조사가 진행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고 박 전 시장과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 서울시 임직원 등 3명에 대해 인권침해로 진정한 사건을 취하했다.

경찰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까지 다시 수사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와 함께 크게 서울시청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사자 명예훼손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 이 사건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은 당사자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이날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도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수사계획을 묻는 질문에 "피고소인이 사망한 경우 현행법상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송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는 진상조사를 위해 최대한 협조한다며 여성단체에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앞서 민관합동조사단 발족 발표 당시 서울시 직원이 속한 조사단이 내부자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조사하기 힘들 수 있고 조사 대상자가 거부할 시 조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지적이 불거지자 시는 서울시 소속을 배제한 채 외부전문가로만 구성된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서울시 소속 직원이 조사를 거부할 경우 관련 공무원법에 따라 명령불이행으로 징계를 하고, 퇴직자의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할 당시부터 논란이 된 중립성과 강제력 관련 문제에 대해 시 차원의 최대한 조치를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박 전 시장의 핵심 의혹에 대한 경찰 조사가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관련 진상을 밝히기 위해선 여성단체 측의 협조나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조가 어렵다면 조사단 구성 과정에 어떤 부분이 보완돼야 하는지 의견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진상조사단 구성의 성패가 여성단체 입장에 달린 만큼 이르면 이번주 초쯤 관련 입장이 나올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시민단체 특성상 여성단체 측이 빠른 시일 내에 단일하고 정돈된 입장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진상조사단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측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단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울시에 대한 불신은 스스로 자초한 원인이 크다는 게 여성단체 측 입장이다.

서울시는 박 전 시장 사망 직후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 측이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재고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하거나, 서울시 여성정책실장이 기자회견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직접 연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할 당시도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으로 언급하며 조사에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시는 여성단체 외에 인권 및 법률전문가를 추천받기 위해 인권위와 여성변호사협회 및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에도 18일 공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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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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