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사립고 '성추행 실태'..교사도 남학생도 가해자란 사실 몰라

조아현 기자 2020. 7.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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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수치심에 눈물 차올라"..피해 진술 잇따라
교사는 치마 속옷 확인, 남학생들은 외모품평
자료사진.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부산의 한 사립고 교사들이 여학생 복장을 지도하다 성차별적 발언과 정서적 학대를 일삼았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도 관계기관의 대처가 안일했다는 지적<7월3일자 뉴스1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피해 여학생들의 추가 진술이 잇따르고 있다.

또 해당 사립고에서 소수인 여학생들은 평소에도 남학생들 사이에서 수시로 외모와 몸매를 조롱당하거나 심각한 성희롱 발언에 노출돼 있었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 학생들은 지난달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여학생 간담회에 참석했고 교사들은 플라스틱 자로 직접 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재거나 학생들을 시켜 서로 측정하도록 지시했다.

1차 간담회에서 한 교사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앙에 놓인 의자에 학생 3명을 앉혀놓고 고개를 밑으로 숙여 치마 안 속옷이 보이는지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A학생은 "시키는대로 의자에 앉아있는데 선생님이 고개를 밑으로 숙인 뒤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면서 치마 안에 입은 속옷이 다 보인다고 혼을 냈다"며 "'그렇게 밑에서 올려다보면 당연히 보이지 않느냐'고 반박했더니 '수업하다보면 자세가 흐트러지는데 너희들이 정자세로 계속 앉아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한 여름에 담요를 덮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자세가 흐트러지면 속옷이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확인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A학생은 또 "'너희들이 치마를 짧게 입고 다니면 남자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이 보게 될텐데 그 기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남학생들은 너희 다리를 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니' '불쾌하지 않을 것 같니' '행실을 똑바로 하고 다녔어야지'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생님들의 언성이 계속 높아져서 아무 말을 할 수 없었고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B학생도 "선생님들이 있는 방향으로 서서 교복 치마를 입은 채로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며 "속옷이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는데 순간 정말 당황했고 수치심이 들어서 눈물이 차올랐다"고 증언했다.

이어 "중간에 앞으로 나오라고 할 때도 선생님들이 화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었다"며 "이후 수업시간에 수행평가를 할 때도 한 여학생이 '제 치마 길이는 어때요'라고 묻자 한 선생님은 '그래도 짧다. 속옷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라고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교사의 발언은 같은 반 남학생들 다수가 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C학생은 "선생님은 학생들을 불러내 의자에 앉게 만든 뒤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시켰는데 서서 지켜보던 우리에게도 '너희들도 보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며 "앞에까지 나가 보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이 시키는대로 양쪽 옆에 서서 의자에 앉은 친구들의 치마를 보는 시늉을 해야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은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몸매와 얼굴에 대한 품평을 수시로 듣고 심지어 '걸x'에 빗댄 성희롱성 발언을 들으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다.

'쟤는 진짜 다리가 짧다' '뚱뚱하다' '왜 저렇게 가슴이 없나' '더럽게 생겼다' 등의 말을 예사로 뱉어냈다고 했다.

수업시간과 쉬는시간에 대놓고 들리는 이같은 발언에 문제제기를 해도 '우리끼리 이야기한 것인데 왜 엿듣느냐'며 적반하장식 대답이 돌아올 뿐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사립고의 한 학생은 "어떤 날은 학교도 너무 가기 싫다. '대놓고 또 품평 당할텐데'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학교에 갈 이유가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며 "최대한 조용하게 있으면서 말을 아끼고, 부딪히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피해 학생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지난 13일 인권위원회가 권고한 교칙 재개정 권고안을 해당 사립고에 전달했다. 하지만 학교가 학내 구성원과 의견수렴을 통해 이를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관할인 부산 사하경찰서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계속 조사를 하고 있다"며 "사법적 판단과 전문기관의 소견 결과가 나오는대로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립고는 지난달 8일과 10일 2차례에 걸쳐 학교 복장 규정을 개정한다는 이유로 전교생 442명 가운데 1학년과 2학년 여학생 20명을 불러 간담회를 통해 치마 길이와 화장, 두발 염색 등을 지도했다. 이곳은 전교생 442명 가운데 420명이 남학생이고 여학생은 22명이다.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7월 20일 위와 같은 제목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사들은 "간담회는 여학생 복장에 관하여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있는 내용의 교칙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고 그 당시 지도교사의 대다수가 같은 여성으로서 성희롱이 이루어지기 어려웠으며 학생들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에 도달한 것이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관련 교사 전원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교육 당국으로부터 징계 처분도 받지 않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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