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증언, 온라인서 공방.. "이 정도가 기쁨조?" vs "명백한 성추행"

김송이 기자 2020. 7.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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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피해사실 증언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2차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A씨의 증언에 대해 ‘기쁨조’란 표현을 쓸 정도의 무거운 성추행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자, 다른 한 쪽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A씨 측은 지난 13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박 전 시장의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겪었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A씨 변호인 등은 "(비서실은) 결재를 받을 때 ‘시장님 기분 어때요?’ 등의 질문을 하며 시장 기분을 확인하고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요청했다"며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샤워를 할 때 비서가 옷장에 있는 속옷을 갖다줘야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는 A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들은 A씨 측이 폭로한 박 전 시장의 행동들이 성추행이라 치부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사 이모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오는 것을 모르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바람에 속옷까지 다 젖은 일이 있었는데, 간호사들이 세탁하고 건조기에 다 돌려서는 퇴근할 때 개서 줬다"며 "(A씨는) 시장이 운동을 마치고 온 후 옷장에 있는 속옷을 갖다줘야 해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기쁨조 소리를 들을 정도의 일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몸이 안 좋아 회복실에 누워 쉴 때 간호사들이 링겔을 달아주고 침대 하나 있는 조그만 방에 누워있는 저를 깨워야 했다"며 "이 간호사들이 기쁨조라는 말을 들었어야 마땅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가 올린 글은 게시된 지 이틀 만에 5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고 1200회 이상 공유됐다. 다만, 이 글은 현재는 계정에서 삭제된 상태다.

A씨 측이 최초 입장을 밝힌 지난 13일 진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도 피해자의 증언을 조롱하는듯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진 검사는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끼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자수한다.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 두 분을 동시에 추행했다"고 했다. 이어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며 "권력형 다중 성범죄"라고도 했다.

피해자 주장을 반박하는듯한 내용의 글은 각종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비서가 마땅히 해야할 일들인데 속옷 챙겨서 갖다 주는 일도 성추행이라고 한다"며 "영화 보면 뺨 맞아가며 고용주 애인 관리까지 하던데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상전이 따로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않다. A씨 측이 증언한 박 전 시장의 행동들은 명백한 성추행의 범주에 들어가며, 피해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들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많다.

여성주의 활동가 김현영씨는 18일 페이스북에 ‘속옷 심부름’과 관련해 "땀에 젖은 속옷은 엄마만 해줄 수 있는 일이고, 사실 엄마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의사를 포함한 각 직군에서 ‘나도 그랬는데 성추행인가’라는 등의 ‘뒷걸음 자백’이 나오는데 이들의 성인지 감수성과 2차 가해 때문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도 "의사의 경우 간호사가 원해서 해준 것이고 박 전 시장의 피해자는 싫지만 억지로 했다는 차이가 있는데 둘 사이 단순 비교가 가능하느냐"며 "왜 이제와서 그러느냐, 증거가 확실하지 않다는 등의 주장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혈압 측정 한 번 시켰다고 처음부터 경찰서에 신고하는 사람이 있겠는가"라며 "그런 일이 쌓이고 쌓여 중단을 요청해도 해결이 안될 때 결국 신고를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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