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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눈으론 구별 못하는 '수돗물 유충' 현미경으로 보니 달랐다

천권필 입력 2020. 07. 21. 10:41 수정 2020. 07. 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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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등깔따구와 나방파리 유충의 현미경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주로 깔따구와 나방파리의 유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인천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은 깔따구류의 일종인 등깔따구 유충이다. 깔따구는 깔따굿과(科)의 곤충으로 몸길이가 11㎜ 정도다.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람을 물지 않는다. 등깔따구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깔따구류 중 하나다.

인천 서구 일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 연합뉴스

깔따구 유충은 1~2㎜ 정도로 가늘고 크기는 0.5~1㎝ 정도다. 주로 철사 모양의 지렁이 또는 짙은 붉은색을 띤 실지렁이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알에서 부화한 깔따구 유충은 모래·진흙 속으로 파고들며, 그 속에 있는 유기물을 걸러 먹으며 살아간다. 맑은 물은 물론 4급수 같은 썩은 물에서도 살 수 있어 물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알 수 있는 수질오염 지표종이기도 하다.

반면 경기 파주와 화성시 등에서 발견된 유충은 나방파리 유충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방파리는 하트 모양의 날개를 가진 해충이다. 나방파리 유충 역시 깔따구 유충과 비슷한 0.5~1㎝ 크기에 머리 부분이 몸통보다 조금 작다. 몸통은 주로 흰색과 옅은 노란색을 띤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수돗물에서 발견된 유충을 분석한 결과 등깔따구와 나방파리 유충이 주로 발견됐고, 실지렁이도 있었다”며 “깔따구와 나방파리 유충은 맨눈으로는 구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현미경을 통해 봐야 종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등깔따구는 다리, 나방파리는 호흡관 있어

현미경으로 본 등깔따구 유충의 모습. 국립생물자원관

실제로 등깔따구와 나방파리의 유충의 현미경 사진을 비교해 보니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차이가 드러났다.

우선 등깔따구 유충은 머리와 꼬리 쪽에 실처럼 가느다란 다리가 있었다. 반면, 나방파리의 유충에는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꼬리 쪽에 작은 돌기가 보였다.

현미경으로 본 나방파리 유충의 모습


박 연구관은 “나방파리는 등깔따구처럼 다리는 없지만, 꼬리 쪽에 튜브 형태의 호흡관이 있어서 이곳을 통해 숨을 쉰다”고 설명했다.


나방파리 유충, 깔따구와 달리 염소에 약해

파주 운정신도시 한 아파트 세면대에서 발견된 유충. 사진 독자

등깔따구와 나방파리는 생태적으로도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돗물에서 어떤 벌레의 유충이 발견됐느냐가 유입 원인을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깔따구는 늦봄에서 여름 사이 수온이 높을 때 저수조, 수도꼭지, 호스 등 정체된 곳에 알을 낳는다. 특히, 깔따구 유충의 경우 염소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잔류염소 50mg/L에서 48시간 처리 후에도 생존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정수장 내 개방된 곳이나 배수지, 관로 파손 부위 등을 통해 수돗물 공급과정에 유입될 수 있다.

나방파리가 욕실 등에 떨어져 있는 모습. 중앙포토

나방파리는 깔따구와 달리 잔류염소 때문에 수돗물에 오랫동안 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나방파리는 물이 아니라 습한 곳, 진흙이나 하수구 등에 알을 낳는다. 나방파리 유충이 수도관을 통한 유입보다는 화장실이나 싱크대 배수구를 통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박 연구관은 “나방파리는 깔따구처럼 물속에 사는 유충이 아니다”며 “반수서생물이라고 해서 축축한 곳을 좋아하고, 물속에서 활동할 때도 꼬리 쪽에 있는 호흡관을 물 밖에 내밀어서 숨을 쉰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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