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입 뻥 뚫린채 "난 안쓴다" 조롱..영국 '反마스크' 시위 왜

임선영 2020. 7. 2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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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24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시민 수백 명 마스크 거부 시위 벌여
유독 美·英 마스크 반대 시위 이유는
"정부 우왕좌왕, 지침 일관성 없는 탓"

지난 19일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서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도 안 쓰고, (코로나19) 검사도 안 받고, (감염자) 추적도 당하지 않을 거다."

지난19일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마스크 착용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마스크 착용 저항의 표현으로 코와 입 부분이 찢어진 마스크를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스크 안 쓰고, 백신도 안 맞을래"

20일(현지시간) 미국 CNN,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선 이날 '반(反) 마스크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는 단체 '영국의 자유를 지켜라(Keep Britain Free)'가 주도했다.

영국에선 이달 24일부터 상점·마트 등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위반 시 100파운드(약 15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영국은 지난 5월 11일부터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데,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지난 19일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마스크 착용 반대 시위가 열려 한 시민의 연설을 사람들이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하이드파크에 모인 시위대는 다양한 방법으로 마스크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한 남성은 코와 입 부분이 뚫린 마스크를 썼다. 감염 예방 효과가 없도록 마스크를 훼손해 정부의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조롱한 것이다.

또 다른 남성은 "인권은 보호하고, 5G는 안 되고, 백신도 안 된다"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영미권에선 한 때 5G 네트워크 기술이 바이러스 확산의 원인이란 음모론이 횡행했다. "5G가 안 된다"는 건 바로 이 음모론을 사실로 믿고 5G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마스크 착용 반대 시위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 착용과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취지의 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에선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안티 백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0일 영국 더선에 따르면 영국 내에선 백신 부작용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들이 퍼지면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영국 연구 기관인 ORB 인터내셔널이 영국인 206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7%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英,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성인 71%가 '찬성'
이날 시위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을 거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거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져라"는 글이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19와 이름이 같은 맥주를 들고나온 사람도 보였다.

영국은 유럽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고, 확진자는 러시아 다음으로 많다. 그런데도 마스크 착용률은 다른 나라보다 낮았다. 영국 왕립학회 코로나19 태스크포스 조사 결과 지난 4월 말 기준 영국 내 마스크 착용률은 25%에 불과했다. 이탈리아 83.4%, 스페인 63.8%보다 낮았다.

한 남성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마스크 반대 시위에서 코로나 맥주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랬던 영국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5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이후 마스크 착용률이 90%까지 높아졌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다. 또 이달 24일부터 시행되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선 영국 성인의 71%가 찬성하고, 13%만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앞서 미국에서도 마스크 의무 착용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11일 플로리다주의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강제는 자유를 억압한다"고 외치며 마스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소셜미디어(SNS)에선 구멍이 뚫리거나 망사로 된 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을 올려 마스크 착용을 조롱하는 현상도 번졌다.


왜 유독 美·英에서 반대 시위 … "정부 우왕좌왕 탓"
이미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나라들이 많은데, 왜 유독 미국과 영국에서 이런 시위가 벌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마스크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과 엇갈린 메시지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과 영국 당국은 마스크 착용 지침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9일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열린 마스크 착용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AFP=연합뉴스]


영국의 경우 24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앞두고 보리스 존슨 총리와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상반된 발언을 해 혼선을 빚었다. 존슨 총리가 지난 10일 "상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지 이틀 후에 고브 실장이 "상점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3일 공식 일정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1일 공식 석상에서 처음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심리학자 셰인 G. 오웬스는 허핑턴 포스트에 "일관성 없는 권고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워 마스크 착용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에서 마스크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말하는 과학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마스크 거부 현상은 인간 저항 심리의 발현이란 분석도 나온다. 데이비드 B. 에이브럼스 뉴욕대 사회행동학 교수는 "인간은 미지의 적(코로나)이 갑자기 위협을 가하면 매우 자극을 받게되는 내재적이고, 강한 본능이 있다"면서 "일부 사람은 마스크나 마스크 착용 지침에 전투적인 심리를 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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